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지금 나는 어느 파티에서 찍은 사진을 대하듯 이 단편들을 보고 있다. 그러면서 과거의 내가 지녔던 온갖 표현과 암시들을 발견하고, 이것을 썼던 남자는 더 이상 내 안에 살아 있지 않다는 걸 깨닫는다. 지난해에 <위브월드>의 10판 출간 기념 서문에도 이와 비슷한 글을 썼다. 그 책을 쓴 남자는 더 이상 주변에 없다고. 그는 내 안에서 죽어 내 안에 묻혀 있다. 우리는 모두 우리 자신의 무덤이다. 우리는 과거에 우리였던 사람들의 무덤 속에 쪼그리고 앉아 있다. 우리가 건강하다면 매일의 일상은 축복일 것이다. 그래서 임종의 날에 그동안 살아온 삶을 감사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 우리가 노이로제 환자라면 음울하게 통곡하며 지나간 과거가 아직 존재해주기를 바랄 것이다.

이 단편들을 읽어가면서 나는 그 두가지를 조금씩 느꼈다. 그 단편들을 쓰게 했던 소박한 열정은 사라지고 없다. 나는 오래전에 그 열정을 가졌던 사람을 잃어버렸다. 그는 지금의 나보다 공포 영화를 더 좋아했고, 그래서 헐리우드 진출을 꿈꾸었다. 또 훨씬 유쾌했고 자의식이 덜했으며 실패에도 덜 흔들렸다.

 - 클라이브 바커, 피의책 서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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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8-09-05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년만에 작성하는 페이퍼로군요!
오늘 아침 아주 재수 좋은 꿈을 꿨는데 주이님을 다시 만나려고 그랬던거군요!
반가워요, 정말!

:)

치니 2008-09-05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요, 와락!
대체 어디서 무슨 짓(^-^;;) 하다 오신거야요.
이제 계속 써주실 거죠?

에디 2008-09-05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러니까요 (변명의 시작-.-)
사실 인터넷을 몇 달쯤 못할 일이 있었는데 ..... 그러다보니..
돌아온 후에도 계속 신경을 못쓰다가 온라인 관계들이 대부분 깨어저버렸달까요 흑

네 이제 계속!

2008-09-07 2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9-08 2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