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경제학 - 우리 일상을 지배하는 생활밀착형 경제학 레시피
유성운.김주영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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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밍아웃을 좀 해보자면 난 아이유 팬이다. 아이유의 신곡이 나오면 항상 즐겨듣고, 아이유 팬 블로그를 이웃추가해서 그녀의 일거수 일투족을 구경하기도 하며, 심지어 몇 일전에는 아이유가 꿈에도 나왔다. 누구나 맘 속에 품고 있는 좋아하는 아이돌 한 명 쯤 있을 것이다. 아이돌의 위세가 어느 순간부터 드높아지더니 심지어 요즘 아이들의 꿈 첫번째가 아이돌이나 연예인이라고 하니 정말 말 그대로 하늘의 별star이다. 어릴 때는 연예인이 막연한 선망의 대상이었지만, 어른이 되고 나서는 그들이 활동하는 방식, 연예계 전반적인 경제구조 등에도 관심이 생겼다. 그러면서 요즘엔 아이돌들을 보면 왜이리 짠한 마음부터 드는지, 늙은건가..  끝없는 경쟁구조 속에서 싸워 이겨야 하고, 긴 시간동안 개인적인 모든 것을 포기하고 연습에 매달리지만, 막상 데뷔하고 나서도 성공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매 해 데뷔하는 걸그룹들을 다 정리해놓은 표를 보고는 좀 충격 받았다. 2017년에 데뷔한 걸그룹 중에 왜 아는 그룹이 하나도 없는가. 그 전에 데뷔한 그룹들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그룹들 중에 이름을 아는 걸그룹은 정말 몇몇 그룹밖에 되지 않는다. 

아이돌 세계도 파레토의 8:2 법칙이 지배한다. 아니 오히려 더 심하게 상위 10%가 거의 모든 수익을 가져가고 나머지 그룹들은 수익이 거의 없다시피 한 경우도 많다고 한다. 무대에서 빛나는 그 순간 만을 바라보고 몇년동안 고통을 참아올 텐데 경쟁에서 제외됐을 때의 아픔은 어떨까. 우리나라의 연예기획사 수준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다다른 듯 하다. 우리나라에서 외국 가수의 인기가 많은 경우는 드문 반면, 우리나라 가수들은 해외에서 국내보다 더 큰 사랑을 받는 경우도 많다. 이것 또한 철저한 경제원리를 고려해 만들어 온 결과다. 
《걸그룹 경제학》은 다음 소프트의 '텍스트 마이닝 엔진'을 활용해서 언론에 언급된 기사들을 바탕으로 빅데이터를 분석해 꽤 체계적인 도표들과 함께 걸그룹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쏟아낸다. 경제학 책에서 재미난 연예인 얘기를 가득 들을 수 있다니, 얼마나 신나는가. 궁금했던 연예계 이야기도 가득, 데이터를 바탕으로 설명되다 보니 다소 짠한 아이돌 얘기도 있어 마음이 아팠다.  

2008년 소녀시대와 원더걸스가 시장을 거의 양분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너무나 많은 걸그룹들이 비슷비슷한 수준으로 인기를 누린다. 그 중에는 꾸준히 잘 나가고 있는 그룹도 있는가하면, 팀 내 인기의 불균형으로 활동의 지속이 아슬아슬해보이는 팀도 있다. 팀 이름보다 개인적으로 더 유명한 미스에이 수지나 AOA 설현 같은 경우는 팀 내 독보적인 소녀가장 멤버다. 누가 벌어오더라도 수익은 1/n 한다고 하지만, 그게 어디 마음이 편하겠는가. 서로 불편한 마음이 지속되다보면 언젠가 폭발하기 마련이다. 경제적으로도 빈부의 격차가 큰 나라는 건강한 나라가 아니듯, 걸그룹 내에서도 멤버들간의 인기 정도가 비슷비슷한 그룹들이 더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는 건강한 구조라고 한다. 그 중 에이핑크가 멤버들간의 인기정도를 가장 고르게 가져가는 그룹이라고 한다. 처음엔 오히려 몇몇 멤버가 더 주목을 받았지만 해가 갈수록 모든 멤버의 인기가 고르게 분포되어 북유럽 스타일의 인기구조라나ㅋ
<프로듀스 101>의 성공 이유로 '이케아 효과'를 드는 것도 흥미로웠다. 이케아는 가구를 사서 고객이 설계도를 보고 직접 조립하는 브랜드로 유명하다. 그 대신 좋은 품질의 가구를 좀 더 저렴하게 살 수 있는데, 사람들은 자기손으로 직접 가구를 조립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손길이 간 가구에 더 애정을 가지게 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긍정적으로 말하게 된다. <프로듀스 101>은 국민들이 직접 뽑는 아이돌이었고, 자기가 뽑은 아이돌이 점점 성장하며 잘되는 모습을 보고 투표자들은 더 큰 애정과 보람을 느꼈을 것이다. 나 또한 우리집을 꾸미면서 대부분의 가구를 이케아에서 구매했는데, 가구를 사올때부터 시작해서 조립하고 완성할 때까지 사실 너무나 힘들었다. 특히나 침대는 무려 4~5시간동안이나 조립을 하고 나서 지쳐 쓰러졌는데,  그것이 어느새 다른 사람들에게 말할 때는 하나의 무용담이 된다는 걸 깨달았다. 조립할 때 힘들었던 경험 때문에 괜히 더 애정이 가고, 제품에 대한 만족도도 커서 앞으로도 아마 오랫동안 애정을 가지고 사용하게 될 것 같다.

아이돌은 말 그대로 많은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다. 그런 만큼 빛과 어둠의 차이도 크다. 잘되는 걸그룹은 그만한 이유가 있고, 잘 안되는 걸그룹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경제학 책이 아니라 아이돌 잡지 한권을 읽은 느낌이다. 근데 약간 아쉬웠던건 걸그룹 얘기로 시작해서 관련된 경제원리를 설명해주고, 많은 경우 정치 이야기를 예시로 들어 설명한 부분이었다. 아마도 저자가 중앙일보 기자라서 그런 부분에 밝다보니 그런건가 싶기도 하지만, 어쩌면 민감할 수 있는 현재의 정치이슈까지 들고와서 설명한 부분이 조금은 위험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걸그룹 경제학》은 정말 재미있다. 단, 자기가 좋아하는 걸그룹에 대한 이야기가 마음에 안드는 방식으로 언급될 수도 있으니 주의요망ㅋ 한 예로 아이유가 뮤지션으로는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 데 반해 연기쪽으로는 실패했다는 식으로 적혀있어서 좀 마음에 안들었다. 

난 그 의견 반댈세.
팬심은 어쩔수 없나보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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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31 09: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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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1 08: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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