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빈 폰 - 나무, 바람, 흙 그리고 따뜻한 나의 집 캐빈 폰
스티븐 렉카르트 글, 김선형 옮김, 노아 칼리나 사진, 자크 클라인 기획 / 판미동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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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의 따닥따닥 성냥갑 처럼 붙어있는 집에 살면서 옆 집, 아랫 집에서 들리는 말소리나 핸드폰 벨소리까지 공유하며 살다보면 문득, 집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오지가 그립다. 언제든지 마음껏 노래 부르고 기타 치고, 편한 옷차림으로 산책하고, 밤에는 집 앞 마당에 드러누워 쏟아질듯한 별들을 볼 수 있는 그런 집 말이다. 물론 그런 집을 구하려면 생활의 편의성, 인터넷, 택배 배달, 문화 생활 등 많은 것을 포기해야겠지? 하지만 현실적인 부분을 차지하고서라도 우리는 슬며시 그런 집 하나쯤 마음 속에 품고 산다. 지금 당장이 아니더라도 노년쯤에는 시골에 그림같이 예쁜 집 하나 지어서 평화롭고 목가적인 삶을 살리라 꿈꾸면서.  



그런 꿈을 상상 속에 두지 않고 현실로 실행시킨 젊은이들이 있다. 숲속에 자기들만의 오두막집을 만들고 싶었던 젊은이들이 모여 실제로 집을 짓고,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만들어 사람들을 초대하고 웹사이트도 만들었다. 이 책은 웹사이트 '캐빈 폰'을 통해 수집된 상상을 뛰어넘는 흥미진진하고 신기한 오두막 집들의 사진을 모아서 펴낸 포토 에세이집 이다. 두툼하고 깔끔한 양장으로 장정된 책 안에는 컬러로 인쇄된 수많은 환상의 집들이 소개된다. 




비버 브룩을 건립하고 얼마 되지 않아 나는 '캐빈 폰(Cabin Porn)' 이라는 웹페이지를 만들었다. 이 곳에서 친구 몇 명과 함께 우리가 꿈꾸는 집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진들을 수집했다. 쉽게 구할 수 있는 자재를 이용해 기발한 아이디어와 장인 솜씨로 흥미진진하게 만들어진 건축물을 찾았다. 집을 짓는 과정을 통해 배워 나가며, 흔들림 없는 결단력으로 무장한 대담무쌍한 사람들이 일구어 낸 건축물을 모았다. 2010년 이후 웹사이트 방문객이 1000만명 에 육박했고, 1만 2000명의 사람들이 자신의 나무집 사진을 우리와 나누었다. 

'캐빈 폰'이 그토록 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게 나로서는 놀랍지 않다. 우리가 첨단기술의 세계로 더욱 깊숙이 빠져들어 갈수록 눈앞에 펼쳐지는 자연 풍광은 점점 더 숭고해진다. 통나무집 사진은 야생의 자연을 당장이라도 들어가 살 수 있는 주거 공간으로 재구성하는 효과가 있다. 그런 환상이 현실인 경우는 거의 없지만 이런 사진을 볼 때마다 우리는 누구나 마음속에 언제라도 노력하면 지을 수 있는 집 한채 씩을 품고 있다는 걸 새삼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p. 20>





나무 위의 오두막집 - 캐빈 폰

나무위에 어떻게 저런 집을 만들 생각을 했을까? 어릴 적 읽었던 톰 소여의 모험이나 허클베리 핀의 모험 같은 동화가 생각나는 집이다. 나무 위로 올라가는 사다리와 집으로 이어지는 판자다리, 문과 창문까지 다 달린 진짜 집이다. 저기선 무서워서 잠도 못잘 것 같긴 하지만, 보는 것 만으로도 환상적이다. 이런 집을 상상해내고 그걸 실천에 옮겨 실제로 만들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사막한가운데 지어진 집

책에 나온 집 중에 특히 인상 깊었던 집은 사막 한가운데 덩그라니 있는 나무집이다. 사막에 버려진 방갈로를 한 부부가 직접 수리하고 개조해서 자신들만의 공간으로 만들었다. 사방이 뻥 뚫려 있으니 보고 싶은 광경이 있는 쪽으로 창문을 내면 그것 그대로 풍경이 된다. 침실에 누워서 해가 뜨고 달이 뜨는 것을 볼 수 있다. 문만 열고 나오면 불을 피우고 놀 수 있는 캠프파이어 시설이 있다. 무엇보다 이 집 가까이에는 그들을 방해하는 요소가 아무것도 없다. 이 얼마나 완벽한 휴식인가. 부부는 이 집에서 휴식처럼 머물면서 계속해서 천천히 생각날 때마다 집을 뜯어고치며 발전시켜 나간다. 물론 사막이라 기후가 걱정되긴 하지만, 미국 내 집에서 자동차로 왔다갔다 할 수 있는 거리에 있는 집이니 별장으로 이것보다 좋을 순 없다





숲속의 나무집

이 집도 커플이 함께 만든 집이다. 숲속 한가운데 있는 이 집은 눈뜨면 울창한 숲의 신선한 공기가 쏟아져 들어온다. 머리맡에 숲과 나무가 펼쳐져 있다니 이건 왠만큼 좋은 펜션에 가도 못누릴 호사 아닌가. 주변에 다른 집이 없으니 사방이 뚫린 침실도 문제없다. 숲속에 있는 집이라 전기나 보일러 시스템은 수동으로 만들어야 하지만 그것마저도 퇴비의 미생물 분해를 통해 발생하는 열로 따뜻한 물을 공급하고, 태양광 패널을 이용해 전기를 충당하며, 집 앞의 밭에는 수많은 종류의 농작물이 자라고 있어 먹는 것도 자급자족으로 해결 가능하다.  커플은 이 집을 만들고 나서 호스텔을 개업했고, 2011년에는 둘이 결혼도 했다. 이 호스텔은 전세계의 여행자가 묵어가는 인기 좋은 곳이라고 한다. 





이글루 모양 집 - 캐빈 폰

이 집은 겉에서 봤을때는 둥근 이글루 모양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안쪽은 커다란 텐트 같은 모양으로 만들어져 있다. 원하면 하얀천을 들어올려 얼마든지 푸르른 바깥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요즘 집 안에서도 따뜻함도 높이고 아늑한 분위기를 내기위해 텐트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집 자체가 커다랗고 동그란 이글루 모양의 텐트다. 무척 로맨틱하고 사랑스러운 집인 것 같다. 



나도 내 짝꿍과 몇 년 안에는 도심지에서 좀 벗어난 곳에 땅을 사서 우리가 원하는 공간을 꾸밀 수 있는 집을 짓자고 약속하고 열심히 돈을 모으고 있는 중이다. 이 책에 나오는 것처럼 숲 한가운데에 기상천외한 모양으로 지을 순 없겠지만 이 집들이 추구하는 로망과 상상 속에서 좋은 부분을 뽑아내서 진짜 아늑하고 포근한 내 집을 가지고 싶다.  시대가 발전해 기술이 최첨단으로 발달하면 할 수록 사람들은 오히려 아날로그적인 자연의 편안함을 찾게 되는 것 같다. 갈수록 자연을 온전히 누리는데 드는 비용이 커진다. 도시 생활에 지친 이들이여, 캐빈 폰 책을 통해 자연과 가까운 환상의 숲 속 오두막집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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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빠 2017-08-26 05: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낭만적인 책이네요

다림냥 2017-08-26 09:42   좋아요 1 | URL
ㅋ 그쵸~ 사람들의 마음속 환상을 건드리는 책인 것 같아요~^^

겨울호랑이 2017-08-26 11: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에 소개된 집을 직접 만들거나 계속 사는 것은 어려워 보이지만, 책의 내용만으로도 더 자유로운 상상을 할 수 있는 것 같네요^^:

다림냥 2017-08-26 11:49   좋아요 1 | URL
맞아요~ 그야말로 상상속의
집일 뿐이지만 그걸 보면서 대리만족 할 수 있는거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