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안 24시 - 상
마보융 지음, 양성희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9월
평점 :
절판


중국 소설을 별로 즐겨읽는 편이 아닌데, 이건 뭐 읽다 보니 글로 읽는 액션 영화다. 600페이지가 넘는 두툼한 두께 때문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던 책인데 막상 책을 펴서 읽고 보니 눈만 감으면 불바다 되기 직전의 긴장감 넘치는 장안이 눈에 보이는 것 같다. 한자 표현이 많이 나오는 편이라 처음엔 좀 어렵다고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것도 조금만 익숙해지니 금세 가독성이 쭉 상승했다. 버릴 인물 하나 없는 촘촘한 이야기 구성과 소설 구석구석에 뿌려놓은 떡밥들을 기막힌 타이밍에 주워 담는 실력을 보아하니 보통내기 작가가 아닌듯하다. 역사 소설이라고 해서 어렵고 무거운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엔터테인먼트 소설의 귀재라는 작가 마보융의 타이틀답게 다채롭고 흥미진진하게 독자랑 밀당하는 느낌이라 독서가 즐거웠다. 

아름다운 등롱제가 펼쳐질 예정인 당나라 원소절 축제에 어두운 기운을 품은 돌궐인들이 몰래 잠입한다. 당나라에 원한이 있는 돌궐인들은 모든 사람들이 거리로 즐기러 나온 축제일에 맞춰 장안을 불바다로 만들려고 계획 중이다. 다행히 돌궐의 침입 소식을 미리 접한 정안사의 이필은 돌궐인들을 미리 붙잡아 사전에 사고를 예방하려 하지만 한순간의 실수로 돌궐인의 우두머리 조파연을 놓쳐버리고 마는데.. 축제까지 몇 시간밖에 남지 않은 아슬아슬한 시각, 돌궐인들이 일을 벌이기 전에 어서 그들을 찾아야 한다. 넒은 장안 시내에 소리 없이 숨어있을 그들을 무슨 수로 찾을까 싶은데, 막막한 상황에서 뜻밖에 나타난 묘수는 바로 왕년의 장안 불량수 장소경이었다. 뛰어난 실력을 가진, 거기다 얼마나 무서웠으면 '장염라' 라는 무시무시한 별명까지 지닌 그는 곧 죽음을 앞둔 사형수였다. 사형수이지만 능력만큼은 장안 내 최고를 자랑하는 수준인 그는 과연 시간 내에 돌궐인들을 찾아내 재앙을 막아낼 수 있을 것인가. 

양파 까듯이 계속해서 새로운 사건이 등장하기에 지루할 틈이 없다. 네모 반듯하게 계획하여 지어진 장안 시내의 모습처럼 모든 등장인물과 스토리도 계산된 듯 딱딱 떨어지게 정확하고, 등장인물들도 하나같이 매력적으로 그려져 있어 드라마나 영화로 나오면 딱이겠다  싶었는데 역시나 곧 중국에서 드라마로 상영될 것이라는 소식도 있다. 단 하루 24시간 동안의 이야기를 챕터 하나당 1시간씩 부여해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어, 한참을 읽다가도 아직도 그 하루인가 싶어 아득해지기도 한다. 예전에 했던 미드 <24시>가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한편 당 1시간씩으로 만들어 24편으로 24시간을 만들어낸 것처럼 이것도 그런 구성인듯싶다. 600페이지나 되는데 아직 이 장대한 드라마의 전편에 불과하다. 장안 24시는 상, 하로 나뉘어 있으니까 ㅋㅋ 

<상>편이 오전 10시부터 시작해 오후 9시에서 끝나니 아마도 <하>편에서는 등롱 축제가 벌어지는 밤 동안 벌어지는 어마 무시한 진짜 사건들이 담겨있겠지. 특히나 상편이 너무나 궁금하게 끝나버려서 마지막 문장을 읽는 순간 '악' 해버렸다. 
숨 쉴 틈 없는 추리와 액션을 좋아한다면 완전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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