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민의 겨울 토베 얀손 무민 연작소설 5
토베 얀손 지음, 따루 살미넨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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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워서 온몸이 움츠러드는 겨울을 싫어한다. 누군가 나에게 좋아하는 계절이 뭐냐고 물으면 난 언제나 '여름'이라고 대답한다. 좋아하는 계절을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더워도 좀 작작 더워야지, 에어컨을 잠시라도 끄는 순간 숨이 턱턱 막혀와서 올여름 전기세는 아마도 요 몇 년 최고점을 찍지 않을까 싶다. 그 무더위의 한가운데서 어둡고 으슬으슬한 무민의 겨울 이야기를 읽었더니 그 싫던 겨울이 약간 기다려지기도... 살을 에는 듯한 그 추위가 어떤 거였더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사람의 마음은 간사한 법이니까 ㅋ

토베 얀손 무민 연작소설의 다섯 번째 시리즈 무민의 겨울을 읽었다. 앞의 시리즈를 못 읽은 상태에서 만난 무민의 가족들은 모두 이미 전나무 잎을 배부르게 뜯어먹고는 카펫 위에 모여 한참 겨울잠을 자는 중이다. 뭐야, 난 인사도 못했는데 겨울잠이라니. 무민들은 11월부터 4월까지 장장 5개월 동안이나 겨울잠으로 겨울을 보낸다고 한다. 그런데 이게 웬일, 우리의 무민이가 겨울잠을 깨버리고 말았다. 어둡고 침침한 집에서 홀로 깨어나 처음으로 잠이 든 상태가 아닌 깨어있는 상태로 겨울을 보내게 되는 무민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집은 층층이 쌓인 눈에 덮여 문도 열리지 않고, 눈 무더기가 창문 앞에 쌓여 빛조차 들어오지 않는다. 밖을 보고 싶어 낑낑대며 다락방에서 출입문을 열었다가 그만 처마에서 굴러떨어져 눈밭에 폭 빠져버린 무민은 처음으로 온몸으로 겨울을 느낀다. 

가족들은 아무리 깨워도 겨울잠에서 일어날 생각을 안 하지만 그래도 무민에겐 친구들이 있다. 꼬리가 예쁜 다람쥐, 미이, 투티키, 트롤 엔시스터,헤물렌 같은 친구들이다. 먹을 것도 없고, 추위와 어둠에 잠식당한 꽁꽁 얼어버린 겨울이지만 그들은 무민의 집에 함께 모여 가족들이 봄에 깨어나 먹으려 준비해둔 잼을 먹고, 투닥거리며 시간을 함께 보낸다. 이름만 들어서는 무슨 동물인지 알 수 없는 신기한 친구들이 많다. 아니면 미이, 투티키 같은 아이들도 트롤인 건가? 난 무민이 당연히 곰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트롤이었단다 ㅋㅋ 

춥고 어두운 겨울에 무민 혼자 깨어나 있었던 게 아니라서 천만다행이다. 봄을 알리는 해가 비치자 함께 있었던 친구들은 다시 제 갈 길을 떠났다. 비록 무민 마마가 만들어놓은 맛있는 잼도 친구들이 거덜 내 버리고, 집안에 있던 잡동사니도 적지 않게 없어지긴 했지만 무민이 외롭지 않았으니까 됐다. 거기다 무민은 이제 평범한 무민이 아니다. 

「무민이 혼잣말했다.
"이제 나는 다 가졌어. 한 해를 온전히 가졌다고. 겨울까지 몽땅 다. 나는 한 해를 모두 겪어 낸 첫 번째 문민이야."」
< 무민의 겨울 p.154>

우리 무민이 축하축하. 먹을 것도 없고 춥고도 긴 겨울을 온전히 견뎌냈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 그렇게 견뎌낸 겨울 이후에 온 초록색 봄은 아마도 더 값지지 않을까. 무민 가족의 봄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무민이가 보낸 친구들과의 겨울이야기가 궁금하다면, 
그리고 여름을 이겨낼 으슬으슬한 겨울바람이 필요하다면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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