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시스터즈 키퍼
조디 피코 지음, 이지민 옮김, 한정우 감수 / SISO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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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 중에 아픈 사람이 있다는 것은 분명 슬픈 일이다. 그런데 내가 태어난 이유가 그 형제를 살리기 위해 장기와 피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면? 그건 좀 슬픈 일이지 않을까? 한 부모 밑에서 태어난 형제들은 같은 피를 나눠가진 만큼, 부모에게 똑같이 사랑받기를 원하는 경쟁자들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아이가 어려서 자기 몸에 대한 선택권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부모 마음대로 아이의 몸에서 피와 골수, 장기를 빼서 그애의 언니에게 줄 수 있는 것일까? 부모의 입장에서는 아이를 살리기 위해서는 당연하다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안나의 입장에 동화된 나머지, 그녀의 부모들을 내심 불만에 찬 눈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마이 시스터즈 키퍼>는 동명의 영화로도 개봉된 적이 있는 영화원작소설 이며, 다양한 도덕적 관점이 충돌하는 소재를 활용해 충격적이고도 기가막힌 이야기들을 만들어냈다. 소설을 읽으면서 줄곧 소름끼치면서도 애잔한 감정을 감출수가 없었던 것 같다. 

「"처음으로 언니에게 준 건 제대혈있었어요. 신생아 때였죠. 언니는 급성전골수세포성백혈병(APL)을 앓고 있었고 제 세포 덕분에 나아졌죠. 다음 번 병이 재발했을 때 저는 다섯 살이었고 의사는 제 몸에서 림프구를 뽑아갔어요. 세번이나요. 첫 시도 때 충분한 양을 뽑지 못한 것 같았거든요. 그마저도 효과가 없자 이식을 하기 위해 골수를 뽑았어요. 언니가 감염되자 과립 백혈구를 기증해야 했고요. 언니가 다시 재발했을 때에는 말초조혈모세포를 기증해야 했지요." 」 <p.31>

안나는 언니 케이트에게 유전적으로 딱맞는 기증을 할 수 있도록 태어난 유전자 맞춤아기였다. 어쩌면 복제인간과 약간 비슷한 개념으로 태어난 셈이다. 태어날 때부터 언니에게 자신의 피와 골수와 백혈구를 끝없이 기증해야 했던 아이, 이제 언니 케이트는 백혈병이 아닌 신부전증으로 문제가 생겨 신장이식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신장은 2개가 존재하고 하나만 있어도 살아가는데는 지장이 없기에 부모는 안나가 당연히 기증해줄 것이라 생각하지만, 이제 안나는 더이상 언니에게 기증하는 것을 그만두고 싶다고, 자신에게 기증을 강요하는 부모님을 고소하겠다며 변호사를 찾아간다. 13살이라는 아직 어린 나이에 어려운 전문용어를 줄줄 외며 반쯤은 어른이 된 모습으로 변호사에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안나의 모습이 참 안타깝다. 

부모의 관심은 항상 아픈 케이트였다. 아픈 케이트가 제일 괴롭긴 하겠지만, 남아있는 아이들은 부모의 무관심 앞에 소외감으로 점점 삐뚤어져간다. 소설에서 비중은 작지만, 케이트의 오빠 제시는 동생에게 기증도 할 수 없는 입장이고, 부모의 관심도 받지 못하는 상태다. 커갈수록 점점 삐뚤어지며 마약과 술에 쩔어지내고, 방화를 저지르기도 한다. 부모는 계속해서 속을 썩이는 제시를 마음속으로 포기하게 되지만, 누구에게도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지 못하는 제시의 상처받은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됐다. 

소설은 모든 등장인물의 시점을 돌아가면서 보여준다. 아이를 키우는 것이 자신의 변호사 커리어를 쌓는 것보다 훨씬 행복하다고 여겼던 엄마 사라, 소방관으로 일하면서 매일 위급상황을 맞이하지만 집에서 언제 케이트가 쓰러질 지 몰라 발을 동동 굴리는 상황이 더 힘든 아빠 브라이언, 언니를 살리고 싶은데 반대로 죽여야 하는 입장에 처해 복잡한 심경의 안나, 이 모든 불행에 괴롭고 거기에 외로움까지 더한 제시 등 각자의 입장에서 보면 누구 한명이 나쁘다고 할 수 없을 만큼 모두가 힘든 상황이다. <마이 시스터즈 키퍼>는 집안에 아픈 사람이 생겼을 때 모든 가족들이 겪을 수 있는 보편적인 괴로운 상황들과 함께 그 중 한 아이의 희생을 동력으로 다른 아이를 살려야만하는 특수한 상황을 끼워넣어 다양한 각도에서 생각해볼만한 인생문제를 던져준다. 

책을 읽을 땐 안나에게 몰입한 나머지 부모들이 야속하게만 느껴졌는데, 리뷰를 쓰면서 감정에서 좀 벗어나 생각해보니 부모들의 결정이 일견 합리적으로 보이는 면도 있기에 도저히 한쪽 편을 들어주기가 힘든 이야기다. 물론 소외받은 자식들의 외로움은 어디가서 보상받아야 하나 싶기도 하지만 말이다. 

특히 소설의 생각지도 못한 충격적인 결말은 책의 여운이 오래도록 뇌리에 박히게 한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소설, 영화도 찾아봐야겠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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