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운동할 나이가 되었네요 - 몸도 마음도 내 맘 같지 않은 어른들을 위한 본격 운동 장려 에세이
가쿠타 미츠요 지음, 이지수 옮김 / 인디고(글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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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저녁마다 러닝머신 위에서 달리기로 하루를 마무리 하곤 한다. 물론 내 의지보다는 짝꿍씨의 강요가 더 큰 요인이긴 하다. 뛰기 전에는 넘나 귀찮고, 어떻게든 피하고 싶은데 막상 천천히 걸으며, 뛰며 땀을 흘리다 보면 어쩔 수 없는 뿌듯함이 올라오곤 한다. 하지만 꼭 뛰고 나면 엄청난 허기가 몰려오기 때문에 뛰면서 태운 칼로리가 무색하도록 훨씬 더 많은 밥을 맛있게 폭식하고 자는 게 문제라면 문제겠지만.. 어쩌면 달리기의 맛이란 똑같은 밥도 더 맛있게 만들어주는 것일까?-_-ㅋ

불혹을 넘어 운동의 맛을 알게 돼 풀코스 마라톤을 뛰고, 산에서 달리기를 하는 트레일 러닝에 도전하는 저자 가쿠타 미쓰요는 우리가 잘 아는 소설 <종이달>을 쓴 유명 소설가이다. 그녀는 운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단다. 지인이 참여하는 마라톤 모임에 가입한 이유가 회식 뒤풀이에 참여하고 싶어서였다나. 모임에 가긴 했으니 뛰긴 해야겠고 그러다 보니 점점 체력이 늘어 나중엔 하루에 20km를 뛸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즐거워서 달리는 게 아니다. 마지못해 달린다. 어째서 마지못해 달리는가 하면, 한번 쉬면 다음 주도 쉬고 싶어질 게 분명하고 다음 주도 빼먹으면 그다음부터는 틀림없이 내내 빼먹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한번 쉬다는 건 내게는 팀을 그만둔다는 뜻이며, 그 말인즉슨 앞으로 평생 달리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게 싫어하는 일을 5년씩이나 매주 계속하고 있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충격을 받곤 한다. 어떻게 그토록 싫어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는가 하고 말이다. 달리는 건 좋아하지 않지만, 달리기에는 딱 하나 놀라운 점이 있다. 바로 '할 수 있게 된다'라는 사실이다. 달리기를 시작했던 5년 전, 나는 고작 3km가 한계였다. 하지만 지금은 20km를 달릴 수 있다. 계속할 수 있는 이유는 이 놀라움 때문이리라. 」
< 어느새 운동할 나이가 되었네요 p.21>

응? 마지못해 하는 달리기를 매주, 그것도 5년 동안이나 할 수 있다니 제일 충격적이었다. 저자는 계속 뛰면서도 하기 싫다며 투덜거리고, 꾸준히 운동을 하지만 예쁜 몸매를 꿈꾸지 않으며, 더군다나 좋아하는 술도 줄이지 않는다. 한번 시작했으니 어쩔 수 없이 그냥 해보겠다는 식이다. 꾸준히 달리기를 하고 운동을 했지만 운동 때문에 밥맛이 좋아져 살이 더 찌기 시작하자 그 살을 빼기 위해 또 다른 운동을 시작하는 엉뚱함도 있다. 몇 년 동안이나 꾸준히 뛰었지만 몸매의 변화는 크게 없었단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동안 나이도 들고, 먹는 것과 술도 줄이지 않았는데 그전의 몸매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이 대단한 것 아니냐며 스스로 자랑스러워한다. 참 신기한 사람이다. 눈앞에 뚜렷한 목표 없이 오로지 운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그 극한의 마라톤 같은 운동을 계속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 것인지. 

어찌 보면 저자는 달리기라는 운동이 주는 투명성에 반한 게 아닐까. 지난주에 3km가 한계였다면 이번 주에는 4km까지는 어찌어찌 뛸 수 있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숫자의 성장이 주는 기록의 재미, 운동하고 난 이후에 찾아오는 몸의 뻐근함 그리고 꿀맛 같은 밥맛 이런 것 말이다. 산속에서 달리기를 하는 트레일 러닝 같은 운동은 생각만 해봐도 끔찍하다. 걸어서도 오르기 힘든 산을 달려서 오른다고? 저자는 오만상을 찌푸리며 참여하면서도 끝나고 나면 '다음엔 또 언제 하지?' 하는 생각을 하는 본인을 보며 흠칫 놀라기도 한다. 그게 바로 저자가 말하는 달리기의 매력, '할 수 있게 된다' 아닐까? 

운동을 해서 멋진 복근을 만들 거야, 살을 뺄 거야 이렇게 생각하면 생각보다 힘들 수도 있다. 원하는 결과를 얻기가 생각보다 그리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럴 땐 그냥 기록 자체에 매달려보는 건 어떨까. 오늘은 2km를 달려보자, 내일은 2.5km를 달려보자, 그렇게 조금씩 늘려가는 거다. 자기의 한계치를 조금씩 높여보는 거다. 그럼 마지못해 뛰는 과정에서도 오묘한 즐거움이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난 운동을 싫어하고, 마라톤 같은 오래달리기는 더더욱 싫어한다. 그런데 마지못해 달리는 사람도 저 정도로 뛸 수 있다고 하니, 왠지 '그렇다면 나도?' 요런 마음이 불쑥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풀코스 마라톤을 달릴 수 있게 된 최종 결과만 보면 감히 엄두도 못 내겠지만, 하루에 조금씩 늘려가는 건 어쩌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 말이다. 

이제 앞으로의 러닝머신 타임이 좀 덜 지겨우려나. 
달리기로 인한 결과보다 달리기 자체의 기록에 집중해보는 거야.
새로운 방식의 운동 장려일세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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