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와 앨리스와 푸의 여행 - 고서점에서 만난 동화들
곽한영 지음 / 창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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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난 책덕후!! 책에 관한, 그리고 책을 쓴 작가와 이야기에 관한 숨은 이야기는 완전 내 취향저격, 너무 흥미롭고 재미난 책이었다. 혼자 놀라기도 하고, 킬킬 거리며 읽다보니 어느새 하루만에 책을 독파해버렸다. 어릴적 누구나 읽었던, 누구나 줄거리는 알고 있지만 사실 원작을 읽어본 사람은 많이 없다는 고전 동화책에 얽힌 작가의 인생과 동화의 이야기가 만들어진 사연들을 읽고 있노라면 지금껏 평면적으로 알고 있던 동화 이야기들이 3D 입체로 일어서는 것만 같다. 이 책을 읽고나서 해당 동화 원작을 읽으면 정말 색다를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책 사길 좋아하는 책덕후인 나는 또 고전동화를 미친듯이 사들이겠지, 아니, 이미 사들이기 시작했다ㅋㅋ; 그만큼 우리가 알고 있던 얘기들에 흥미를 더해주는 이야기가 가득 담긴 책이니, 동화나 책을, 아니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저자가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재미있고, 술술 읽히는 방식이라 다른 동화들의 이야기도 엮어서 2편도 나왔으면 좋겠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동화는 <작은 아씨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톰 소여의 모험>, <켄싱턴 공원의 피터팬>, <보물섬>, <빨간 머리 앤>, <하늘을 나는 교실>, <안데르센 동화집>, <곰돌이 푸 시리즈>, <닐스의 모험> 까지 총 10편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읽어봤을, 혹은 들어봤을 동화이지만 그 속에 담긴 숨은 이야기들까지 속속들이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이 동화들은 대부분 1800년대 중반 이후부터 1900년대 초 중반 사이에 출판된 책들이 많은데 이 책들의 초판본 가격은 중형 자동차 한대값에 달할 정도로 가격이 천정부지로 높다고 한다. 저자는 꼭 초판본이 아니더라도 초판의 판본을 유지하고 있거나, 적정한 가격대의 고서를 찾아서 수집하는 것이 취미다. 비싼 고서를 수집하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농담처럼 말하는 작가 곽한영은, 각  챕터마다 소유하고 있는 원본고서 사진을 보여주는데,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빛이 바래고, 낡아도 그 시간의 향기가 오히려 더 아름다운 책들이었다. 


동화를 쓴 작가들의 실제 인생 얘기를 풀어놓은 부분에서는 놀란 부분이 많았다. <작은 아씨들>의 작가 루이자 메이 올컷은 자기 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아버지를 둔 탓에 돈을 벌기위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작은 아씨들은 실제 그녀의 가족을 모티브로 쓰여진 소설인데, 실제 그녀의 4자매가 작은 아씨들의 모델이고, 올컷은 자매들 중 둘째 였다. 소설 속에서 올컷을 모델로 한 둘째인 '조'는 작가가 꿈인, 씩씩하고 집안에서 사랑받는 소녀로 나오지만, 사실 올컷은 아빠로 부터, 자매들로 부터 온갖 구박을 받는 구박덩어리였다고 한다. 그런 현실을 소설에서는 사랑받는 소녀로 표현한 부분이 마음아픈 부분이다. 소설가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난 후에도 죽기 직전까지 가족들의 뒷바라지만 하다 세상을 떠난 올컷의 생애를 보면 작은아씨들을 읽을 때 그 전과는 다른 느낌이 들 것 같다. 


책에서 말하는 동화의 이야기가 만들어진 배경들을 보면 실제로 많은 동화들이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그 자리에서 마음대로 지어내다가 실제 동화 속 이야기가 된 사례가 많았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보물섬, 곰돌이 푸 등이 그 사례인데 그 중 곰돌이 푸에 대한 이야기가 좀 흥미롭고도 슬펐다. 우리가 잘 아는 꿀을 좋아하고, 바지를 안입는 곰 '푸'의 이야기는 작가의 아들이 좋아하는 '에드워드씨'라는 곰인형과 그 친구 인형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다. 잡지사의 편집자로 일하던 푸 시리즈의 저자 앨런 알렉산더 밀른은 심심해하는 아들을 위해 만든 동시를 우연히 편집장의 권유로 잡지에 실었다가 갑자기 엄청난 인기를 얻게 된다. 아동관련 도서로 유명세를 타고 싶지 않았던 밀른은 대충 마무리해서 시리즈를 무마하고 싶었음에도 자기의 의도와는 다르게 더욱더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된 경우다. 최고의 카투니스트 셰퍼드와 밀른이 함께 만들어낸 푸 시리즈의 삽화 그림과 이야기는 지금 봐도 절로 웃음이 나올만큼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럽다. 하지만 만화에서 나오는 푸의 친구 로빈의 모델인 밀른의 실제 아들 로빈은 자신의 어릴 적 이야기가 동화로 만들어진  것 때문에 전 생애에 걸쳐 만화 속 로빈과 끊임없이 비교되고 놀림받으며 힘겹게 살아간다. 그는 동화때문에 자신의 어린 시절을 이용당했다며 억울해한다. 하지만 그의 부모인 밀른과 그의 아내는 아들에게 제대로 애정을 주지 않는 사람들이다. 심지어 어머니는 낭비벽이 심해 재산을 다 탕진하고 엄청난 저작권까지 다른 곳에 넘겨버린다.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고 싶다는 로빈의 말도 거절하고는 결국은 저세상으로 가버렸다. 그로 인해 로빈이 받았을 상처는 어땠을까. 만화 속 로빈은 푸와 헤어지며 마음속에서 평생을 함께 할 것을 약속하고 아름답게 시리즈를 끝맺었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실제 로빈 자신은 평생에 걸쳐 부모의 사랑을 못받아 외로움에 떨고, 자신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만화 '위니-더-푸'를 끔찍히 저주하며 살았다는 얘기가 너무 씁쓸하고 안타깝게 다가왔다.


이야기의 성공과 별개로 작가의 인간성이 별로였던 사례도 있었다. 톰소여의 모험 과 허클베리 핀을 쓴 작가 마크 트웨인과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라 할 수 있는 안데르센은 죽을때까지 자신의 욕심과 허영을 쫓는 인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이 좋고 때를 잘만난 마크트웨인은 처음엔 싸구려 저질 소설 취급을 받던 소설이 고전의 반열에 올라 아직도 존경받는 작가의 위치에 있고, 안데르센도 알려진 바와는 다르게 평생을 거짓과 가식, 컴플렉스로 점철된 인생을 살았고, 그의 그런 심리가 그가 쓴 동화 '미운 오리 새끼'나 '벌거벗은 임금님' 같은 작품에도 조금씩 드러나 보인다는 작가의 분석은 무척 흥미로웠다. 


동심과 환상의 세계로만 생각했던 동화에 그 시대의 경제적 현실과 작가의 다채로운 인생, 이야기가 만들어진 날것의 과정까지 합쳐지니 실제보다 훨씬 더 재미난 이야기가 되었다. 마치 한편의 재미난 소설처럼 극적이고 스릴 넘치는 이야기에 관한 이야기 책이었다. 어린 시절 읽고 또 읽었던 동화를 이번에는 어른이 되고나서  인생의 쓴맛 단맛과 동화의 주변 이야기까지 다 아는 상태에서 읽으면 과연 어떤 모습일까?? 어른이 되서 동화를 보는 것이 유치하다고 생각되는가? 그럼 '피터와 푸와 앨리스의 여행'을 한번 읽고 동화를 읽길 권유한다. 고전동화를 쓴 작가들의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겹쳐져 동화가 여러겹의 소설처럼 입체감 있게 느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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