눅 2:40-52 내 아버지 집에 있어야

우리나라 최대의 명절은 설날과 추석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명절이 되면 고향을 방문해 부모님도 찾아뵙고 조상님들의 산소도 참배합니다. 우리나라는 조상을 숭배하는 나라죠. 이스라엘은 정반대입니다. 이스라엘 최대의 명절은 무교절과 맥추절과 수장절인데 이스라엘 사람들은 절기가 되면 예루살렘 성전을 방문해 하나님께 예배를 드렸습니다.(출23:14-17) 명절이 되면 예루살렘은 시골에서 그리고 해외에서 몰려온 순례 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이 붐볐습니다. 
 

예수님도 예루살렘을 방문하셨다.
예수님도 12살 되던 해 유월절에 예루살렘을 방문하셨습니다.(눅2:41-42) 우리는 여기서 ‘유월절’이라는 절기와 ‘12살’이라는 나이를 주목해야 합니다. 유월절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애굽의 종살이에서 해방시켜 주신 날을 기념하는 절기인데 1주일간 누룩을 넣지 않은 빵을 먹는 무교절 명절을 지키고 8일째 되는 날에 흠 없는 어린 양을 잡아 유월절 명절을 지켰습니다. 무교절과 유월절은 이스라엘 3대 명절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명절이었습니다. 다른 명절에는 혹시 안가더라도 무교절과 유월절에는 반드시 예루살렘 성전을 순례해야 했습니다./ 이번에는 12살입니다. 이스라엘 나이로 아이에서 성인으로 가는 과도기였습니다. 요즘 우리나라는 20살을 성인으로 간주하는데 고대 이스라엘에서는 13살을 성인으로 여겼습니다. 13살이 되면 성인이기 때문에 모든 율법을 준수해야 했고 명절에는 당연히 예루살렘 성전을 방문해야 했습니다. 예수님은 지금 12살입니다. 이스라엘에서는 12살은 ‘율법의 아들’이라고 하여 율법의 일부분을 준수했습니다. 성인 실습기간이었죠. 요셉과 마리아는 예수님이 12살 되던 해뿐만 아니라 유월절마다 예루살렘을 방문하는 신실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요셉과 마리아는 입으로 하나님을 잘 믿어라 강요하지 않고 행동으로 하나님을 잘 믿도록 모범을 보였습니다. 아이들은 말이 하니라 행동을 보고 배운다고 하더라고요. 일본의 저널리스트인 가와키타 요시노리는 [아들은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고 배운다]는 책을 통해 아들은 아버지의 제스처와 말투와 행동양식을 보고 듣고 느끼면서 외모뿐만 아니라 행동이나 말투까지 쏙 빼닮는다고 말합니다. 요시노리는 ‘아버지는 아빠가 아닌 아버지가 돼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아버지가 아들과 친구처럼 허물없이 지내다 보니 가정의 질서가 무너졌다고 안타가워하며 아버지와 아들은 ‘애정과 신뢰로 맺어진 상하관계가 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아버지는 아들을 사랑하기도 해야 하지만 가르치기도 해야 한다는 주장이죠. 요셉과 마리아는 말과 행동으로 하나님을 잘 섬기는 모범을 보였습니다.

예수님은 예루살렘에 머무셨다.
하나님을 잘 섬기려면 헌신이 따라야 합니다. 요셉과 마리아는 나사렛에서 사나흘을 걸어 예루살렘에 도착해 칠일 간 무교절을 지키고 팔일 째는 유월절을 지키고 일행들과 집으로 향했습니다. 이때쯤 영혼은 충만했겠지만 몸은 파김치가 됐을 겁니다. 갈릴리 나사렛에서 예루살렘까지 오고가기는 여간 위험하지 않았습니다. 도중에는 들짐승들도 있었지만 강도들이 순례 객들을 공격해 재산도 빼앗아 갔고 몸도 상하게 했습니다. 로마제국은 군대를 동원해 강도들을 토벌하려 했지만 험한 산중에 숨어있는 강도들을 색출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요즘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최첨단 무기로 무장한 미군이 험한 산중에 숨어있는 탈레반 잔당들을 소탕하지 못하잖아요. 순례 객들은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간단한 무장을 하고 친척들이나 마을 사람들끼리 큰 무리를 이루어 다녔습니다. 순례 객들은 행렬의 선두에 여자들과 아이들은 앞장세우고 남자들은 뒤따랐습니다. 남자들이 앞장서면 여자들과 아이들은 뒤처지게 됩니다. 요셉과 마리아는 예수님도 당연히 순례 행렬 중에 끼어있으려니 생각했습니다. 선두에 있는 마리아는 예수님이 12살이니까 남자들과 함께 있나보다 생각했고 후미에 있는 요셉은 예수님이 12살이니까 여자들과 함께 있겠거니 생각했습니다. 요셉과 마리아는 이렇게 하루 길을 걸어갔습니다. 그런데 저녁이 됐는데도 예수님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요셉과 마리아는 친척들과 마을 사람들에게 수소문해봤지만 아무도 보지 못했다고 대답했습니다. 요셉과 마리아는 예수님이 들짐승에 물려가지는 않았는지 강도들에게 잡혀가지는 않았는지 걱정이 태산 같았습니다.

예수님은 성전 뜰에 계셨다.
요셉과 마리아는 날이 새자마자 예루살렘으로 향했습니다. 요셉과 마리아는 나사렛으로 가는데 하루를 보냈고 예루살렘으로 돌아가는데 또 하루를 보냈고 사흘 째 되는 날에 예루살렘에 도착했습니다. 요셉과 마리아는 예수님을 찾기 위해 예루살렘 거리를 돌아다녔습니다. 헤롯 성전산을 둘러보았고, 마카비 성전산을 찾아다녔고, 이방인의 뜰에 이르렀습니다. 이방인의 뜰에는 남쪽에는 왕의 행각이 있었고 동쪽에는 솔로몬의 행각이 있었습니다. 류모세 선교사는 왕의 행각은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도 하고 비즈니스도 하는 만남의 광장으로 친 로마 파들이 주로 모이는 장소였다고 합니다. 동쪽에 있는 솔로몬의 행각은 랍비들이 율법을 강론하는 종교 교육장으로 유대 민족주의자들이 모이는 장소였다고 합니다.(성전이야기 6장) 그렇다면 요셉과 마리아가 예수님을 어디서 찾았을까요? 당연히 솔로몬의 행각이겠죠. 예수님은 랍비들의 가르침을 듣기도 하고 궁금한 점을 묻기도 하였습니다.(눅2:46) 사람들은 예수님이 나이에 비해 너무도 예리하게 질문하고 너무도 지혜롭게 대답을 하자 놀랐습니다.(눅2:47) 하나님은 누가복음 2장 40절을 통해 예수님은 지혜가 충만했고, 47절을 통해 예수님의 지혜를 놀라워했고, 52절을 통해 예수님의 지혜가 자라갔다고 말씀합니다. 예수님은 지혜로웠습니다.

예수님은 신분과 사명을 밝히셨다.
요셉과 마리아는 예수님이 무사한 것을 보고 안도하였고 랍비들과 토론하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마리아는 예수님을 나무랐습니다.(눅2:48) “아이야, 어찌하여 우리에게 이렇게 하였느냐? 보라, 네 아버지와 내가 근심하여 너를 찾았노라.” 마리아는 예수님이 나사렛으로 돌아가는 일행에 합류하지 않고 아무 말 없이 성전에 머물러 있자 안도도 하였지만 화도 났습니다. 예수님은 태연히 대답했습니다.(눅2:49) “어찌하여 나를 찾으셨나이까? 내가 내 아버지 집에 있어야 될 줄을 알지 못하셨나이까?” 예수님은 부모님을 걱정시켜서 미안하기도 했지만 요셉과 마리아에게 자신의 신분이 누구이고, 자신의 사명이 무엇인지를 밝혔습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불렀습니다. 유기성 목사님은 송아지가 소 인 것처럼 하나님의 아들은 하나님이라고 말합니다. 예수님의 신분은 하나님의 아들이자 하나님입니다. 예수님이 하나님이시기 때문에 지혜로우신 겁니다. 하나님의 어리석음은 사람보다 지혜로운데 하나님의 지혜는 상상하기 어려웠을 겁니다.(고전1:25)/ 예수님은 내 아버지 집에 있어야 된다고 말했습니다. 달리 번역하면 ‘내 아버지의 일에 관계하여야 된다.’는 말입니다. 예수님의 사명은 하나님 아버지의 일 다시 말해 죄인들을 구원하는 겁니다. 죄로 말미암아 벌어졌던 하나님과 사람 사이를 복원하는 겁니다. 요셉과 마리아는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신분은 알고 있었지만 예수님의 사명이 어린 양처럼 속죄의 피를 흘리는 것이라는 것은 몰랐습니다. 요셉과 마리아는 예수님의 말씀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눅2:50) 예수님은 요셉과 마리아를 따라 나사렛으로 돌아가 부모님에게 순종하며 살았습니다.(눅2:51) 학자들은 예수님이 삼십 살쯤에 공생애를 시작했기 때문에(눅3:23) 아버지 요셉의 가업을 물려받아 목수로 지내며 어머니와 동생들을 보살폈을 것이라고 추정합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이시지만 사람으로 오셔서 자기 백성들과 함께 사셨고 예수님은 속죄양이시지만 사람의 일을 하시며 자기 백성들과 함께 어울리셨습니다. 오늘 본문은 사람으로 오신 예수님이 하나님의 일을 하시기 전까지 가족과 동행한 것처럼 우리에게도 예수님이 다시 오실 때까지 자신의 신분이 누구이고 자신의 사명이 무엇인지를 기억하며 세상 사람들과 동행하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신분은 하나님의 자녀이고 우리의 사명은 죽어가는 영혼을 구원하는 겁니다. 우리가 자신의 신분을 기억한다면 죄를 멀리하겠고 자신의 사명을 간직한다면 아버지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볼 겁니다. 우리는 자신의 사명을 기억하고 자신의 사명을 간직하여 세상에 동화되기보다 세상을 변화시키며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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