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가르다 - 제6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샘터어린이문고 51
김혜온 지음, 신슬기 그림 / 샘터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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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를 극복하고 훌륭한 사람이 되는 이야기 말고, 
무조건 도와줘야 하는 대상으로 여기는 이야기 말고, 
어떤 장점으로 인해 비로소 공동체의 일원으로 인정 받는 이야기 말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며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 
서로가 서로에게 스미고 물들어 가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
<작가 수상소감 중에서 p. 99>

정채봉 문학상 수상작으로 심사위원들의 이견없이 결정되었다는 《바람을 가르다》는 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이야기다. 책에는 <바람을 가르다>, <천둥 번개는 그쳐요?>, <해가 서쪽에서 뜬 날> 세가지 동화가 실려있다. 세 편 모두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등장하는데 작가의 말에서 처럼 장애를 극복해야 하는 대상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들이 소소하게 담겨있다. 

첫번째 이야기 <바람을 가르다>에 나오는 찬우는 뇌병변 장애를 가진 아이다. 엄마는 찬우가 학교에 가서 혹시나 다치진 않을까 항상 노심초사 걱정이 많은데 그런 찬우의 보디가드 같은 친구 용재가 나타났다. 무엇이든 대신 해주려고 하는 엄마와 달리 용재는 덤벙대긴 하지만 찬우가 뭐든지 직접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대하려고 노력한다. 자신을 과보호 하는 엄마 때문에 항상 자신감이 없었던 찬우가 오히려 서툴지만 순수한 마음을 가진 용재 덕분에 용기를 가지게 되는 이야기다. 자신과 다르다고 해서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함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마음이 정말 예뻤다. 

두번째 이야기 < 천둥 번개는 그쳐요?>는 장애인 오빠를 둔 여동생 이야기다. 얼마전 읽은 <마이 시스터즈 키퍼>에서 처럼 집안에 아픈 아이가 있으면 집안의 모든 관심은 줄곧 아픈 아이에게로만 향하기 마련이다. 오빠가 학교 끝나는 시간에 맞춰 복지관에 데려다주는 일을 맡고 있는 여동생은, 어느 날 학교 앞 교문에 있어야 할 오빠가 없어진 것을 알고 걱정하며 온 동네를 찾아다니기 시작한다. 오빠가 없어진 것이 자기 탓인 것만 같아 너무 불안하고 속상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은 오빠를 돌보기 위해서 태어난 존재인 것 같아 한켠으론 서러운 마음이 복받치는 아이의 마음을 가슴 찡하게 담아낸 이야기다. 

세번째 이야기 <해가 서쪽에서 뜬 날>은 학급에 장애아가 있는 학교 선생님에 관한 이야기다. 자폐를 지닌 유빈이는 학교에 도착하자 마자 내내 울어댄다. 아이의 울음을 그치게 하기 위해 무슨 수를 다 써봐도 아이는 계속 더 크게 울어댈 뿐이다. 선생님은 자신의 지도방식과 겉모습이 카리스마 있다고 여겨 항상 엄한 모습을 유지했는데 어느 순간 아이들이 유빈이를 대하는 것을 보며 자신이 아이를 대하는 방식이 잘못되었다는 걸 깨닫는다. 그러면서 유빈이가 가진 장점과 귀여운 면을 알아가게 되는 이야기이다. 순수해서 더 예쁘고 감동스러운 이야기들이다. 

장애를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한다면 본인과 주변 사람에게 힘든 짐이 될 수 있지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함께 스며들어 살아가고자 한다면 그것 또한 하나의 개성으로 볼 수 있다.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둘러싼 에피소드지만 너무 무겁지 않게, 순수하고 예쁘게 담아낸 동화라서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좀 더 순수하고 밝게 유지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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