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진짜 기본 살림법 - 집안일에 속도와 재미가 붙는 생활밀착형 살림교본
박정선 지음 / 어바웃어북 / 2017년 6월
평점 :

집안 살림이 쉽다고 누가 그랬던가. 어릴적 엄마가 척척 해내던 청소와 집안 정리, 음식들을 나는 왜 못한단 말인가. 나는 살림 무식자이면서, 약간의 두려움까지 가진 사람이다. 블로그를 찾으면 무수히 나오는 똑소리 나는 주부들의 깔끔한 정리정돈과 똑부러지는 음식물 보관, 각종 청소법들을 보면 난 왜 이모양이냐며 자책하기도 한다. 결혼하면 자연히 그렇게 되는건가 막연히 생각하기도 했었더랬다. 이 책을 쓴 저자 박정선씨도 처음 결혼해서 자신만의 살림을 시작했을 때는 나 못지않은 살림무식자였던 듯 하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살림은 단순한 것이 아니라 과학적인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부지런히 정보를 찾고, 실생활에 적용해보면서 나날이 살림 스킬을 발전시켜나가며 재미를 찾았다고 한다. 살림 노하우를 공유해 놓은 블로그가 포털 메인에 소개되는 일이 많아지고, 각종 TV 출연도 하게 되는 둥 살림 업계에서 나름 명함을 내밀 수 있을만한 프로 주부이자 저자가 되었다.
살림도 스킬과 창의력이 필요하다. "진짜 기본 살림법" 은 저자가 그 동안의 생활 경험을 모두 녹여 필요할때마다 사전처럼 찾아보고 따라할 수 있도록 다양한 꿀팁을 가득 담았다. 생활하면서 시도해 본 많은 방법들을 하나하나 다 사진 찍어 블로그로 공유하고, 그 중에서도 꼭 필요하고 좋은 정보를 추려서 책으로 냈다.

이 책은 총 5가지 챕터로 이루어져 있다.
진짜 기본 먹거리 관리법 , 진짜 기본 세탁법, 진짜 기본 수납&리폼, 진짜 기본 위생관리법, 진짜 기본 청소법.
이렇게 5가지의 큰 주제 안에서 실생활에서 부딪치는 무수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깨알같이 나눠 주제별로 살림법을 소개하고 있다. 세어보니 총 322가지의 살림 꿀팁이 실려있다. 저자가 직접 생활하면서 찾은 방법도 있고, 인터넷이나 TV에 소개 된 방법들을 직접 체험하고, 좋은 정보와 나쁜 정보를 구분해준다. 궁금한 정보가 생길 때마다 블로그를 찾아보는 나로써는 그 정보가 진짜인지 거짓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는데, 직접 체험하고 인증된 방법만 소개해 주니 믿음직 스러웠다.
진짜 기본 살림법 은 각 챕터의 세부 주제마다 모든 과정을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으로 보여주면서 설명해준다. 사진만 봐도 이해가 쏙 되도록 쉽게 나와 있어서 심심할때마다 들춰보며 나도 이런 방법은 좀 활용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실생활에서 많이 생겨나는 페트병이나 유리병 같은 것도 버리지 않고 재활용 할 수 있는 꿀팁이 가득해서, 나또한 집에 가득 쌓여있다 재활용 쓰레기로 직행하던 페트병을 다시 보게 되었다. 특히 뚜껑 부분만 잘라서 비닐 밀봉 뚜껑으로 사용한다던가, 잘라서 뚜껑 달린 음식물 쓰레기통으로 사용하는 건 별거 아닌것 처럼 보이지만 창의력이 돋보이는 굿아이디어 같다.
그 외에도 집에서 많이 쓰는 물티슈 뚜껑을 뜯어서 다양한 방법으로 재활용하는 법도 있다. 쓰레기 봉지 냄새를 차단하는 뚜껑으로 활용하거나, 봉지과자에 붙여 뚜껑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정말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쓰레기에 불과한 것들도 모두 실생활에 유용한 상품으로 변신한다.

화장실에 항상 꽂아두는 칫솔도 항상 외부에 노출되어 있다보니 위생이 걱정되는 것도 사실인데, 베이킹 소다만 있으면 일주일에 한번씩 베이킹소다를 녹인 물에 담궈놨다가 건조하는것 만으로도 소독효과를 발휘한다. 저자는 책 전반에 걸쳐서 베이킹소다와 구연산, 과탄산수소 등의 천연 세제를 활용해서 각종 기구와 집안을 청결하게 관리하는 다양한 방법을 소개해준다. 나도 예전에 천연세제에 갑자기 꽂혀서 이 3총사는 집에 구비해놨더랬다. 빨래할 때 헹굼 칸에 구연산을 넣어 소독하듯 헹궈주고, 찌든 때를 빼주는 표백이 필요할 때는 산소표백제인 과탄산수소를 사용하곤 한다. 그러고 보면 나도 완전한 무식자는 아닌건가?ㅋ

이 책을 보면서 저자가 집안 곳곳에 숨어있는 곳까지 꼼꼼하게 분리해서 닦아주고 깨끗하게 관리하는 것에 깜짝 놀랐다. 에어컨과 방충망, 키보드나 모니터 등등 집안에서 우리가 쓰는 거의 모든 생활용품을 분리해서 닦는 방법을 알려준다. 저자의 식구들은 집에서 먼지 먹을 일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만큼 실생활 전반에 걸쳐 우리가 어쩌다 한 번 하게 될 청소라도 제대로 알고 따라할 수 있도록 청소의 모든 메뉴얼을 제공한다.
몇년에 할까말까한 구석 청소도 이 책 한 권만 있으면 문제 없을 듯 하다.
살림은 확실히 과학이다. 사실 내 한 몸 부지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가족을 위해서 온 집안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몸에 건강한 음식을 차려주고, 아늑한 집안을 만들어줄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참으로 대단하고 멋진 능력인 것 같다.
끝으로 한마디 덧붙이자면 살림은 여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 독립해서 생활을 해나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살림은 알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초보들도 책으로나마 살림을 배워 자기 집을 잘 가꾸고 꾸려나갈 수 있는 용기를 주고,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나와서 무척 반가운 마음이 든다.
사랑은 책으로 배우는게 소용없을 지 몰라도, 살림은 책으로 배워도 충분히 쓸모가 있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