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와 공작새
주드 데브루 지음, 심연희 옮김 / 북폴리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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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책맞지만 요즘도 가끔씩 이런 꿈을 꾼다. 어떤 잘 생긴 남자가 나에게 사귀자고 고백을 한다. 내가 모르는 얼굴일 때도 있고, 평소 좋아하는 연예인이 나오기도 한다. 오, 순간 설레고 혹하는 마음에 그만 승낙을 해버리고 나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짝꿍씨가 떠오른다. 꿈속에서 짝꿍씨를 선택할 것인가, 새로운 남자를 선택할 것인가 고민한다. 결국엔 짝꿍씨를 선택한다. 세상에, 꿈속에서도 바람을 못 피다니, 난 정말 일편단심인가봉가. 
꿈에서 깨고 나면 아쉽다. 꿈에서라도 멋진 남자랑 연애나 마음껏 해볼걸ᄏᄏ  

꿈에서도 다른 남자를 선택하지 않았다며 자랑스럽게 짝꿍씨에게 다음날 꿈 얘기를 해주면, 고마워하지는 못할망정, 
“아니, 어떻게 나 말고 다른 남자 꿈을 꿀 수가 있어?” 
이런다. 말이냐 빵구냐! 
(언젠가 니 꿈 속에 찾아가는 수가 있다....-_-)

평소 오글거린다며 로맨스 소설이나 드라마도 잘 안 보는 편인데, 사실 마음속으로는 핑크빛 로맨스를 여전히 꿈꾸는가 보다. <파이와 공작새>는 정말 오랜만에 읽은 로맨스 소설이다. 잘생기고 돈 많은 영화배우 테이트와 실력 있고 똑 부러지는 요리사 케이시의 밀고 당기는 사랑 이야기는 뻔한 내용인 줄 알면서도 자꾸 보게 되는 중독성 있는 로맨스를 선사한다. 고전 명작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에서 이야기를 가져와 현대적으로 각색한 이 소설은 등장인물이 오만과 편견에 나오는 등장인물과 1 대 1로 매치된다. 테이트는 다아시, 그의 친구 잭 워스는 찰스 빙리, 케이시는 엘리자베스, 지젤은 제인 등  원작에 나오는 주인공들과 비슷한 성격과 상황을 지닌다.

<파이와 공작새>의 케이시와 테이트의 첫 만남은 다소 부끄부끄 하다. 새벽 5시에 케이시는 잠시 거주 중인 집 앞 베란다에서 벌거벗은 채 샤워를 하고 있는 남자를 발견하고, 당황스러움에 조용히 빤히, 지켜본다. 사실 그 상황이면 어쩔 수 없지 않은가. 근데 하필 그때 걸려오는 전화벨 소리에 샤워를 하던 테이트에게 존재를 들키고, 케이시가 자신을 몰래 촬영하던 파파라치인 줄 착각한 테이트는 케이시에게 엄청나게 화를 낸다. 보통 드라마에서 남녀 주인공들은 이런 식의 황당한 첫 만남을 갖곤 하지. 

케이시는 자신이 살고 있던 저택의 주인이 테이트라는 사실과 그가 유명한 영화배우라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고 그에게 사과를
 하고자 그가 머물고 있는 집에 음식을 싸 들고 방문하지만, 거기서 테이트가 친구 잭에게 자신에 대해 험담을 하는 소리를 엿듣게 된다. 케이시는 테이트가 아주 오만하고 자신을 하찮게 취급한다고 생각하며 모두가 우러러보는 그 남자를 혼자 매우 싫어하기 시작하는데... 사실 테이트는 케이시가 매력적인 것 같다고 생각하며 마음에 두고 있다. 이 두 남녀의 관계는 어떻게 되갈는지....?

이야기의 구성을 보면 전형적으로 한국 드라마에서 한때 한참 많이 등장하던 사랑 이야기다. 백마 탄 왕자님과 평범한 아가씨, 평범한 아가씨는 꼭 당차고 당돌한 캐릭터이며, 백마 탄 왕자님은 “나를 이렇게 대하는 여자는 니가 처음이야”라며 여자에게 빠져든다. 그들의 사랑을 음해하는 세력이 꼭 한 명씩 있으며, <파이와 공작새>에서는 <오만과 편견>에서 위캄역을 맡은 데블린 헤인즈이다. 테이트를 질투하면서도 그에게서 끊임없이 얻어낼 것을 찾는다. 케이시에게 천사 같은 얼굴을 보여주면서 케이시가 테이트를 오해할만한 소지를 자꾸 하나씩 흘리는 역할을 한다.

사랑은 방해세력이 많을수록 더 강해진다고 했던가. 케이시가 테이트를 오해하고, 편견을 가지면서 삐뚤어져 갈수록 독자들은 이 둘이 잘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면서 책장을 넘기게 된다. 드라마를 보면서 왜 내 일도 아닌데 두 남녀 주인공이 잘 되길 바라게 되는 걸까. 바로 대리만족 아닐까. 

오랜만에 설레는 남녀의 사랑 이야기, 로맨스 소설을 읽으니 이제 정말 봄이 온 건가 싶다. 
얼마 전에 제인 오스틴의 소설 전집을 전자책으로 장만했다. 올봄엔 <오만과 편견>을 비롯해 그녀의 다른 소설들을 읽으며 메말라가는 연애세포에 물도 주고,  독서의 즐거움도 더욱 만끽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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