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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한 지성의 단련법
사이토 다카시 지음, 홍성민 옮김 / 샘터사 / 2017년 9월
평점 :
삶에 어려운 문제가 닥쳐와서 우왕좌왕 하고 있을 때 옆에서 차분히 해결법을 생각해서 말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다. 같은 현상을 보고도 하늘이 무너졌다며 좌절만 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그것을 기회로 삼아 또 다른 길을 개척해내는 사람이 있다. 그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지성은 어려운 문제나 힘겨운 현실에 직면했을 때 그 원인을 밝혀내는 힘이고, 취할 수 있는 현실적인 선택지를 찾는 힘이며, 실제로 행동으로 옮겨 대처하는 힘이기 때문이다. 즉 진정한 지성은 '살아가는 힘'이다.」
< 유연한 지성의 단련법 p.6>
흔히 지성인이라고 하면 많이 아는 똑똑한 사람을 떠올리기 쉬운데, 어떤 현상에 대해 알고만 있는 지식과 아는 것을 이용해 현실의 어려움을 실질적으로 대처해나갈 수 있는 지성은 다른 종류에 속한다. 한마디로 지성인은 아는 것을 바탕으로 자신의 뜻을 실현하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사람인 것이다. 저자 사이토 다카시는 이러한 지성이 단련을 통해 발전할 수 있는 능력이라며 이 책을 썼다. 살아가면서 수많은 문제에 부딪치고 그때마다 현명한 결정을 해야 하는 우리에게 지성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인 것이다.
지성은 어떻게 해야 단련할 수 있을까?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은 정학한 이해이다. 올바른 이해를 통해 바르게 판단해야 올바른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해에 근거하지 않고 움직이면 선입견이 개입할 수 있고, 주위의 소문이나 권위에 휘둘릴 수 있다. 그렇기에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하되 타인의 비판도 받아들일 줄 아는 유연한 정신이 필요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 살아있는 지성을 배우기 위해서는 롤모델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지성을 습득하는 데 무엇이 최선인가를 생각한다면, 역시 실존 인물, 즉 어려운 시대에 지성이라는 무기로 최선을 다해 살아간 사람들의 삶을 실마리 삼아, 그들의 사고와 사상을 참고해 볼 수 있다.
지성의 중요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자신의 지성을 높이기 위해 고생과 시행착오를 경험하는 것.」
< 유연한 지성의 단련법 p. 19>
그래서 이 책에서는 저자가 생각하는 각각의 롤모델을 예로 들어 그들이 자신에게 닥친 난관을 어떤 방식으로 헤쳐나갔는지에 대해 실제 예시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철저히 고민하여 단련하는 지성,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지성, 신체에 깃드는 지성, 자아를 해방시키는 지성, 탐구하는 사람이 깨닫는 지성 등으로 챕터를 나누어 저자가 생각하는 롤모델들이 어떤 지성으로 자신의 주어진 상황을 돌파해 나갔는지 알려준다. 다만 제시한 롤모델들이 모두 일본인에 한정되어 있어, 나쓰메 소세키 정도의 인물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잘 모르는 인물이라 아쉬웠다. 좀 더 일반적으로 많이 아는 인물을 예로 들어 설명했으면 훨씬 더 흥미롭고 재미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책을 읽다 공감하는 구절을 발견했다.
「인간은 자신의 생을 고집하면 거꾸로 많은 고민과 고통을 안게 된다. 그러나 앉아 있을 때나 누워 있을 때나 항상 '죽는다'는 각오로 일상을 살면 그런 고통에서 해방되며, 결과적으로 충실한 삶을 살 수 있다.」 <p.107>
나는 보통 언제 죽어도 상관없다는 조금은 과격한 생각을 하며 사는 편이다. 주위 사람들이 이 말을 들으면 삶의 의욕이 없는건가 하며 놀라곤 하지만, 그렇다고 죽고 싶은 건 아니다. 오히려 진짜 힘든 일이 생기면, '최악이래봤자 죽기밖에 더하겠어, 그냥 죽기전에 해볼만큼한 해보자.' 라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죽기전에 무슨 짓인들 못하겠는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 세상에 그닥 힘든 일이란 별로 없다. 살고자 하는데 미련을 두고 안달복달하는 것보다 훨씬 마음도 편하고, 일도 더 잘 풀리는 경험을 했다. 한때는 진짜 힘들어서 그런 생각을 했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게 더 평온한 마음 상태인 것 같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삶에 큰 미련을 두지 않는 것, 오히려 그건 힘들때도 삶을 포기하지 않게 해주고, 마지막 힘을 쥐어짤 수 있게 해주니까.
사이토 다카시의 말대로 지성인은 살아갈 힘을 지닌 사람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넘어지지 않고 돌파구를 찾아내는 사람, 나도 그런 '살아가는 힘'이 넘치는 지성인이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