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고양이랑 한잔 - 나를 위로하는 보드라운 시간
진고로호 지음 / 꼼지락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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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보드랍고 따뜻한 털이 사람에게 얼마나 심리적으로 위안을 주는지 겪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강아지처럼 애교가 많지 않아도 집사의 기분이 우울해보이면 스윽 와서 골골송을 부르며 따뜻한 체온을 나눠주는 고양이는 그래서 모든 집사의 힐링의 존재요, 많은 사람들이 '나만 고양이 없어'를 외치는 이유이리라. 이 책의 저자는 고양이 다섯 마리와의 5묘한 동거를 귀여우면서도 아주 솔직한 그림과 함께 써낸 그림 에세이 이다. 고양이 밥값을 벌기위해 기꺼이 출근한다는 저자 진고로호는 이름만 보고 처음엔 일본인이거나 혹은 남자라고 생각했는데, 실은 30대 여성이다.  퇴근하고 나서 다섯 마리의 고양이들에게 사랑받는 그 시간이 가장 즐겁다는 그녀는 회사일이 너무나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돈이라는 현실적인 이유로 오늘도 고양이 밥값을 벌기위해 꿋꿋이 출근한다. 


아무리 고양이가 좋다지만 혼자서 다섯 마리나 키우는게 힘들지는 않을까. 진고로호는 처음에 고양이 두마리를 키웠는데 우연한 기회에 구조하거나 임보한 고양이를 맡게 됐다가 결국엔 엄청난 다묘 집사가 되었다. '나만 고양이 없어'가 유행어로 돌만큼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은데 다섯마리나 있는 고양이 부자인 저자는 의외로 고양이를 키우는 걸 별로 추천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고양이의 귀여운 겉모습만 보고 키우기에는 생각보다 책임져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매일 같이 뿜어대는 털, 각종 사료비와 병원비등 일상 생활에서 감내해야 할 부분도 많고, 멀리 여행가는 것도 포기해야 할때가 많다.  나 또한 다림이를 키우고 나서 여행 횟수가 현저히 줄어들었고, 빠른 시일 내에 다녀올 수 있는 가까운 여행만 겨우 다녀올 때가 많다. 더군다나 저자처럼 고양이가 많으면 맡길데가 마땅찮아서 더 힘들 것 같다. 하지만 저자의 고양이 사랑은 눈물 겹도록 깊다. 회사에서 일을 할때나, 힘든 일이 생길 때 언제나 가장 가고 싶은 곳은 고양이들이 있는 집이다. 고양이들의 무한 사랑을 받으며 자신의 존재가치를 크게 느낀다는 저자에게 약간은 짠한 마음도 들었다. 



저자는 자신을 새장에 길들여진 작은 새라고 표현하며 새장에 갖혀 살듯 직장에 계속 다니면 꾸준한 월급과 함께 바깥 위험도 사라지지만 영원히 날지 못하게 될까봐 걱정하기도 한다.  직장을 그만두고 좋아하는 그림만 그리면서 고양이들과 여유로운 시간을 누리고 싶은 저자의 처절한 바람이 그림 에세이 전체에서 느껴져서 안타까웠다. 이제 이미 그림 에세이 까지 낸 현업 작가까지 된거니 어느 정도 꿈을 이룬거 아닐까. 저자가 앞으로는 너무 속으로 끙끙 앓지 말고 하고 싶은거 하면서 꿈을 펼치며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퇴근 후 고양이랑 한잔 은 고양이와의 생활들이 너무 가감없이 드러나 있어서 섣부르게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경고하는 느낌도 든다. 진고로호가 키우는 고양이 중 진고는 11년째 아무데나 오줌을 싸는 오줌싸개 고양이다. 화장실을 잘 가리기로 유명한 고양이가 아무데나 오줌을 싼다니, 덕분에 아직도 집에 카펫과 소파도 하나 못놔두고 산다고 한다. 고양이 소변은 냄새가 심하기로 유명한데 그걸 10년 넘게 감내하면서 살면서도 진고가 항상 건강하게 잘 자라주기만을 염원하는 집사의 마음은 참 대단하고도 눈물 겹다.   고양이 때문에 얼굴에 상처가 생기거나, 고양이 목욕 시키다가 허리가 삐끗해서 병원에 가게 되도 고양이 때문이 아니라 혼자 넘어졌다며 거짓말을 한다고 말하는 저자는 사람들이 고양이에 대한 나쁜 편견을 가지게 될까봐 걱정되서라고 말한다. 그만큼 모든 고양이에 대한 무한애정을 장착한 아름다운 사람이다. 

퇴근 후 고양이랑 한잔 책을 읽으면서 특이하다고 느낀 점은 그림 에세이는 보통 주인공을 미화해서 귀엽거나 개성있게 표현하는게 주로 많은데 여기 나오는 주인공의 얼굴은 초등학생 그림처럼 지극히 평범하다는 점이다. 심지어 자신을 돼지코에 뚱뚱하고 평범하게 표현해 놓고, 자신은 예쁘지도 않고 뚱뚱하다고 말한다. 반면에 고양이들은 한마리 한마리 다 털모양이 미세하게 다르고, 사람처럼 옷도 입고, 다양한 포즈에 표정도 다양하게 표현해놓았다. 고양이와 사람을 구분하지 않고 똑같은 것처럼 표현해놓은 것에서 고양이들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퇴근 후 고양이랑 한잔 하며 위로받는 보드라운 시간, 이 아름다운 시간을 통해 저자를 포함한 많은 집사들이 위로받길 바란다. 나 또한 매일 다림이의 보드라운 털을 만지며 가슴 가득 따뜻한 에너지를 전달받아 즐겁게 살아야 겠다. 

저자 진고로호씨, 앞으로도 오묘들과의 즐거운 동거생활 응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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