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의 서 - 제3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
박영 지음 / 은행나무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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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다독다독 위안받을 것 같은 따뜻한 느낌의 제목과 표지를 가진 책이었기에 달콤한 내용을 기대했으나 막상 책의 내용은 읽는 내내 죽음이 바로 옆에 와있는 듯, 눈앞에 죽은 이들의 모습이 보이는 듯 무거운 내용이었다. 


자신이 유전병으로 인해 남들과는 다르게 빠른 속도로 삶을 불태우고 일찍 생을 마감할 거라는 것을 알고 있는 남자 주인공 '정안', 그는 조금이라도 자신의 생을 연장하고 싶어 항상 햇빛을 피해다니고, 위험한 것이 있을지 모르는 낯선곳엔 절대 가지 않으며 도시의 매연조차 피하면서 자신의 안전지대에서만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항상 자신의 옆에 죽음의 그림자들이 떠다니는 직업을 가진 여자 주인공. 

그녀는 자살위험이 있는 자들을 상담해주거나, 자살로 가까운 사람이 떠난 사람들을 위안하고, 재해나 사고나 났을 시 시신 확인을 해주는 등의 일을 하는 공무원이다. 


겉으로 봤을 때는 다들 웃고 떠들고 나쁜 일이라고는 없어보이는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가서는 숨어서 죽음을 고민하고 새벽에 자살 상담전화를 걸어 마지막 손을 내밀어보는 이 세계. 


시시각각 자신에게 죽음이 다가오고 있어 두려워하는 남자와, 매일 죽음을 마주하는 직업을 지속하면서 물들어버린 건지, 언제 자신도 모르게 삶을 놓아버릴지 몰라 조금은 두려운 여자, 소설은 이 두사람의 짧은 만남과 희망을 담고 있다.


"우리는 누구나 시한부다" 라는 말처럼 누구나 언젠가는 죽는다. 

그 죽음이 60년뒤가 될지, 10년 뒤가 될지, 아님 바로 내일이 될지, 우리는 아무도 모른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어찌보면 아슬아슬한 이 삶을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웃으며 울며 지탱해나갈 수 있는 것은 아마도 혼자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낯선 도시 속에서 지독한 외로움에 떨며 죽음을 고민하다가도 어쩌면 누군가의 따뜻한 공감 한번과 눈맞춤 한번 만으로도 삶은 다시 따뜻해질 수 있는 것이다. 


손에 잡힐듯 죽음을 가까이 표현한 소설이라 나또한 소설을 읽으면서 마치 죽음이 옆에 와있는 듯 무거운 마음이 들기도 했으나, 실은 죽음이 있기에 살아있는 우리 삶이 더 아름다운 것 아니겠는가. 


당장 내일 죽더라도 오늘만큼은 사랑하는 사람과 눈을 맞추며 아름답게 살자. 

그것이 살아있는 자만의 특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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