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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 마음 꽃이 되고 고운 말은 빛이 되고 - 내일을 밝히는 오늘의 고운 말 연습 ㅣ 아우름 22
이해인 지음 / 샘터사 / 2017년 7월
평점 :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이런 케케묵은 속담을 굳이 들이대지 않더라도 말을 이쁘게 하는 사람은 어떻게든 이득을 보게 되어있다. 문제는 그렇게 이쁜 말과 이쁜 마음을 일상 생활에서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 문제일 뿐. 요즘 처럼 인터넷에서 비실명성을 핑계로 오만 해괴망측한 악플들이 달리는 세태를 보아하면 인간이 어떻게 저런 생각을 품고 말을 할수가 있나 하는 생각도 들곤 한다.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봐도 눈물이 핑돌고 마음 아픈 댓글들도 수두룩 하다. 인터넷 뿐만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도 정말 말을 막해서 주변사람까지 기분 상하게 하는 사람들도 수두룩 하다.
바로 어제 밥을 먹으러 간 중국 식당에서도 아주 불쾌한 경험을 했다. 낮시간 부터 남자 두명이 식당 한켠에 자리 잡고 서빙하는 아주머니들에게 계속 막말을 늘어놓으며 말끝마다 쌍욕을 하는 모습을 봤다. 어찌된 상황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술안주로 먹을 짬뽕을 그냥 좀 주면 안되겠냐고 하지 않았나 싶다. 선불제로 운영되는 깔끔한 프랜차이즈에서 그런 요구를 하는 것도 웃겼지만, 자기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자 주변 손님들에게 다 들리도록 계속 욕을 하고 시끄럽게 술을 마시더니 자기가 식당에서 이런 취급을 받다니 이런 사태를 블로그에 올릴거라며 당해보라고 으름장을 놓고 나가는 것을 봤다. 블로그에 올려봤자 본인이 욕먹을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듬과 동시에 꼭 여러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진짜 몰상식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시킨 짜장면이 너무 맛있어서 감동하면서 먹고 있었는데 그 손님때문에 체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처럼 나쁜 기운을 내뿜은 말은 그 말을 듣는 당사자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기분도 상하게 만든다. 그게 돌고 돌아 본인에게 돌아올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사실 나도 약간은 다혈질 성격이라 별것도 아닌걸로 흥분하고 짜증을 내는 경우도 많은 편인데, 나에 비해 차분하고 이성적인 남자 친구와 말을 하다보면 다시 서서히 마음이 가라앉는 것을 느낄 때가 많다. 원래 나는 '말'이라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었다. 뱉어내고 나면 사라지고 마는 것이고, 그것이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행동을 움직일 수 있다고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 먹을 수록 '말'이라는 것이 얼마나 엄청난 힘을 가지는지 알아가는 중이다. '말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정말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을 많이 보다보면 그 사람이 하는 말 속에 그 사람의 성격과 사상이 다 들어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미세한 행동과 말이 나 자신을 규정할 수 있다는 말이다. 어느 순간 그것을 깨닫고 말을 조심하게 됐다. 그나마 잘 모르는 타인에게는 예의상으로라도 더 조심하기 쉽지만 제일 어려운 것은 가족에게 대하는 법이다. 너무나 가깝기에 가장 상처주기 쉬운 가족끼리의 말들, 가까운 사람에게 더 막말하게 되는 안타까운 습관등은 정말 고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고운 마음 꽃이 되고, 고운 말은 빛이 되고는 이해인 수녀님이 그동안 여기저기 기고한 다양한 고운 말과 고운 마음에 관한 이야기를 엮어서 낸 샘터 아우름 시리즈 22번째 책이다. 고운말과 고운 마음 이라는 말 자체가 어쩌면 너무 흔해빠져서 오히려 일상과 동떨어진 느낌까지 들기도 하지만, 이 책을 찬찬히 읽어보면서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 들었다.
며칠 전 오랜만에 바닷가에 나갔다가 모래 속 깊이 묻혀 있는 아주 작은 조가비들을 주워왔고, 오늘은 솔숲 길을 산책하다 깨끗한 모양의 솔방울과 도토리들을 주워왔습니다. 저는 이것들을 한동안 소식이 뜸했지만 마음으로 가까운 어린 시절의 벗에게 편지와 함께 보내려고 상자에 담아 두었습니다.
요즘처럼 좋은 물건들이 넘쳐 나고, 돈만 주면 못 사는 것이 없을 만큼 풍요로운 시대일수록 상점에서 흔히 살 수 있는 물건보다는 주는 이의 정성과 따스한 마음이 담긴 요란하지 않은 선물이 오히려 더 반갑고 소중하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아주 작은 쪽지 하나라도 때로는 좋은 선물이 될 수 있음으르 여러 차례 경험하게 됩니다.
몇년 전 여행길에서 여권과 비행기 표마저 잃어버리고 상심해 있을 때, 누군가 나뭇잎에 '굿 나잇Good Night' 이라 써서 제가 머무는 방에 놓아주고 갔지요. 박하사탕 한 개와 함꼐 놓고 간 그 격려의 말은 힘든 중에도 작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작은 마음의 표현들, p.98>
맞다. 비싸고 휘황찬란한 선물보다 작지만 주는 이의 마음이 담긴 작은 선물과 편지에 더 많이 감동할 때가 있다. 언제부터인지 선물을 고를때면 주는 사람이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가격이나 브랜드를 찾게 되는 나를 발견했다. 누군가에게 주는 선물이란 나를 자랑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을 그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인데 말이다. 이해인 수녀님의 이 글을 보면서 갑자기 누군가에게 소박함이 담긴 작은 마음을 선물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말이라는 것은 정말 무서워서 내 입에서 나가는 순간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나 열매를 맺는다. 나만 하더라도 누군가 내게 했던 상처가 되는 말은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가슴 한켠 어딘가에 남아 똬리를 틀고 있다. 바꿔 생각하면 내가 살면서 생각없이 내뱉었던 말 중에 누군가에게 상처로 남아 가슴 한켠에서 뿌리를 내린 말은 없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소름이 돋았다. 이렇게 말을 무서운 것이다. 나쁜 말과 생각은 돌고 돌아 무조건 나에게 돌아온다. 좋은 말을 하기 위해서는 좋은 생각이 필요하다. "나 지금 좋은 생각이 났어, 니 생각" 갑자기 이 말이 왜 떠오르는지 모르겠지만(?) 누군가 들었을 때 기분 좋은 말을 하루에 한번씩만이라도 해보는게 어떨까? 나부터도 하루에 한번 이상 고운 말하기 프로젝트에 들어가야겠다.
말을 위한 기도
제가 이 세상에 태어나
수없이 뿌려 놓은 말의 씨들이
어디서 어떻게 열매를 맺었을까
조용히 헤아려 볼때가 있습니다.
무심코 뿌린 말의 씨라도
그 어디선가 뿌리를 내렸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왠지 두렵습니다.
더러는 허공으로 사라지고
더러는 다른이의 가슴속에서
좋은 열매를 또는 언짢은 열매를 맺기도 했을
언어의 나무
(...)
<고운 마음 꽃이 되고, 고운 말은 빛이 되고 (닫는시 중에서) p.1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