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그림 엽서북 : 핑크 에디션 - 마음 가는 대로 상상해 그려보는 손그림 엽서북
공혜진 지음 / 인디고(글담) / 2018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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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이 뻗치는만큼 삐뚤삐뚤 마음대로 그려본다. 우연히 주워든 나뭇잎의 모양이, 우연히 생긴 물건의 그림자가 왠지 익숙해 보인다면 고민할 것 없이 한번 떠오르는 대로 그려보는 거다. 손그림 엽서북은 그렇게 탄생했다.  우연히 발견한 사소하고 작은 물건들에서 익숙하고 재미난 것들을 발견해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게 참 좋습니다. 
날씨의 변화를 놓치지 않고 섬세하게 느껴보는 것, 무심히 지나쳤던 사물과 자연물에게 말 걸어보는 것은 일상을 색다르게 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니까요.」




신기한 모양의 나뭇잎을 주워다 가만히 보다 보니 아름답게 자라난 사슴뿔이 생각난다던가, 보송보송 동그란 눈송이를 만들고 보니 귀여운 보노보노 얼굴이 생각난다던가 하는. 그럴 땐 그냥 그려보는 거다. 펜 하나 들고 생각나는 대로 쓱쓱. 

손그림 엽서북은 저자가 발견한 사물의 숨은 모습을 발견하는 재미와 함께 똑같은 밑바탕 그림 위에 스스로 상상해서 그려보는 재미가 함께 있는 드로잉 엽서북이다.


빨간 코가 달린 동그란 눈송이를 보고 누군가는 보노보노를, 누군가는 겨울 왕국의 올라프를 상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난 자신감 부족한 똥손이므로 작가를 똑같이 따라 그려본다. 볼펜으로 스윽스윽 선 몇 개만 그렸을 뿐인데 뚝딱 보노보노의 귀여운 얼굴이 완성되었다. 눈송이가 다했네, 다했어! ㅋ 



이번엔 접시 위에 놓인 미니 양배추다. 이상하게 어떤 사물에든 눈코입 비슷한 게 보이면 왠지 생명이 깃든 거 같고, 사람 얼굴을 그려주고 싶어진다. 단지 양배추일 뿐인데 눈코입 없는 사람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얼른 그려 넣어줘야지! 



이번엔 좀 더 용기를 내서 눈 감고 명상하고 있는 사람의 눈을 뜨게 해주고, 머리카락도 쓰윽 쓰윽 그려 넣어준다. 아니, 그림 그리는 게 이렇게 쉬울 줄이야! 눈 크기도 다르고, 코도 삐뚤, 입도 삐뚤이지만 누가 뭐래도 눈뜨고 웃고 있는 사람이잖아! 거기다 왠지 잘 생긴 느낌까지 든다. 역시 사람은 자기가 그린 그림에 가장 애정이 가는 법인 가보다.  




그래, 그렇다면 오늘은 너로 정했다. 내가 손수 그린 손그림엽서니 한 장 한 장 의미가 남다르다. 엽서북이니만큼 한 장 한 장 접어서 떼어내 실제 엽서로 활용할 수 있다. 계속 보면 얼굴이 좀 무섭긴 하지만 내가 그린 애정이 깃든 손그림이니까 조심스레 떼어내서 예쁜 글과 함께 오빠에게 선물로 주기로 한다. 



무슨 글을 써볼까.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은 내 시간을 오롯이 떼어서 그에게 주는 것이다. 그래서 편지는 다른 선물보다 소중하게 느껴진다. 거기다 직접 그린 손그림엽서는 의미가 더 남다르지 않을까. 



무슨 글을 쓸까 하다가 책꽂이에 꽂혀있던 박준의 시집을 꺼내 예쁜 시를 하나 골라 적었다. 그리고 무심한 듯 속으론 뿌듯하게 오빠한테  "선물이야!" 하며 건네주었다. 내가 직접 그린 그림이라는 말과 함께. 반응은 의외로 폭발적이다. 
"이게 프린트된 게 아니라 진짜 니가 그린 거라고? 원래 그려진 그림 같다!"
느낌 있는 배경 덕에 삐뚤삐뚤 이상한 그림으로도 요런 으쓱으쓱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왠지 매일 한 장씩 그려서 선물 주고 싶은 뿌듯한 기분이다.  멋지잖아. 매일같이 누군가에게 #손그림엽서 를 건넨다는 건.

완벽하지 않아서, 화려한 재료가 아닌 자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들이 밑그림이라서, 그리고 거기에 그려 넣은 내 그림이 삐뚤삐뚤해서 오히려 진짜 내 것같이 아름답다. 

하루 한번 삐뚤삐뚤 손그림으로 귀여운 엽서를 만들어 누군가에게 선물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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