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똑같은 문제를 기록한 ‘자료‘보다 ‘증언‘이 더 신뢰할 만하다고 주장하고자 이 사례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역사가는 모든 자료를 회의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었을 뿐이다. 특히 이 시기의 역사를 다루는 문서 증거의 중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려는 것도 아니다. 오랫동안 감춰졌던 자료가 발견되면, 해당 시기를 둘러싼 기존의 이해가 재구성되는 경우가 많다. 이례로, 스탈린이 제2차 세계대전 초창기에 폴란드군 장교 수천 명의 학살을 재가할 때 서명한 서류 한 장이 있다. 이 자료는 소련 체제가 붕괴한 이후 세상에 등장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