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회화 아트 라이브러리 13
재니스 톰린슨 지음, 이순령 옮김 / 예경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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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Spanish Painting"이 아닌 "Painting in Spain" 이다.
딱히 "스페인"의 회화라고 뚜렷이 규정지을 수 없을 만큼 스페인 제국 시대의 회화의 성격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스페인 회화는 여느 유럽 회화와는 약간은 다른 색채를 띄고 있다. 다른 유럽 회화들이 가톨릭의 영향에서 벗어나 인간에 대해 탐구하고 있을 때 스페인에서는 종교적 열정이 표현된 회화가 계속되었고, 왕실 회화에서는 스페인만의 뚜렷한 특징이 나타나지 않는다. 이러한 특징은 스페인의 특수한 정치 상황에 기인한다.

이베리아 반도는 최초의 무어인이 침공한 이후 800년 가까이 이슬람의 지배를 받았다. 때문에 카스티야의 이사벨과 아라곤의 페르난도가 결혼하면서 스페인 제국이 탄생하였고 이들에 의해 레콩끼스따(국토회복운동)가 완성되기까지 명목상 종교를 내세운 전쟁이 계속되었다. 이러한 배경은 가톨릭의 영향력을 높여주면서 신비하고 종교적 열정으로 가득찬 종교 회화로 나타나게 된다.

왕실 미술의 경우 크게 두 시기로 나눌 수 있다. 첫번째는 가톨릭 양왕의 딸인 후아나가 합스부르크 왕가의 필리프와 결혼하면서 시작된 독일의 영향이다. 이 시기의 왕실 초상화를 보면 딱딱하고, 엄숙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루이 14세의 손자 펠리페5세가 즉위하여 부르봉 왕가가 시작되면서는 프랑스의 영향으로 화려하고 발랄한 분위기로 변화한다.

저자는 리베라, 무리요, 엘그레코, 벨라스케즈, 고야 등 유명한 화가들과 함께 스페인 회화들을 소개하면서 이러한 정치적 상황의 영향을 설명한다. 번역은 매끄러운 편이고, 아름다운 스페인의 회화들의 도판도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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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도 와인 기다림의 지혜 - 고형욱의 와인기행 1 한길 헤르메스 5
고형욱 지음 / 한길사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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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도 예전과는 달리 와인에 대한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칠레를 비롯한 신세계 와인들은 저렴한 가격에 높은 품질을 내세워 우리 와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프랑스 중에서도 '보르도' 지방의 와인만을 다루고 있다. 왜 유독 보르도 와인일까? 신세계의 와인 산업이 급증하고, 빠르게 시장을 잠식하고 있지만 결국 신세계 와인들이 추구하는 것은 바로 보르도 와인의 품질이기 때문이다. 보르도 와인을 이해할 때 궁극적으로 와인을 이해할 수 있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메독의 생떼스떼프, 뽀이약, 생줄리앙, 마고, 그라브와 소떼른, 생떼밀리옹과 뽀므롤 지역의 유명한 샤또들을 중심으로 보르도 와인을 소개하고 있다. 같은 보르도 지방이라도 떼루아에 따라 천차만별의 맛을 내는 와인의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매력적이다.

저자는 이 맛의 차이를 섬세한 솜씨로 표현해낸다. 샤또별 토양의 특징과 블랜딩 비율, 라벨에 대한 꼼꼼한 정보를 바탕으로 초보자도 알기 쉽게 보르도 와인을 소개한다. 책을 읽다보면 보르도 와인이 가지는 그 귀족적인 풍모와 매력에 흠뻑 빠지는 느낌이 든다. 단순한 포도즙으로 그토록 섬세하고 매력적인 맛을 내는 와인은 그 자체만으로도 자연의 신비와 삶의 향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게 아닐까. 책 부피는 작지만 꼭 필요한 정보와 사진을 싣고 있어서 보르도 와인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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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탐험의 꿈 - 장순근 박사가 쓴 남극 탐험의 역사와 세종 기지 이야기 자연과 인간 2
장순근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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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17,240KM. 그곳에 세종기지가 있다.
남셔틀랜드 군도의 킹조지섬과 넬슨섬으로 둘러싸인 맥스웰만 연안에 1988년 우리는 남극에 기지를 세웠다. 그 이후 매년 월동대를 파견하여 미국, 칠레, 러시아, 아르헨티나, 일본, 중국 등 12개 국가와 함께 남극의 생태를 연구하고 지구 환경 변화가 남극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고 있다.

제목은 남극탐험의 꿈이지만 사실상 남극 자체보다는 세종기지를 둘러싼 남극의 모습을 다루고 있다. 때문에 남극 자체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 책을 본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가 잘 알고 있는 세종기지의 모습을 다루기 때문에 기지의 모습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무엇보다 가장 좋은 건 사진이었다. 바다를 유유히 떠가는 빙하, 겨울에 얼어가는 바다, 귀여운 웨들 해표, 일렬로 질서정연하게 이동하는 젠투 펭귄, 극한의 날씨를 뚫고 자라는 식물들, 새하얀 눈밭 위의 오렌지색 세종기지의 모습을 담아낸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금방이라도 남극으로 달려가고픈 생각이 들었다. 망망대해 위에 거대하고 새하얀 빙하의 모습과 흔히 볼 수 없는 남극의 자연환경은 사진으로 보기에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아름답다. 물론 이 아름다움 뒤에는 견딜 수 없는 혹한과 매서운 눈보라, 무서운 크레바스 등이 있기 때문에 일반인의 접근은 힘든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곳에서 세종기지 대원들은 남극의 생태를 연구하고, 다른 나라의 기지와 소규모 올림픽을 열기도 하고, 언 바다를 건너 다른 기지를 방문한다. 저자는 월동대의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을 소개하며 다소 두꺼운 책을 재미있게 풀어간다. 월동대가 의식주는 어떻게 해결하는지, 한국과의 연락 수단은 어떤 것인지, 기지내 평소 생활상은 어떤지, 여가 시간은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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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 - 불완전한 과학에 대한 한 외과의사의 노트
아툴 가완디 지음, 김미화 옮김, 박재영 감수 / 동녘사이언스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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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현대 의학은 눈부신 발전을 해왔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손쓸 방법이 없었던 수많은 환자들을 치료하고, DNA 구조를 밝혀내고, 효과적인 신약을 개발하고, 인간 복제에 이르기까지...그 발전 속도에 현기증이 날 정도이다. 하지만 저자는 외과의사로서의 생생한 체험을 바탕으로 눈부신 발전을 거둔 현대 의학이 얼마나 '불확실성' 투성이인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20대의 여성 환자 엘리노어의 경우를 예로 들고 있다.
처음에 그녀는 봉와직염으로 의심되는 바이러스성 염증을 가지고 응급실로 찾아온다. 누가 봐도 봉와직염이라고 생각하는 상황이지만 저자는 봉와직염으로 확신하기를 주저한다. 며칠 전에 괴사로 인해 죽은 남자 환자의 경우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육안으로 봤을 때는 봉와직염 같았던 그 남자 환자가 사실은 괴사였고, 치료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사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의심 환자의 5%만이 괴사이고, 괴사인지를 확신하기 위해서는 흉터가 남는 조직검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 환자와 의사들 모두 망설인다. 결국 환자 보호자의 결단으로 조직검사를 하게 되고, 그 결과 엘리노어는 봉와직염이 아닌 괴사라는 판정을 받는다.

사람의 장기 떼어내어 이식하고, 유전자 복제가 가능한 세상이라 할지라도 의학의 현장에는 이러한 불확실성이 무한대로 존재한다는 것을 저자는 엘리노어 케이스를 통해 다시 한번 깨닫는다. 아무리 의학이 발달하더라도 의사들은 오진의 가능성을 피할 수 없다. 엘리노어 케이스에서는 운이 좋았던 저자도 실수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의사가 아무리 실력있고, 유능하다고 해도 의사는 기계가 아닌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똑같은 증상의 환자라도 나이와 환경, 증상의 경중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초래할 만큼 우리의 몸은 복잡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의사들의 이러한 고충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있다. 의사의 입장뿐만 아니라 환자 보호자로서의 경험을 통해 바라본 의학계의 현실에 더욱 공감이 가는 에세이였다. 레지던트들의 경험을 쌓기 위해 환자가 실습 대상이 되어야 하는 의학계의 현실과 나쁜 의사가 되어 가는 유능한 의사들의 문제, 의사들의 우울증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현대 의학이 가진 많은 문제점들을 유려한 글솜씨로 풀어내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의사들의 고충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서비스에 무관심하고 불친절한 우리나라의 병원에 비해 의학계의 문제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현실을 바꾸기 위해 체계적으로 노력하는 미국 의학계의 풍토가 마냥 부러웠던 점은 약간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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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도 2005-10-30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평 잘 봤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서비스에 무관심하고 불친절한 우리나라의 병원에 비해 의학계의 문제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현실을 바꾸기 위해 체계적으로 노력하는 미국 의학계의 풍토가 마냥 부러웠던 점은 약간 씁쓸했다.'의부분은 공감할 수 없군요. 3분진료를 강요당하는 시스템에서 친절하게 대하지 못하는 대한민국의 '의료' 현실과 생명앞에서 모든 의사들이 고민하는 것을 좀더 구체적으로 보여준 미국 '의학'계를 동등하게 비교하시다니요... 한국에는 의학이 없고 미국에는 의료가 없습니까?

클레이오 2005-10-31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학도이신가보네요. 일반 환자 입장에서 본 현실을 말한겁니다. 시스템 탓할 게 아니라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夢猫 2007-02-17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째서 항상 남의 떡이 더 커보이는 걸까요. 이 책의 저자가 말하고 싶었던 것처럼 어디에나 문제는 존재합니다. 보이진 않지만 가운을 걸치고 매일매일 선택의 기로에 놓이는 우리나 의사들도 고뇌하고 투쟁하고 있겠죠. 외국에 비해 시스템적인 문제가 열악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의사들의 질까지 떨어진다고는 생각치 않습니다. 그렇게 치자면 우리나라보다 더 열악한 시설의 다른 나라들은 어떡합니까. 가치의 기준은 상대적이 되어선 안됩니다. 어딜가든 깨어있고 노력하는 좋은 의사와 생각을 접고 안주하는 나쁜 의사가 모두 있게 마련입니다. 아툴 가완디가 일반환자인 제 눈에 바람직한 외과의처럼 보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외국의 모든 의사가 아툴 가완디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건 아니니까요.
 
한손에 잡히는 와인
히로카네 켄시 지음, 한복진 외 옮김 / 쿠켄(베스트홈)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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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은 다른 술과 달라서 모르고 마시는 것보다 알면 알 수록 그 깊이와 맛이 더해지는 것 같다. 그래서 와인을 접하면서 궁금했던 점들을 해소하고자 이 책을 포함해서 시중에 나온 와인 입문서를 세권을 보게 됐다.
처음 이 책을 봤을 때는 만화가 군데군데 눈에 띄어서 너무 가벼운 내용이 아닐가 걱정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본 와인 입문서 중 가장 정리가 잘 되어 있어서 두고 두고 보기에 좋은 것 같다. 발행된지 오래되긴 했지만 와인에 대한 기초적인 정보는 크게 변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았다.

<와인, 알고 마시면 두 배로 즐겁다>나 <이제는 와인이 좋다> 같은 경우 좋은 정보들이 많긴 하지만 이론적인 설명들을 늘어놓아서 좀 지루한 면이 없지 않았는데, 이 책은 와인에 대한 상식과 에티켓을 조목조목 잘 집어주고 있어서 훨씬 가독성이 좋았다. 처음부터 이 책을 봤더라면 입문서를 세권이나 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가끔 뜬금없는 만화의 내용이나 일본인 특유의 과도한 타인에 대한 배려 같은 게 거슬리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잘 정리되어 있어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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