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그리고 한 인생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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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한 소년을 죽였다. 죽일 마음은 없었는데... 

그야말로 우연히 살인자가 된 12살 소년 앙투안은 어찌할 바를 모른다. 평소 자신을 그렇게 잘 따르던 옆집 소년 레미, 그 동그란 얼굴에 반짝이는 눈을 가진 귀여운 소년이 앙투안의 몽둥이질 한방에 죽어버렸다. 눈앞에서 죽어버린 아이, 갑작스럽게 살인자가 되버린 앙투안은 그 나이에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머리를 굴리다가 결국 아이의 시체를 사람들이 잘 모르는 나무 구덩이 사이에 숨긴다. 일단은 당장 그 상황을 벗어나고 싶다. 그 후 아이가 없어진 것을 알아챈 부모와 마을 사람들은 아이를 찾아나서지만 수색 작업이 제대로 마무리가 되기도 전에 엄청난 폭우와 바람이 불면서 마을을 폐허로 만들어버린다.  그렇게 아이의 실종은 마을의 또 다른 불행에 묻혀 진실과 함께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어영부영 마무리 되어버리고 마는데... <사흘 그리고 한 인생>은 한 아이가 겪었던 이 사흘이 아이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시간상으로 쫓아다니며 보여주는 소설이다. 

소설의 구성을 보면 사뭇 특이하다.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그 사건이 누구로 인해 발생한 것인지 추리해 나가는 과정이 아니라, 처음부터 범죄장면을 보여주고 범인의 변화하는 심리를 보여주는 식이다. 앙투안의 입장에서 일인칭으로 서술되는 부분이 많아서 앙투안의 불안이 읽는 사람에게 그대로 전해지는 느낌이 들어 심장이 함께 쫄깃해진다. 그런데 앙투안이 노력해서 완전범죄를 만들어가는 식이 아니라 뭔가 하늘의 도움(엄청난 폭우)이나 우연 같은 것들이 뜻하지 않게 앙투안의 범죄를 숨겨준다. 앙투안은 처음엔 너무 무섭고 괴로워서 차라리 빨리 자신의 범죄가 밝혀졌으면 하고 바라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 어른이 되어 연인이 생기고, 의사로써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삶이 펼쳐지자 어떻게든 자신의 범죄가 드러나는 것을 막고 싶다. 과연 그의 죄는 사람들 앞에 낱낱이 밝혀질런지... 

<오르부아르>로 공쿠르상을 거머쥔 작가가 다시 추리소설을 썼다. 추리소설로 데뷔한 작가가 순수문학으로 공쿠르상을 받고, 다시 추리소설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다니, 필력이 대단한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오르부아르가 워낙 칭찬이 자자한 책이라 언젠가 읽어야겠다며 리스트에 올려둔 책인데 그 후속작 사흘 그리고 한 인생을 먼저 읽게됐다. 읽고나니 그의 다른 작품들이 더 많이 궁금해졌다. 사람의 마음을 쥐었다 놨다하면서 이야기를 끌어가다가 끝에서 빵 터뜨려주는 필력이 대단하다. 한편으로는 12살이 진짜 이런식으로 범죄를 저지를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나이인가 하는 궁금함도 생긴다. 12살치고는 앙투안이 너무 노련해보였단 말이다. 

오타가 좀 여기저기 눈에 띄었던 점이 좀 아쉽긴 하지만, 심장 쫄짓한 심리스릴러를 원하신다면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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