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주의자의 은밀한 뇌구조 - 뇌과학, 착한 사람의 본심을 말하다
김학진 지음 / 갈매나무 / 201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혹시 주변에서 착한 사람 컴플렉스를 가진 사람을 본 적 없는가?
주변 사람에게 자기 것을 다 퍼주고, 손해를 보면서도 끝까지 착한 사람으로 남고 싶어하는 사람 말이다. 
이런 사람이 적당한 지인 중에 있다면 '저 사람 참 착하네.' 에서 끝나겠지만, 
나의 가장 가까운 사람, 즉 가족이나 연인 중에 이런 사람이 있다면 정말 피곤한 일이다. 
자기 자신보다 남을 더 배려하는 이타성, 이런 감정은 과연 어디서 오는 것일까? 

이타주의자의 은밀한 뇌구조 김학진 저자는 뇌과학의 측면에서 사람들의 사회적 행동을 분석함으로써 뇌의 다양한 부위가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지 밝혀내고 있다. 
그 중 자신의 몸을 내던져 희생하며 다른 사람을 구해내는 영웅적인 행동에 숨겨진 이타성의 바탕이 무엇일까를 밝혀낸 부분이 흥미로웠는데, 
그 부분을 설명하기 위한 실험은 이런 것이었다. 
사람들이 다니는 길에 무인 가판대를 설치하고 물건을 사고 자유롭게 돈을 지불할 수 있도록 만든 다음, 한 주는 가판대 앞에 작은 눈그림을,
다음 한 주 동안에는 꽃 그림을 붙여놓았는데 10주 뒤에 결과를 확인하자 놀랍게도 눈 그림을 붙여 놓았을 때 가판대에 훨씬 많은 돈이 모여있었다는 이야기. 
이 실험은 워낙 유명해서 요즘엔 사람들이 상습적으로 쓰레기를 버리는 지역에는 심심치 않게 매서운(?) 눈을 붙여놓은 경우가 많다. 
단순히 눈 그림 하나 만으로 높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이유는 우리 뇌의 '편도체' 라는 부분 때문인데, 이 부분이 눈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의식적으로는 지각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짧은 시간동안 제시되는 이미지에도 높게 반응하는 거의 유일한 뇌구조'(111쪽)라고 한다. 

이타주의 주의자들은 보통 사람에 비해서 이 '편도체'의 크기가 훨씬 크고, 주변 사람들의 얼굴 표정에 대한 편도체 반응도 높다고 한다. 
주변에서 보는 눈들에 민감하다는 것은 자기도 모르게 주변을 의식하고 남을 돕는 행동을 하게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이타성은 결국은 인정욕구, 즉 자신의 존재를 공고히 하고자 하는 기본 욕구에서 시작해 발전해 왔다는 것이다. 
인간의 이타적 본성이 진화적으로 발전해 온 이유는 이타성이 인간의 존재확률을 높이는데도 기여를 하기 때문이라는 내용은 새롭게 다가왔다. 

사실 모든 인간은 본질적으로 이기적이고 자신의 이득을 위해 싸우는 존재라 생각했다. 
이타심이란 도덕적으로 높은 성장을 한 인간이 본질적인 욕구를 이겨내고 교육을 통해 배운바를 실천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살면서 배가 고프면 밥을 먹고, 잠이 오면 잠을 자는 것처럼 직관적으로 행하는 행동에 가까운 거라고 하니 놀라웠다. 

착한 사람 컴플렉스도 인정 욕구의 하나로 시작되었겠지만, 이 경우는 어쩌면 인정중독의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기심도 적당히, 이타심도 적당히... 모든 것은 적당히가 좋은 것이다. 

도덕적인 얘기라 생각했던 이타성이라는 주제에 관해서 이렇게 조목조목 과학적으로 풀어놓은 얘기를 읽으니 
등 긁는 듯한 시원함도 느껴지는 흥미로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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