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마음을 산책 중 - 따뜻한 신혼의 기록, 유부의 마음
자토 지음 / 시공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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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어디서 깨볶는 소리가 나는데? 이상하게 남들 신혼생활은 어떤지 궁금한게 많아지는 요즘, 부럽고 알콩달콩한 신혼부부의 깨가 쏟아지는 신혼일기를 보았다. 10년간 자취를 했다며 자취토끼에서 따온 '자토'라는 별명을 쓰는 작가와 그녀의 듬직하고 귀여운 남편 '코기'. 어감이 좀 이상하지만, 그녀 말에 따르면 남편이 너무 개 같은 면이 많단다.(물론 좋은 의미로ㅋ) 그래서 별명도 웰시코기에서 따온 '코기'다. 애교도 많고, 부인밖에 모르고, 다정다감하고 착한 남편! 그래, 남자는 모름지기 착하고 볼 일이다. 지금 내 남자처럼(깨알 자랑)ㅋㅋㅋ 둘이 알콩달콩 하게 사는 걸 보니 부럽기도 한데, 어라, 이 부부에게서 우리의 모습이 보인다. 
뭐지, 이 익숙한 느낌은.... 때론 공감하면서, 때론 부러워하면서 즐겁게 읽었다. 나도 좀 더 알콩달콩하게 살아야지 하는 생각도 하면서!



서로의 마음을 산책 중

남편 간지럽히면서 못살게 구는 건 나만의 전매특허인 줄 알았는데, 아니 이부부도 똑같네. 오빠가 미친듯이 간지럼을 많이 타기 때문에 오빠가 말을 안들을 때면 숨이 넘어가도록 간지럽히기 전술을 쓴다.
"으하하하학~ 살려줘" 소리가 나오면 
"잘못했지? 빨리 잘못했습니다~ 해봐!"
"으학!! 살려줘~ 으하하하하하~ 잘못했습니다" 
"오키! 그래야지!" 하면서 슬쩍 간지럼을 멈춘다. 
이것이 내가 원하는 것을 쟁취하는 무척이나 쉬운 방법이랄까. 자토의 남편 코기도 무척이나 간지럽힘을 많이 타나보다. 역시나 간지럼 많이 타는 남편들이 괴롭히기 딱 좋은 법!ㅋㅋ



지난 봄이었던가, 가을이었던가 둘이 운동을 해보자며 고급 배드민턴채를 사서 집앞 공원에 갔었더랬다. 
"나 진짜 배드민턴 잘쳐! 나 장난 아닌데? 덤비는거야?"
서로 이렇게 큰소리를 땅땅 쳤건만, 셔틀콕이 서로 2,3번 왔다갔다 하기가 힘들었다. 한번 패스하면 공주으러 다니기만 바쁘다가 몇 분 못치고 힘드니까 그만하자며 돌아왔던 기억! 그 뒤로 배드민턴 치자는 말이 쑥 들어갔다. 이 커플도 큰소리 떵떵치며 배드민턴 치러 나갔다가 13분만에 헉헉 거리며 돌아왔단다ㅋㅋ



서로의 마음을 산책 중

코기가 만들어준 맛있는 카레를 먹고 있을 때 시어머니의 전화가 와서 카레를 먹고 있다고 하자, 시어머니는 당연히 자토가 만들어서 같이 먹는줄 알고 계신다. 차마 그게 아니라고 말을 하지 못하며 땀 삐질삐질 하는 자토의 모습에 왜 이렇게 동질감이 느껴지지.. 울 어머님은 아들이 매끼 밥을 차린다는 걸 알고 계실까.. 얼마 전 울 집에 놀러오셨을 때 분위기로 대충 눈치 채신 것 같긴 하지만, 공식적으론 일단 비밀로 하는 걸로...ㅠㅠ



자토와 코기는 사내커플로 만나  연애를 시작했지만, 결혼하면서 자토는 일러스트 작가로 전업하고, 집에서 일을 한다. 프리랜서로 일을 하다보면 항상 무언가 해야할 것 같은 은근한 압박을 받게 마련이다. 일이 잘 안되도 괜히 일을 붙잡고 있어야 할 것 같은 알 수 없는 불안함이 들지만, 남편과 맛있는거 잔뜩 먹고 빈둥거리며 편하게 놀고 나면 다시 힘이 솟아나는 것을 느끼며, 역시 푹 쉬길 잘했어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단다. 
같이 빈둥빈둥 노는 거 엄청 좋지, 난 요즘 일과시간이 끝나면 다른 할 일이 많아도 오빠랑 꼭 같이 컴퓨터 게임(LOL)을 한 두판 한다. 일하면서 쌓였던 스트레스를 게임으로 함께 풀고 나면 훨씬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다보니 요즘 나의 게임실력이 점점 늘고 있어서 팀에서 캐리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ㅋㅋ;)    



집에서 밖에 나갈때도 점점 꾸미지 않게 되는게 역시나 이런 영향이었구나. 예전엔 밖에 나가려면 무조건 화장하고, 옷도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그랬었는데, 요즘엔 오빠랑 가까운 거리 나갈땐 완전 쌩얼에 츄리닝 비슷한 차림으로 나서는 나를 발견한다. 나갈 준비가 한결 빨라진 것은 좋지만, 점점 화장한 얼굴이 어색해져서 걱정이다. 

《서로의 마음을 산책중》을 보면 어쩜 부부가 이렇게 알콩달콩 예쁘게 사는지 부러운 점이 참 많았다. 특히나 남편 자토의 다정다감한 모습과 진짜 그 '개 같은 느낌'(욕 아님ㅋ)이 어떤 건지 궁금해졌다. 이 책을 보니 나도 우리의 재미난 신혼생활을 요런 귀여운 그림과 글로 남겨놓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글은 어떻게든 써보겠는데, 그림이 문제겠지만ㅋ 오빠를 동물에 비교해 본다면 뭐가 될까? 생각나는 건, 사슴이었다. 오빠는 해맑은 눈동자에 순한 초식남 같은 사람이다. 반면 난 앙칼진 육식동물의 피를 지닌 고양이 같은 사람이랄까. 커플은 서로 달라야 잘 지낸다는데, 그래서 우리가 오랫동안 잘 사귀고 있는 건가.

읽는 동안 고소한 깨 냄새가 쏟아지는 알콩달콩한 신혼일기, 결혼을 앞둔 사람이나 혹은 지금 신혼을 한참 즐기고 있는 부부들이 보면 공감도 많이 가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만한 내용이다. 부러움에 배를 부여잡을 수도 있지만, 덤으로 행복도 같이 느낄 수 있다. 그러니 신혼이 점점 끝나간다 싶은 부부들은 요런 달달한 이야기 읽으면서 애정을 다시 꽉꽉 충전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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