엽문
엽위신 감독, 견자단 외 출연 / CJ엔터테인먼트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엽문의 미우라 장군은 이연걸의 정무문을 떠오르게 했다. 정무문에는 살인적인 실전무예를 구사하는 일본 장군 후지테라오카가 있었다.  

하지만 두 캐릭터는 좀 다르다. 후지장군의 근처에는 흑룡회가 있어 후지장군은 무술인으로서의 미덕은 흑룡회에 맡겨두고 자신은 무자비한 살인기계가 될수있었다. 미우라장군의 곁에는 자신이 침략군임을 잊지않는 부관이 있다. 덕분에 미우라장군은 정정당당함과 명예를 아는 무인인 척 점잖을 떨 수 있다.

거두절미하고 미우라와 엽문의 대결은, 뭔가 모자랐다. 미우라는 엽문에게 호의를 품었고, 결투는 대련의 형식이었으며, 이겼다 하더라도 엽문을 죽일 의사는 없었다. 절박한 상황이 아닌것이다. 그가 엽문에게 쓰러진 뒤, 엽문을 향해 총격을 가한 것은 미우라의 부관이었다. 아무리 무서운척 눈깔을 부라려봤자 미우라는 악당이 못되었다. 기둥에 기대 쓰러진 미우라는 허수아비일 뿐이었다. 진짜 악당은 군부속으로, 일본속으로, 역사속으로 자취를 감춘다.  

극의 클라이막스는 엽문이 제발로 찾아가 벌인 10대 1 대련이다. 물론 금사부와의 두 번에 걸친 대련과 결투도 굉장했다. 하지만 하얀 매트위에 분노를 꽉 채워놓은 미장센, 25년전 10명의 양아치에게 둘러싸여 삥뜯긴 기억까지도 끄집어내는 후련한 액션, 고막이 아니라 심장을 바로 두드려대는 비지엠에 비할 것이 못되었다. 비장함 그 자체의 명품씬이었다.   

미우라와의 일전이 아쉬웠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다. 미우라는 최후의 악당이 지녀야할 악함과 강함, 그중 하나가 결여된 반쪽자리 보스였다. 좀더 전형적인 악당으로 그렸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살파랑등 전작들의 결점이었던 애매한 드라마를 과감히 덜어내니 영화가 한결 매끄러운 느낌이다. 견자단은 오로지 액션에 최적화된 간결하고 평면적인 배우다. 현대물보다는 역사물에 잘 맞는다. 입을 꼭 다물고 표정을 자제하자. 발끝에서 털리는 분가루가 더 많은 것을 전해준다. 박력만점의 견자단표 액션, 이소룡을 닮은 절대강자의 후계자. 엽문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