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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팬 ㅣ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리커버북 시리즈 6
제임스 매튜 배리 지음, 정지현 옮김, 김민지 그림 / 인디고(글담) / 2018년 8월
평점 :
내 기억 속에 피터팬은 의협심 넘치고 동심이 넘치는 다정한 아이였는데, 사실은 기억력 떨어지는 무심하고 영웅심에 사로잡힌 아이라는 걸 사람들은 알까? 피터팬 옆에서 반짝반짝 빛을 내며 날아다니는 작고 귀여운 요정 팅커벨이 사실은 질투쟁이 심술궂은 요정이라는 것도?
어릴 적 읽은 얇은 동화책의 내용이 기억에 전부였는데,(그마저도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어른이 되어서 다시 읽은 피터팬은 사실은 조금 충격적이기도 했다. 달링씨 부부의 세 남매가 피터팬과 함께 네버랜드로 떠나 즐기게 되는 모험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그 모험이라는 게 생각보다 동심이 몽글몽글 솟아나는 귀여운 모험이 아니었다는 것에 좀 놀랐다.
달링 부부의 세 남매 웬디, 존, 마이클이 창문 밖에서 날아온 피터팬과 함께 네버랜드로 떠난다. 몸에 요정 가루를 묻히면 몸이 둥실둥실 떠올라 피터팬처럼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바다를 건너 먼 길을 날아 도착한 네버랜드에는 '집을 잃어버린 소년'들과 해적들이 산다. 웬디는 그 집을 잃어버린 소년들의 엄마 노릇을 하며 소꿉놀이하듯 아이들을 재우고, 밥을 먹이고, 약을 챙겨주며 엄마 역할에 심취한다. 또한 네버랜드에는 한쪽 손이 갈고리로 된 후크 선장과 뱃속에서 똑딱똑딱 시계 소리가 나는 악어도 있다. 후크 선장의 팔은 피터팬 때문에 잘려나갔고, 그 팔은 시계를 찬 채로 악어의 배로 꼴깍 삼켜졌다. 후크 선장의 팔이 맛있음(?)을 알게 된 악어는 후크선장의 나머지 몸까지 탐하여 밤낮으로 후크선장을 쫓아다니는 중이다.
충격적인 장면은 피터팬과 아이들 vs 해적들의 싸움신이었다. 이게 진짜 아이들을 위한 동화가 맞나 싶을 정도로 꽤나 잔인한 묘사가 이어진다. 심지어 아이들은 피터팬이 잔인하게 죽이는 해적을 보며 하나, 둘, 셋 이렇게 태연하게 수를 세고 있다. 역시나 동화는 매우 순화해서 아이들에게 들려준 거였나 보다. 피터팬이 그렇게 무서운 아이인 줄 알게 된다면 아이들 동심이 파괴될 듯 ㅠㅠ
아이러니한 점은 아이들이 영원히 어른이 되지 않는다는 네버랜드에서 웬디와 피터팬은 집 잃은 소년들의 엄마와 아빠 역할을 자처하면서 어른처럼 군다는 것이다. 특히 웬디는 아이들을 돌보며 집안의 모든 궂은일을 직접 맡아하면서 자신의 엄마 역할에 스스로 심취하는 모습을 보인다.
피터팬 원작은 어쩌면 아이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쓰인 이야기가 아닌가 보다. 동심을 자극하기보다는 아이들의 못된 악동 같은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어릴 적 동화책에서는 피터팬이 왜 그리 예쁘고 아름답게 미화됐던 거지? 인디고 고전 특유의 아름다운 일러스트 때문에 눈은 즐겁지만 원작동화로 피터팬의 진짜 성격을 알아버려서 오히려 동심을 좀 잃은 것 같달까.
좀 더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피터팬이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츤데레도 아닌 무심한 악동이라니ㅠㅠ
아이들이 읽는 동화책을 다시 찾아서 읽어보고 싶어졌다.
내 기억 속의 다정한 피터팬을 찾고 싶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