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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을 맡은 자의 슬픔 - 사회 귀족의 나라에서 아웃사이더로 살기
홍세화 지음 / 한겨레출판 / 2002년 12월
평점 :
절판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영구 귀국한 사회비평가 홍세화의 세 번째 저서 『악역을 맡은 자의 슬픔』은 현대 한국에서 지식인으로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담고 있다. 한국 사회에 대한 그의 차가운 시선과 따듯한 시선을 함께 읽을 수 있는 이 저서는 한마디로 말해서 현대 한국 사회에 대한 보고서인 셈이다.
이미 저자는 이전의 사회비평서『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를 통해 현대 프랑스 사회와 현대 한국 사회를 비교하였다. 저자는 한국사회에 부족한 '똘레랑스(관용)와 '노블리스 오블리제(지식인의 사회적 의무)'라는 사회윤리를 강조하면서 이러한 윤리의식의 실천을 역설하였다.
저자는 이 책에서 현재 한국 사회를 사회귀족의 나라로 규정하고, 모순과 부조리가 만연한 한국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제기하는 악역을 자청한다.
대한민국은 헌법에 명시되어 있듯이 분명 민주공화국이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은 공화주의와 양립할 수 없는 사회귀족의 성채가 되었다. 한국사회의 모든 부문을 장악하여 지배력을 행사하는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실질적인 주인으로 군림하고 있는 이들 사회귀족은 옆과 아래로부터의 검증과 견제조차 허용하지 않는 난공불락의 요새를 만들고 있다.
그는 이와같이 한국 사회에 대해 진단하면서 한국 사회귀족의 뻔뻔함과 위선의 치유책으로 '풍자와 고발 문화의 대중화', '실명비판의 일상화', '왜?라는 물음의 활성화'를 제시한다.
상식이 통하며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를 꿈꾸는 그는 비상식이 난무하는 우리 사회에서 침묵을 미덕으로 여기는 점잖은 지식인들에게 일침을 가한다. 한국 사회를 장악한 극우수구세력, 특히 언론들에 대한 강도높은 비판은 언론에 몸담고 있는 지식인이 보여준 우리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에 대한 침묵 때문일 것이다.
이와 더불어 저자는 한국 사회에서 소외된 소수자나 약자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보여주면서 연대를 꿈꾼다. '남의 고통과 어려움에 대한 이기적 무관심'을 묵과하는 사회는 진정한 똘레랑스의 사회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에 연대의식을 강조하는 그의 목소리는 더욱 절실하게 들린다.
사회귀족을 옹호하고 차이와 다름을 용인하지 않는 앵똘레랑스(불관용)의 사회가 되어버린 한국을 따뜻한 정이 넘치며 상식이 통하는 건강한 사회로 변모시키기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할지를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 봐야할 책이다.
아울러 똘레랑스에 대해 더 심도있게 알고 싶은 독자에게 하승우님의 저서『희망의 사회 윤리 똘레랑스』(책세상문고 우리시대 072, 책세상 刊)를 읽어 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