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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심은 사람
장 지오노 지음, 피터 베일리 그림, 유영만 옮김 / 나무생각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결과를 바라지 않고 몇 십년 동안 같은 일을 반복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그 일이 본인에게 금전적인 대가를 주는 것도 아니고,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는 일이라면? 이 책은 한 명의 양치기가 몇 십년간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매일 매일 도토리 100개씩을 심어 아무것도 없던 황무지 마을을 숲이 우거지고 개울이 졸졸 흐르는 아름다운 마을로 변모시킨다는 이야기다. 얼마 전 다른 책을 읽다가 우연히 <나무를 심은 사람>의 줄거리를 읽고, 단순한 이야기 임에도 그 울림이 너무 컸기에 꼭 전체 이야기를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사실 그 책에 소개된 줄거리 내용이 거의 다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너무나 단순하고 짧은 이야기다. 하지만 그 깊은 울림은 결코 예사롭지 않다.
부인과 자식을 모두 잃고 황무지에서 양을 치며 개 한마리와 함께 사는 엘제아르 부피에는 일반적인 시선으로 봐서는 절대적인 고독의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보인다. 뿌연 흙먼지가 날리는 황량한 마을에 사는 다른 이웃들은 괴팍하고, 여유가 없으며, 하루하루 눈앞의 먹을거리에만 의존하며 급박하게 살아가는 반면, 그는 가족 한명 없이 혼자 살면서도 깔끔한 옷차림에 정돈된 생활을 하고, 주변 환경에 전혀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여행을 떠났다가 황무지 마을에서 우연히 길을 잃고 부피에의 집에서 머물게 된 소설의 화자는 다음 날 부피에가 정성스레 분류한 도토리들을 가지고 나가서 쇠 꼬챙이로 땅에 정성스럽게 심는 장면을 목격한다.
매일 100개씩, 그 양치기는 지난 3년동안 10만개의 도토리를 심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중에서 2만개만 싹이 난다고 가정하더라도, 그 중의 반은 자연재해나 동물들로 인해 먹혀 없어질 것이고, 1만개 만이 제대로 된 나무가 될 것 같다고 가정하고 있다. 그 곳은 부피에가 소유한 땅도 아니고, 나무를 심는다고 누군가가 돈을 주는 것도 아니다. 단지 이런 황무지 같은 마을이 살아나려면 나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부피에가 있을 뿐이다. 그렇게 부피에는 많은 시간이 지난 후 사람들이 도저히 한 사람이 했다고는 믿기 힘들정도로 아름답고 울창한 숲을 만들어 낸다. 물론, 그렇게 숲이 만들어지고 난 후에도 그는 죽는 순간까지 나무심기를 멈추지 않는다.
「이 고장 전체가 건강하고 번성하는 지역으로 변신 하는데는 8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 1913년 당시에는 폐허의 땅이었으나, 이제는 잘 단장된 농장들이 들어서서 행복하고 안락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
< 나무를 심은 사람 p.50>
처음엔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행위였지만, 생각외로 그것이 결과로 나타난 것은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은 것에 놀랍다. 황무지에 나무를 심으면 환경이 좋아질 수 있다는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실제로 바로 행동에 옮겨 매일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것도 묘목이 아닌 도토리를 심는 일로 말이다.
나의 나쁜 습관 중 하나는 무언가 도전할 거리가 생기면 그때만 바짝 집중해서 어느 정도 결과를 보고 난 후 빠르게 질려버리는 것이다. 노력하는 양에 비해 빠르게 결과가 나왔던 적이 많아서 슬슬 자만하며 게을러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나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우직하게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뒤쳐지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스피드가 생명인 단기 프로젝트에는 강할 지 모르지만, 장기 프로젝트에선 항상 좋은 결과를 보지 못했던 적이 많았다. 꼭 토끼와 거북이에 나오는 토끼 꼴이다. 혼자 까불다가 결국엔 거북이에게 지고 마는.. 그런 의미에서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무언가에 꾸준히 집중하여 매일매일 해나가는 사람들이 참 부럽다. 이 이야기가 내 마음을 좀 강하게 후벼판 것은 그 이유가 큰 것도 같다.
다행히 이제 한 해를 마무리 하는 시점이기도 하고, 무언가 마음 먹었다면 깨끗이 털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시점이 왔다. 내년에는 하루하루를 알차고 뜨겁게 보내고 싶어 기록용 다이어리만 몇개를 샀는지 모른다. 뭘하든 꾸준히 해보고 싶다. 그것이 매일 도토리를 심는 것이든, 일기를 쓰는 것이든, 글을 한 줄 쓰는 것이든 뭐든지 좋다. 그냥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매일매일 뭔가 꾸준히 해보고 싶다. 부피에가 했던 작은 행동들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숲은 그런 작은 열망을 마음속에 심어준다.
새해엔 주변에 흔들리지 않고 뭔가 꾸준히 해보고 싶은 사람들은 필히 <나무를 심은 사람>을 읽어보도록 하자.
마음 속 깊은 감동이 당신에게 꾸준히 할 수 있는 힘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