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소여의 모험 (양장) 새움 세계문학전집
마크 트웨인 지음, 여지희 옮김 / 새움 / 2018년 5월
평점 :
품절


이게 아동용 도서라니, 어릴 적 읽었던 동화책에도 이런 내용이 나왔었나? 원작으로 읽은 톰 소여의 모험은 아동용 치고는 꽤나 수위가 높은 편이다. 살인사건이 등장하기도 하고, 아이들끼리 가출하여 해적을 꿈꾸고 몰래 담배를 피우는 등 딱 그맘때 초등학생 정도 되는 아이들이 겪었던 일들 치고는 아주 버라이어티하고 위험해 보이는 일들 천지다. 그만큼 이야기는 무척 흥미롭고 처음부터 끝까지 지루한 부분 없이 흘러간다.  재미있게 읽고 책을 덮으면서 불현듯 '근데, 이게 왜 #미국문학 의 고전이 된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 속에는 아이들 입에서 아무렇지 않게 흑인이나 인디언을 차별하는 말들이 나오고, 그렇다고 이야기에 교훈이 될만한 내용이 담겨있다거나 한 것도 아니다. 

문득 작년에 읽었던 《피터와 앨리스와 푸의 여행》이라는 책에서 읽었던 마크 트웨인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나서 그 책을 꺼내서 다시 읽었다. (고전 명작 고서적을 수집하는 저자가 고서적과 그 저자들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낸 책인데 너무 재밌어서 내가 무척 아끼는 책이다.) 마크 트웨인은 애초에 작가보다는 스탠딩 코미디에 가까운 재밌는 강연으로 이름을 떨쳤다고 한다. 톰 소여의 모험에 나오는 사건들도 사실은 작가 자신의 어린 시절 회고록에 가까운 것으로 사람들의 흥미를 자극하여 많이 팔기 위해 쓴 상업적인 통속소설이었다고 한다.  《톰 소여의 모험》과 그 뒤에 나온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순전히 웃기고 재밌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책인 것이다. 

그런데 이런 비속어, 욕설, 살인, 범죄, 인종차별 등의 이야기가 버젓이 적힌 이야기가 사랑받고 있는 것에 분노를 터뜨린 한 지역의 도서관에서 이 도서를 금서로 지정하기에 이른다. 거기다 《작은 아씨들》을 쓴 작가 루이자 메이 올컷도 격렬히 그 결정에 찬성하며 공개적으로 마크 트웨인의 작품을 비난한다. 그러자 도덕률을 가지고 문학적 창의성을 억압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평소 마크 트웨인을 옹호하지도 않던 사람들까지 나서서 그의 작품을 치켜세우고 옹호하기 시작한다. 결국 마크 트웨인의 책들은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으로 인해 사람들에게 더 알려지고 작품의 찬반 토론이 오가는 가운데 각종 찬사가 쌓여 현재 미국의 대표적인 고전문학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라고 한다. 세상에, 이런 일도 있구나 싶다. 

저자의 본명은 새뮤얼 랭혼 클래먼스인데 필명인 마크 트웨인은 원래 수로 안내원이 직업이었던 저자가 직업상 썼던 말이다. 깊이 12피트를 의미하는 단어 ' 마크 트웨인'(Mark twain)은 물이 깊어 안전한 수위라는 말이라 일할 때 가장 반가운 용어였다고 한다. 그는 그 필명대로 물 들어올 때  제대로 노를 저어 그 이후로 더 열심히 강연을 다니고, 돈을 더 벌려고 자기가 직접 출판사를 차리기도 하고, 돈을 벌기 위해 전 세계로 강연 여행을 다니면서 본의 아니게 세계적으로 작품과 이름을 떨치게 되었다는 신기한 이야기. 마크 트웨인은 사실 엄청 돈 욕심 많은 심술쟁이였단다. 

그렇게 우리는 어릴 때부터 《톰 소여의 모험》과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읽으면서 자라나고 있다. 이유야 어찌 됐든 정말로 책은 재밌다. 고전 명작동화 특유의 교훈 같은 것도 없고, 딱히 아름다운 이야기도 아니지만 진짜 딱 저 나이 때 나도 저랬지 싶어 슬쩍 웃음이 난다. 죽음의 공포를 무릅쓰고 보물을 찾아 나서는 아이들, 근처의 섬으로 도망가서 죽은 척했다가 며칠 뒤 다시 살아돌아와 마을의 영웅이 되는 아이들, 관심받고 싶고 어른인 척하고 싶어 하는 어린 개구쟁이들의 심리가 그대로 들어있어 아슬아슬하면서도 귀엽기 그지없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는 더 많은 욕설과 범죄가 등장한다는데 뗏목을 타고 여행을 떠나는 개구쟁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해 조만간 찾아읽을 것 같다. 

이야기도, 작가도 특별해서 더 기억에 남는 책.
다만 아이들이 어릴 때는 원작을 읽지 못하도록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런 거 따라 하면 꽤나 골치 아플 듯...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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