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그냥 쓰면 된다 - 어느 카피라이터의 일주일 글쓰기 안내서
서미현 지음 / 팜파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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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집에서 찾아낸 내 초등학생 시절 일기를 읽어보다가 빵 터졌다. 20칸짜리 공책에 매일매일 쓴 일기가 꽤 여러 권 묶여있었다. 그 시절, 일기를 잘 썼다고 상까지 받았었다. 매일이 비슷한 생활의 연속이었을 그 시절, 난 무엇을 그리 매일 썼을까. 선생님이 쓰라고 한 것은 일기였지만 난 그 시절 꽤 창의적인 아이였나 보다. 내 일기장엔 어떤 날엔 일기, 어떤 날엔 동시, 어떤 날엔 편지 등 참 다양한 글이 적혀있었다. 그날그날 떠오르는 대로 별의별 글을 다 썼었더랬다. 내 딴에는 심각함을 담아 썼던 이야기들이 커서 보니 어찌나 웃기던지 혼자 일기장을 읽다가 배를 잡고 웃었다. 우울할 때마다 열어보면 자동 웃음을 발사하게 할 든든한 무기가 생긴 셈이다. 
그나저나 매일 다양한 글쓰기를 시도했던 나는 어디로 간 걸까. 글쓰기를 잘하고 싶지만, 글을 쓰려고 할 때마다 머릿속이 백지가 될 때가 많다. 일상 속에서 떠오르는 기가 막힌 아이디어가 글을 쓰려는 순간 정리가 안되고, 꽤나 강한 자기검열과 약간의 귀차니즘에 갇혀 결국은 '그냥 나중에 쓰지, 뭐' 가 되고 만다. 그렇게 생각만 하다 날려버린 이야기들이 꽤 많다. 메모라도 해두면 될 텐데 은연중에 내 하찮은 기억력을 믿는 건지 습관이 들지 않는다. 고로 날마다 쓰는 것이 그렇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정말!

읽자마자 무릎을 탁 치는 공감을 자아내는 글, 깔끔하고 단백한데 핵심을 찌르는 글, 단순한 문장 속에서 훅 심장을 찌르는 뭉클함이 있는 글, 이런 글을 쓰는 작가들을 보며 부러움과 존경, 질투가 섞인 감정을 느낀다. 작가에 대한 동경만 있을 땐 그냥 마냥 편하고 멋있어 보이는 직업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몇 시간을 끙끙 앓으며 고작 읽은 책 리뷰 하나를 내뱉고 나면, 이런 글 하나를 쓰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글로 먹고사는 사람들은 대체 어떤 마음으로 글을 쓰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잘 쓰고 싶고, 잘 써야 한다는 마음이 시작 자체를 막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글이란 자고로 많이 써야 느는 법인데, 이미 결과적으로 잘 쓴 글들만 보다 보니 자신감이 하락하고, 평범한 글을 쓰는 것도 망설여지는 것이다. 

<날마다 그냥 쓰면 된다>는 글 쓰는 것이 직업인 카피라이터 저자가 일단 글 쓰는 것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책상에 앉았을 때 무슨 글을 써야 할지 몰라 백지상태가 되는 사람들을 위해, "오늘은 이런 글을 써보는 게 어때?" 하고 미션을 제시해준다. 그것도 월요일에서 일요일까지 요일별로 그때의 상황에 맞게 말이다. 저자의 글쓰기를 보면 나도 당장 앉아서 뭔가를 끄적거리며 글을 써야만 할 것 같다. 그러니 이 책은 한 번에 쭉 읽을 것이 아니라, 정말로 챕터를 읽고 나서 덮어둔 뒤 저자가 하라는 대로 실제로 글을 써보면서 천천히 읽기를 추천한다. 

<날마다 그냥 쓰면 된다>는 독자들이 바로 써볼 수 있도록 꽤나 구체적인 미션을 주면서 자신은 이렇게 표현해보았다며 저자의 예시도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가질 것! 급하게 빨리 쓰려고 생각하면 또 머릿속이 백지가 될 뿐이니까. 
핸드폰 앱에 '씀'이라는 어플이 있다. 하루에 2번, 아침 7시와 저녁 7시에 글감을 배달해주는데, 그 낱말과 관련한 자유로운 글을 남길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이 남긴 글들도 확인할 수 있는 앱이다. 요즘 글쓰기에 관심 가지는 사람들이 많아서 다양한 글쓰기 앱들이 출시되고 있는데 이것 또한 그 글감에 대해 충분히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지 않으면 좋은 글을 쓰기 어렵다. 

책에는 저자가 하는 글쓰기 방법, 노하우, 미션 등 다양한 방법이 있어 글쓰기 의욕을 북돋아준다. 하지만 역시나 가장 중요한 것은 실제로 써보는 것! 잘 쓰려고 하지 말고 우선은 어떻게든 쓰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처음부터 내 글을 못쓰겠으면 잘 쓴 글을 따라 써보고 왜 잘 쓴 글인지 분석해본다거나 내가 어떤 스타일의 글을 쓰고 싶은지 파악해보는 것도 중요하다.

글쓰기의 왕도가 어디 있겠는가. 오죽하면 이 책의 제목도 <날마다 그냥 쓰면 된다>가 아닌가. 
일기처럼, 매일 써보는 거다. 
오늘 나를 화나게 한 사건에 대해, 오늘 지나가다 봤던 멋진 남자에 대해, 눈앞에 놓인 예쁜 커피잔에 대해, 가지고 싶은 물건에 대해, 그것이 그 무엇이든 간에. 

사실 그게 어려워서 자꾸 이런 글쓰기 책을 맴돌고 있다. 
이제는 써보자, 진짜로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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