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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미 배드 미 ㅣ 미드나잇 스릴러
알리 랜드 지음, 공민희 옮김 / 나무의철학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굿 미 배드 미
by 알리 랜드

심심한 주말, 편안하게 한번 읽어볼까 하고 별 생각없이 들었던 이 책을 하루만에 다 읽어버렸다. 400 페이지가 넘는 두툼한 두께에도 불구하고 자꾸자꾸 뒤가 궁금하게 만드는 마력으로 새벽까지 잠도 안자고 기어이, 결국엔 책을 다 읽어버리고 말았다. 모두가 잠든 새벽, 홀로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든 생각은 약간의 소름과 함께 서글픈 감정이었다. 마구마구 몰아붙이는 스펙타클한 내용보다는 등장 인물들 각자의 감정에 많은 포커스가 맞춰진 소설이다.
굿미 배드미는 9명의 어린아이를 집으로 데리고 와서 살인한 엄마와 함께 살았던 딸의 이야기이다. 딸인 애니가 살인자 엄마를 경찰에 신고하고, 한밤중에 들이닥친 경찰들에게 자다가 잡혀가는 엄마와 의미심장한 눈맞춤을 하면서 소설이 시작된다. 그 집에선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세상 사람들에게 엄마와 자기 둘만의 비밀이었던 살인이 알려졌고, 살인자인 그녀의 유일한 증인이자 딸인 그녀 애니. 그녀는 엄마가 경찰에 잡혀간 이후 임시보호를 자처한 심리전문가 마크 아저씨의 집에서 "밀리"라는 다른 이름을 지니고 지내게 된다.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절대로 엄마의 얘기를 누구에게도 해서는 안된다. 그렇게 되면 평생 살인자의 딸로 사람들의 편견과 멸시를 받게 될 테니까.
마이크 아저씨의 딸 피비는 밀리와 동갑내기인 금발머리 여자애인데, 아빠가 자기 집에 데려온 아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밀리를 못살게 굴고 싫어한다.
이런 낯선 상황에 놓인 밀리가 새로운 가족과 새로운 학교 생활을 시작하면서 겪는 내면의 변화와 엄마의 재판을 앞두고 겪는 심리적 불안 등을 주로 그리고 있다. 그런 이야기들 가운데에 우리가 정말 궁금해 하는 엄마의 살인과 엽기 행동에 대해서는 중간 중간 건빵 안에 드문드문 있는 별사탕처럼 조금조금씩 나온다. 사람 속을 살살 긁듯 조금씩 나오기 때문에 더 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궁금해 진다.
뉴스에서 엄마는 살인마에 사이코패스라고 떠들고 있다. 밀리는 혼자 생각한다.
"엄마가 사이코 패스면, 사이코패스는 80%가 유전이고, 20%는 환경 요인이 있다는데, 그렇다면 난 100%야. "
밀리는 과연 사이코패스일까?
피비가 밀리를 괴롭힐 때마다, 유일하게 엄마에 대한 비밀을 털어놓았던 모건이 자꾸 엄마를 욕하며 밀리를 자극할 때마다 밀리는 마음속에서 엄마의 목소리를 듣는다.
'애니, 이럴 땐 이렇게 하라고 엄마가 그랬잖니?'
밀리가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지켜보느라 식은땀이 난다. 밀리는 단지 엄마의 살인을 지켜보게 된 피해자...일 뿐일까?
밀리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한편으로는 공감되는 부분도 있었다. 남들에게 숨기고 싶은 부분은 누구나 있다.
밀리는 살아가기 위해 이 커다란 비밀을 안고 앞으로 자기는 살인자 엄마 따위는 가져본 적도 없는 척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 그렇지만 이런 나를 보고도 그대로 좋아해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세상에 혼자 남겨진 외로운 기분이 힘들다. 이런 그녀의 마음이 화학적 작용을 일으켜 그녀의 심장이 뒤틀리게 된다.
착한 나와 나쁜 나! 굿미 배드미!
밀리의 진짜 정체를 알게 될때까지 소설은 계속 읽어나가야 한다.
이 소설은 사람을 끝까지 궁금하게 만들어 끝까지 끌고 나간다는 점에서 탁월한 심리 스릴러 인듯 하다.
사이코패스인 엄마를 가진 소녀의 진짜 속을 알고 싶은 무한한 궁금증과 호기심, 과연 소녀가 엄마를 신고하던 전날 밤. 집에서는 무슨일이 있었던 건지.
그 사건 하나만을 놓고 독자를 책의 끝까지 끌고 가는 힘은 참으로 놀라운 것 같다.
여름날의 스릴러에게 일반 적인 사람들이 원하는(?) 스릴만점의 통통튀는 엽기와 액션은 그다지 없지만 밀리의 진실이 너무나 궁금해서, 그리고 그 날의 진실이 궁금해서 이 소설은 끝까지 힘이 있다. 더운 여름날 끈적이듯 따라붙는 인간의 깊은 내면을 따라가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강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