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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오브 브라더스 디지팩 박스세트 (6disc)
데이비드 프랭클 외 감독, 데미안 루이스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간혹 이 작품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오면 난 광땡을 쥔 노름꾼처럼 득의만만해진다. 작품이 어떻든간에 자리에 모인 그누구보다 그 작품은 나와 가깝기 때문이다.
그렇다. 나는 바로 506보병연대 출신인 것이다.
군시절에 대한 나의 입장은 민방위도 다 끝나갈 무렵인 지금까지도 두가지 팽팽한 딜레마위를 달리고 있다. 군에 다녀온 사람이 대개 느낄법한, 가장 꽃다운 시절을 가장 개같은 조직에서 보냈다는 비극이 가져온 경멸과 추억의 혼재가 그 하나고, 다른 하나는 미국에 대한 대의적 증오와 체험적 동경이다. (나는 군생활을 미군부대에서 카투사로 보냈다)
한국에 주둔했던 506보병연대 1대대는 미 2사단 소속으로 주한미군부대중 가장 최전방인 서부전선 민통선 안에 캠프를 차리고 있었다. (조지부시가 일으킨 아프가니스탄전 이후 한국에서 이라크로 주둔지를 옮긴 것으로 알고있다.) 밴오브에서 묘사되었듯 506은 컬히 혹은 스탠드 얼론이라는 구호명으로 대변되는 생존형 공수부대로 출발해서 내가 복무할 당시엔 헬기레펠(에어 어썰트,공중강습) 부대로 재편되었는데 여전히 사단내 최강의 보병부대로 악명을 떨치고 있었다. (환상의 땡보직 탱자탱자 군생활을 꿈꾸며 자대배치를 기다리는 카투사 신병에게 가해지는 마지막 태클이 바로 506 혹은 판문점 연합사 배속이었다)
밴오브는 카투사라는 단어가 거의 6방이나 군면제 수준의 오명으로 취급받던 지인들간의 군경험담 패러다임에 획기적인 전환을 가져왔다. 나는 뭇전역자들의 시시껄렁한 뺑뺑이 뻥튀기와는 확실히 차별되는 컨텐츠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나온 보병연대는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가능케한 공습작전을 '완수'했고 서방연합군으로서 베를린에 입성한 최초의 정예선봉부대로서 세계사적으로도 가장 유명한 부대 중 하나였던 것이다.
그런데 작은 문제가 있었으니
밴오브에 나온 부대는 506보병 2대대였고 나는 1대대 출신이라는 점이었다. 1대대에 이지중대 같은것도 없었고 1대대가 2차대전당시 어디서 뭘했는지도 잘 모른다. 아침피티때 한달에 한번꼴로 뛰던 7.2마일 코스에 '맨츄마일'이란 이름이 붙은걸 보면 만주쪽에서 얼쩡댔던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쨌든 아쉽다. 여기까지가 내 꼽사리의 한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