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 속 고양이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이데 요이치로 지음, 장윤선 옮김 / 미술문화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몇 년 전에 비해 고양이덕후 들이 넘나 많아졌다. 5년 10년전만 해도 고양이는 무섭다며, 심지어 길고양이를 도둑고양이라 부르며 무시하던 풍조가 많았는데 요즘엔 너도나도 고양이를 부르짖으며 귀욤 터지는 고양이 동영상이나 움짤이 가장 인기있는 시대가 되었다. 언제부터 고양이가 우리의 생활 속에 이렇게 깊이 들어온 걸까? 고양이는 보면 볼 수록 신비한 동물이다. 어쩜 우리보다 똑똑한 동물의 탈을 쓴 존재인지도 모른다. 보통 개와 고양이를 비교해서 설명하곤 하지만 고양이는 개와는 분명 다른 생명체라는 생각을 한다. 나의 반려묘 다림이를 봐도 대체 그 속에 뭐가 들었는지 알수 없는 그 표정, 그 도도함이 자꾸 나를 끌어들인다. 이것이 고양이의 미친 매력이 아닐까? 


고양이의 매력은 일찍이 몇세기 전부터 예술가들도 알아봤나보다. 책속에 나와있는 명화 속에  고양이 모습들을 보니 고양이의 평소 동작이나 행동을 너무나 정확하게 캐치해서 그려놓아 놀라웠다. 그림 속 등장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때로는 구석에서 보일듯 말듯하게, 때로는 그림 속의 주인공인 듯 존재감을 내뿜는 고양이들을 보니 무척 흥미로웠다. 이 책은 일본의 이데 요이치로 와 가와모토 모모코 두사람의 대담으로 구성되어 한쪽엔 그림을, 한쪽에는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화가에 대한 설명과 그림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대화 식의 말랑말랑한 언어로 이루어져 있어 일반적인 예술책보다 읽기가 수월한 느낌이 든다. 





그알못(그림은 알지도 못하는)인 나는 그림을 그린 화가나 그 시대적 배경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책 속에 있는 그림만 한참 쳐다봐도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잼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고양이가 나와서일까. 어떤 그림에서는 숨은 그림 찾기하듯 숨어있는 고양이의 존재를 보고 놀라기도 하고, 넘나 귀엽고 사실 적인 고양이 그림에 놀라기도 하면서 즐겁게 감상했다. 그림 속에서 하나의 배경처럼 등장하는 고양이이지만 고양이가 그림속에서 가지는 의미는 참 다양했다. 먹이를 노리는 악의 화신처럼 등장하기도 하고, 남자에게 사랑고백을 받는 주인 옆에서 고양이 특유의 도도한 표정으로 "난 그 연애 반댈세." 라고 말하는 듯한 그림도 있어 웃음을 자아냈다. 




특히 고양이는 개와 함께 그려져 상대적인 의미를 전달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주인에게 충성을 다하고, 주인에게 옭아매인 채 자유가 없이 표현되어 있는 개들과 달리 고양이는 그림속에서도 자유롭게 뒹굴기도 하고, 장난을 치기도 하고, 식빵자세를 한 채 주변환경과 나는 별개라는 듯 심드렁하게 앉아있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고양이가 주는 메시지가 강력하고, 그림의 구도에도 은근슬쩍 관여하기 떄문에 전체적인 그림의 분위기를 환기시켜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는 것이다.  







위의 그림에 대한 저자들의 설명이 특히 잼있었다. 물체의 예쁜면을 극대화 시켜 키치하게 그리는 것으로 유명하다는 이 화가는 예쁜 소녀와 귀여운 고양이와 강아지를 함께 그렸는데 여기서도 고양이와 개는 대비를 이룬다. 강아지는 소녀가 안고 있는 포즈가 불편하지만 아무말 없이 어정쩡하게 안겨있는 반면, 고양이는 소녀의 포즈가 맘에 들지 않는 듯 금방이라도 한대 후려칠 것 처럼 앞발 하나를 들고 소녀를 노려보고 있다. 이 그림의 제목은 <세명의 친구>라고 하는데 이 세 친구들의 서열을 보면 고양이 > 소녀 > 강아지 순 인것 같다며 그 순서의 높이대로 그린 것이 아닐까 한다는 저자들의 대화가 흥미로웠다. 



고양이는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동물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신비로운 면을 많이 가지고 있는 동물이다. 또한 지구상에서 사람보다 서열이 높은 유일한 동물인 듯 싶다. 동물 중에서 사람을 '집사'로 부려먹을 수 있는 동물은 고양이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예술가들에게도 많은 영감을 주어 예술가들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뮤즈가 되기도 했다는 것. 고양이의 도도함과 심드렁함이 좋다. 그 매력이 명화에서까지 그대로 드러나 있어 더 즐거운 경험이다. 


고양이 움짤보다 좀 더 품격있는 고양이를 즐기고 싶은 고양이덕후 들은 이 책을 보시길.. 

나의 고양이가 좀 더 사랑스럽고 신비스럽게 보일 것이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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