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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똥 ㅣ 민들레 그림책 1
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 / 길벗어린이 / 1996년 4월
평점 :
이 책은 맨 처음 읽었을 때에는 그저 흔한 감동을 주는 이야기책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많은 생각을 안겨주었습니다.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내시고 이 땅의 어린이들에게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
주시는 권정생 선생님 삶 자체를 단면적으로나마 느끼게 해 준다는 생각도 듭니다.
화려한 색체나 예쁜 그림, 뭔가 흥미진진한 사건이 일어나는 이야기책이 아닌데도, 나이 많은 어른들이나
초등학생은 물론, 어린 유아들에게도 사랑을 받으며 넒은 연령층의 고른 사랑을 받고 있다는 점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그 이유는 이 이야기책이 각 연령층에 주는 감동이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애니메이션으로 보았을 때, 눈물이 나더라구요. 나를 죽이며, 타인을 살리는 그리스도의 삶을
내가 과연 감당할 수 있을지 약간의 고민도 되고, 저의 삶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괜히 짧은 이야기 하나에 너무 심각해진 건가요? ^^;)
그런데 어린이들은 강아지 똥이 예쁜 민들레를 피웠다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며 하나의 해피엔딩으로 생각
하며 좋아하더군요. (물론 해피엔딩은 맞긴 하지만... ^^) 다른 이를 위해 나를 기꺼이 녹이는 강아지똥을
아이들이 과연 잘 이해한 것일까? 의문도 들었지만, 아름다운 이야기에 순수하게 기뻐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희생에 대한 자아의 죽음 (혹은 소멸?) 이라는 어려운 삶의 문제에 아이들이 벌써부터 숙연해질 필요 없이
희생으로 인한 아름다움을 마음껏 기뻐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 이 책의 메세지가 다소 고루하게 느껴지시거나 별다른 감동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혹시 고민
아닌 고민을 하시며 아이에게 이 책을 읽히실 것을 고민하시는 분이 계신가요?
고민하지 마세요. 그냥 아이와 함께 즐겁게 읽으시고, "참 잘됐다, 그치?"라고 이야기해 주세요.
다른 이를 위한 희생에서 오는 아름다운 열매를 아무런 사심없이 순수하게 기뻐하는 것만으로도
이 책이 주고자 하는 메시지를 거의 온전히 전달 받으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