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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살인 1
베르나르 미니에 지음, 윤진 옮김 / 밝은세상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인간은 생각의 지배를 받는 동물이라 여름에는 겨울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읽으면 더위가 좀 가시는 것 같다. 바깥은 뜨거운 여름이지만 머릿속에는 눈발이 휘날리고 눈이 가득 쌓인 설원이 펼쳐져 있다면 얼마간은 에어컨을 끄고 있어도 덜 덥지 않을까. 더운 여름엔 역시 스릴러 소설이 최고이지만, 거기에 더해 추리력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스토리와 추운 겨울 배경까지 더해지면 여름을 보내기에 완벽한 소설이 아닐까 싶다.
생마르텡의 오래된 수력발전소가 있는 곳, 특히나 추운 겨울엔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고 발전소를 수리하는 직원들만이 정기적인 점검을 위해 방문해서 몇달을 보내는 곳이다. 그 수력발전소로 통하는 해발 2000미터 상공의 케이블 로프에서 인간의 작품이라기엔 너무나 끔찍한 말의 시체가 발전소 수리공들에 의해 발견된다. 말의 목은 잘려나가고 없고, 말의 몸통에서 살을 도려내 마치 새가 날개를 펴고 앉아있는 것 같은 형상의 시체이다. 어떤 살인마가 이런 상상력을 발휘해 말을 죽여서 그 높은 곳에 매달아놓았을까. 말의 무게는 200kg에 달하고 도저히 성인 한명이 들고 나르기엔 무리가 있다. 분명 케이블카로 말을 옮겼을 텐데 그날 밤 그 곳을 지켰던 경비소 직원들은 밤새 케이블카가 움직이는 소리도 진동도 못들었다고 말한다. 도대체 누가,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었던 거지?
끔찍한 사건이긴 하지만 사람도 아니고 말의 시체이니 별거 아니라 생각할수도 있지만 그 말은 그 지역 최고의 부자이자, 다국적 기업의 오너인 에릭 롱바르가 소유한 최고급 순종마 였다. 자신이 무척 아끼던 말이라며 매스컴에 나와 범인을 꼭 잡고 싶다고 말하는 그로 인해 이 사건은 많은 매스컴의 관심을 받는 사건으로 부상하였고, 세르바즈 경감이 이 사건을 떠맡게 된다. 단순한 정신이상자의 살해 행위라고 판단하기엔 너무 끔직하기에 범인을 찾기 위해 증거를 찾다가 특이하고 엄청난 증거를 발견하게 된다. 바로 수력발전소 근처에 위치하는 바르니에 치료 감호소에 수감되어 있는 쥘리앙 이르트만의 타액이 발견된 것이다. 그는 자신의 부인과 그의 정부를 비롯하여 여성 40여명의 살인혐의를 받고 있는 희대의 살인마이자, 전직 검사로써 뛰어난 두뇌를 가졌고 심지어 직업적으로 성공해 사회적인 존경도 받았던 인물이다. 부인과 그 정부를 살해하던 밤, 현장에서 사소한 실수로 인해 꼬리를 밟혀 살인죄로 기소 된 그는 경찰에 잡혔지만 정신질환자로 분류되어 바르니에 치료감호소의 A지역에 수감되어 있었다.,하지만 바르니에 치료감호소는 엄청난 보안 시설로 인해 갖혀있는 환자들이 절대로 빠져나올 수 없도록 이중 삼중으로 둘러쳐져 있는 곳인데 대체 어찌된 일일까.
그 계기로 단순한 말 살해사건은 하나의 연쇄살인의 신호탄으로 바뀌며 이야기가 점점 더 흥미롭게 진행된다. 말 살해사건에서 제대로 된 실마리를 찾기도 전에 또다른 살인이 일어나게 되는데, 이번엔 사람이 철제나무 다리에 목 매달아 죽은채 나체로 발견된다. 자살이라고 할 수 없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죽어있었고, 죽는 과정도 아주 고통스럽고 끔찍했다. 범인은 일부러 범인에게 아주 오랫동안 느리게 고통을 주며 죽인 것이다. 이 일을 계기로 수사는 급물살을 타며 더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되게 된다. 범인이 누굴지, 어떤 이유 때문에 이런 끔찍한 살인을 시작한 것인지 아직은 아무도 알 수 없다. 피해자간의 연관관계를 알기도 어렵다. 다음 타겟이 누가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모두가 긴장한 상태로 범인을 찾고 있지만 어떠한 명확한 증거도 찾을 수 없다. 도대체 살인자와 살해된 사람들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으며, 누가 어떤 앙심을 품고 살인을 시작하게 된 것일까.
소설 눈의 살인은 살인자가 누구인지 찾아가는 과정에서 하나씩 생각해 볼만한 증거를 던져주며 추리를 통해 독자들이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도록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독자는 사건을 맡은 주인공 세르바즈 경감이 사건의 전말에 대해 알아가는 속도와 똑같은 속도로 정보를 획득하기 때문에 소설의 초반 부분은 자칫 지루할 수 있다. 총 2권으로 이루어진 소설이라 보통 소설의 2배에 해당하는 분량이지만 뒤로 갈수록 궁금함이 더해져 읽을수록 속도감이 붙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은 기욤 뮈소와 르몽드 지에서도 격찬을 받은바 있다고 한다. M6텔레비전에서 드라마로도 방영되어 최우수 TV 시리즈 상도 받았다고 하니 작품성과 재미를 둘 다 가진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겨울의 피레네 산맥에서 벌어지는 숨막히는 살인게임과 더위를 잊게 해주는 오싹함이 있어 여름밤 더워서 잠이오지 않을때 읽으면 더위를 가시게 해줄 작품인 것 같다.
여름을 함꼐 보낼 시원한 스릴러물을 찾고 있다면 이 눈의 살인 1,2권과 함께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