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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인간 - 제155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무라타 사야카 지음, 김석희 옮김 / 살림 / 2016년 11월
평점 :
무라타 사야카의 최신작 <살인출산>을 읽고 나서 이 작가의 괴기스럽고, 독특한 매력에 끌려 전작들을 정주행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베스트셀러로 꽤나 오랫동안 이름을 올렸던 무라타 사야카의 대표작 <편의점 인간>은 쉽게 읽히는 짧은 소설이지만 긴 생각을 하게 하는 이야기다. 무라타 사야카는 크레이지 사야카 라는 별명에 걸맞게 이 책 또한 아주 독특한 이야기로 풀어냈다. 실제로 편의점에서 오랫동안 일하고 있다고 하는 작가 자신의 모습과 생각이 주인공에게 투영된 것일까 궁금해진다.
주인공 '후루쿠라'는 일반적이지 않은, 말하자면 좀 비정상적인 여자이다. 보통 사람들의 생각과 삶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회 부적응자라 할 수 있지만, 자기 스스로는 미치도록 세상 속의 보통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그녀의 남다른 모습은 어린 시절부터 이런 식으로 나타나곤 했다.
「유치원 시절, 한번은 공원에 새가 죽어 있었다. 어디선가 기르던 새였을 것이다. 색이 파랗고 아름다운 작은 새였다. 맥없이 목을 떨군 채 눈을 감고 있는 새를 둘러싸고 다른 아이들은 울고 있었다. "어떡하면 좋아?" 한 여자애가 말하는 것과 동시에 나는 재빨리 새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벤치에서 잡담을 하고 있는 어머니에게 가져갔다.
"무슨 일이니, 게이코? 어머나, 작은 새가....! 어디서 날아왔을까... 불쌍해라. 무덤을 만들어줄까?"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상냥하게 말하는 어머니에게 나는 "이거 먹자" 하고 말했다.
"뭐라고?"
"아빠가 꼬치구이를 좋아하니까 오늘 이거 구워먹자."」
<편의점 인간>
책을 읽다가 흠칫 놀랐다. 죽은 새를 보고 구워먹자고 했다고? 또 이런 에피소드도 있었다. 학교에서 남자아이들끼리 싸움이 벌어지자 아이들이 싸움을 말려야 한다며 소리친다. 우리의 후루쿠라는 이 싸움을 멈춰야 한다는 생각에 창고에서 삽을 가져와 한 남자아이의 머리를 삽으로 내려친다. 그래야 싸움이 멈출 것이므로. 뭔가 정상적인 생각과는 약간 거리가 멀지만 스스로는 그것이 왜 이상한지 인지하지 못한다. 하지만 후루쿠라는 이상한 사람이 되기 싫었다. 자신의 행동을 사람들이 이상하게 본다는 걸 알아차린 후 부터 그녀는 스스로의 생각대로 행동하지 않고 주변 사람들을 따라하거나, 되도록 말을 아끼면서 학창시절을 보낸다.
그러던 그녀가 비로소 정상처럼 보이게 된 것은 대학교를 들어간 후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고 난 후부터다. 지금까지는 아무도 그녀에게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메뉴얼을 알려준 적이 없다. 하지만 편의점은 고객이 오면 어떻게 인사를 해야 하는지, 물품을 어떻게 정리해야 하고, 옷차림은 어떠해야 하는지 모든 것이 메뉴얼화 되어있다. 그녀는 편의점 점원으로써 성공적으로 첫 손님을 맞는 그 순간, 처음으로 이 세상의 진정한 하나의 부품이 되었다고 느끼고 기뻐한다. 후루쿠라는 자신의 말투, 옷차림, 행동을 하는데 있어서 모든 것을 주변 사람들의 기준에 맞춘다. 적당히 따라하다보면 사람들은 그녀가 정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녀는 18년째 연애도 하지 않고, 결혼도 하지 않고, 취업도 하지 않으며 오로지 편의점 알바로써만 살고 있다. 대학생일때는 편의점 알바를 하는 것이 정상적이었지만, 30대 중반이 넘은 나이가 되니 점점 비정상이 되어간다.
「"이 세상은 이물질을 인정하지 않아요. 나는 줄곧 그것 때문에 괴로워해왔어요."
음료 코너에서 티백을 우린 재스민 차를 마시면서 시라하씨가 말했다.
재스민 차는 움직이지 않는 시라하 씨를 대신하여 내가 탔다. 시라하 씨가 말없이 앉아 있어서 내가 찻잔을 가져다 앞에 놓아주자, 그는 고맙다는 인사도 없이 마시기 시작했다.
"모두가 보조를 맞춰야만 하는거죠. 30대 중반인데 왜 아직도 아르바이트를 하는가. 왜 한번도 연애를 해본 적이 없는가. 성행위 경험이 있는지 없는지까지 태연히 물어봅니다. '창녀와 관계한 건 포함시키지 말고요' 하는 말까지 웃으면서 태연히 하죠, 그놈들은. 나는 누구한테도 폐를 끼치고 있지 않은데, 단지 소수파라는 이유 만으로 다들 내 인생을 간단히 강간해버려요."」
정상의 범주에서 벗어나는 것은 일본이나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공포에 가까운 감정인 것 같다. 무리에서 다수의 편에 속하기 위해, 혼자 뒤쳐지지 않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는 것이다. 살다보니 사회의 이물질이 되어버린 후루쿠라와 시라하 그들은 다시 정상의 범주에 들 수 있을 것인가.
편의점 인간은 짧고 독특한 이야기에 참 많은 메시지가 담겨있어서 오히려 머릿속이 복잡하다. 곱씹고 또 곱씹어봐야 할 소설인 것 같다. 작가가 뭘 말하고 싶었을까 생각해본다고 밤잠을 설치기도 했다. 사람들 속에서 정상의 모습으로 살아간다는 것, 이물질로 전락하지 않고 버티는 것, 어쩌면 이건 우리 모두가 현재를 매일같이 이 악물고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긴, 생각해보면 평범하게 사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다.
난 세상에서 제일 평범하게 살고 싶다.
적당한 직업으로 적당한 돈을 벌면서 적당히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
어쩌면 그것이 인간 사회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행운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