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 말하는 윤리 - 옳은 일을 행하라 한림 SA: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14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편집부 지음, 이동훈 옮김 / 한림출판사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과학잡지를 좋아하는 편이다. 과학처럼 발전속도가 빠른 영역은 왠지 매달, 혹은 분기마다 나오는 책을 통해 최신기술을 습득해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러던 와중 외국에서 유명한 과학잡지인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이라는 잡지에서 특정 주제별 칼럼을 모아서 책을 내는 SA 시리즈 책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 중 '과학이 말하는 윤리'는 14번째 시리즈 이고, 총 20권 발행을 목표로 지금도 계속해서 번역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이라는 잡지가 궁금해서 위키피디아를 검색해봤더니 역사도 매우 오래되고 대중적인 잡지로, 비전문가에게 최신 과학기술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과학잡지라고 나와있었다. 과학에 관심은 많지만 역시나 아는 것은 별로 없는 비전문가로서 이런 시리즈는 아주 반가운 법. 더군다나 최근에 과학과 윤리를 연관시켜서 생각해보는 주제에 관심이 생겨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과학기술이 발전할수록 거기에 상응하여 윤리적인 부분도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영화나 소설에서 많이 다루는 복제인간이나 유전자 조작등의 문제들도 윤리적인 문제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만큼, 과학에 몸 담은 사람들부터가 기술 못지않게 윤리적인 부분을 신경써야 하는 이유다. 과학이 말하는 윤리는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게재된 칼럼들 중 과학과 윤리에 관련된 칼럼을 모아서 발행한 단행본이다. 유전자 DNA에 관한 이야기, 제약회사의 의약실험에 관한 이야기, 부정행위나 표절에 관한 이야기, 스포츠 업계의 화두인 도핑에 관한 이야기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윤리적으로 생각해 볼만한 주제를 던져준다. 



그 중에서 흥미로운 주제 중에 하나는 '생명은 언제까지 생물체에 깃드는가'에 관한 글이었다. 과거에는 단순히 심장이 뛰지 않으면 죽음으로 보면 되었다. 하지만 현대에는 다시 살아날 가망이 없고, 신체의 모든 기관이 죽은 상태와 다름 없더라도 기술의 발달로 인해 인위적으로 심장이 뛰게 하고 숨을 쉬게 할 수 있다. 이렇게 되고 보니 장기이식이 가능한 시기에 대해 논란이 생긴 것이다. 보통 장기기증에 대해 찬성한 환자의 경우, 사망 뒤 장기를 적출하여 새생명을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에게 기증할 수 있다. 하지만 죽음의 시기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을 경우 아직 숨이 붙어있는 경우에도 살아날 가망이 없다고 여겨 서둘러 장기적출을 실시하여 오히려 해당 환자를 죽음으로 내몰수도 있지 않느냐 하는 주장도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하버드 대학의 의사이자 생명윤리학자인 로버트 트러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선 환자가 회복불가능한 치명상을 입었는가? 그리고 환자의 가족도 장기기증에 동의하는가? 이 두가지 모두 긍정적인 답이 나온다면, 연명장치를 제거하여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것이나 장기를 적출해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것이나 윤리적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p.64>


장기기증은 환자가 사망하고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장기적출이 이루어져야 그 장기이식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해당되는 원칙대로 장기이식이 이루어 진다면 다음과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 



더 많은 장기가 더 좋은 상태로 공금됨으로써 매년 장기이식을 기다리다 사망하는 7,000여 명 중 상당수가 목숨을 건지리라고 보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사망자가 더 증가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완전히 죽지도 않았는데 장기를 적출당할까봐 사람들이 장기 기증 서약을 꺼리게 되고, 그로 인해 장기가 부족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한 사람의 생명을 다른 사람의 생명과 교환하는 거래인 장기이식의 불명확성이다. 

<p.65~66>


이 처럼 '죽음의 시기'에 관한 정확한 정의 한가지에 대해서도 그 결과로 인해 수많은 결과를 야기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처신이 필요한 것이다. 


위의 주제 외에도 제약회사의 의약품 연구에 관한 윤리적 문제에 대해서도 꽤 흥미로운 부분이 있었다. 제약회사에서 진행하는 신약 개발의 연구실험 시 일어나는 다양한 비리와 문제점에 관한 내용이다. 새로운 신약을 개발하게 되면 그 약이 해당 질병에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 위험성은 없는지 피험자들을 모집해서 약을 투여하고 연구를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피험자를 많이 모집할 수록 연구비를 더 많이 받는 구조 때문에 해당 질환이 없는 환자라도 무차별적으로 모집해서 실험을 진행한다던가 혹은 정신질환에 관한 연구일 경우 실제 피험자가 해당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는지 의사와의 상담만으로 정확히 판단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명확한 결과를 도출하기가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환자들도 해당 의약실험의 경우 지급하는 돈이 꽤 크기 때문에 자신의 몸 상태를 속이고 무조건 실험에 참여하려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그런 과정에서 투여된 약물 때문에 중대한 부작용을 경험하는 환자가 발생하기도 하고, 실제로 효과 있는 약임에도 제대로 된 피험자에게 실험이 진행되지 않는 바람에 제대로 된 결과가 도출되지 않아시중에 시판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고 한다. 특히나 의사들이 제약회사에 유리한 발언이나 논문을 써주기로 하고 엄청난 돈을 받는 경우도 비일비재 하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사람의 건강과 생과 사가 달린 문제에 대해 그 분야를 책임지고 있는 의학, 약학 분야의 전문가들이 돈을 최우선으로 바라보는 풍조는 정말 없어져야 할 위험한 일인 것 같다. 



과학은 눈에 보이는 세계를 명확히 규정하고 논증하는 학문이다. 그러면서도 우리 인간의 삶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분야이기도 하다. 과학의 최전선에 있는 과학자, 의사등의 전문가들이 제대로 된 윤리관을 가지고 연구에 임해야 보통 사람들도 마음놓고 발전해 가는 과학에 신뢰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그동안 몰랐던 분야나 생각해 보지 못한 분야에 대해서도 세세한 예시와 함께 생각해 볼 문제를 던져주어서 흥미로웠다. 



이 책 외에 다른 주제로 나와있는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SA 시리즈도 한번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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