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사로잡는 아이콘은 어떻게 디자인되는가 - 아이콘으로 생각하기
펠릭스 소크웰.에밀리 포츠 지음, 오윤성 옮김 / 미디어숲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말하지 않아도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의 머릿속에 어떤 대상을 떠올리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아이콘의 힘이다. 사람의 뇌는 어떤 친숙한 모양을 보면 그것과 관련된 다른 것을 상상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가 원하는 방향을 빠르게 떠올릴 수 있는 아이콘은 매우 효율적인 의사전달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케아의 가구 조립 설명서에는 글자가 하나도 없다. 오로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그림만으로 이루어져 있어 아무리 복잡한 가구라도 그림을 보면서 직접 따라 조립할 수 있다. 만약 그걸 글로 풀어내야 했다면 세계에서 사용되는 언어 수대로 모두 번역하여 빽빽하게 보여줘야 했을 것이고, 거기에 드는 시간과 에너지, 종이 낭비는 말할 것도 없고, 그걸 일일이 읽어가면서 가구를 조립할 인내심을 가진 소비자는 별로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이케아가 세계적인 공룡기업으로 클 수 있었던 숨은 힘은 아니었을까? 

이 책은 세계적인 거대 기업들의 아이콘 디자인 작업 과정과 노하우를 담아낸 책이다. 모든 아이콘은 결과물만 놓고 보면 단순하기 짝이 없다. 이런 건 나도 만들겠다 싶은 생각도 슬쩍 든다. 하지만 사람의 뇌리에 콱 박힐만한 괜찮은 아이콘을 완성해내는 것은 정말 녹록지 않은 작업이다. 예전에 짤로 돌았던 디자이너들의 작업 폴더를 보면 '최종, 진짜 최종, 진짜 진짜 최종, 진짜 진짜 최최최최종' 이렇게 끊임없이 상관의 수정요청에 응해야 하는 애환이 담겨있다. 그것처럼 이 책에도 하나의 완성된 아이콘을 만들기 위해 디자이너들이 어떤 수정을 거치며 작업하는지 아이디어의 수많은 변화 과정이 모두 담겨있어 흥미롭다.  



책에는 기업들로 의뢰받아서 직접 작업했던 결과물도 있지만, 저자가 혼자 생각해 본 아이콘 아이디어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던킨 도너츠의 경우 로고의 아이콘에서 쓰이고 있는 컵모양(A)과 광고에서 쓰이는 컵모양(B), 웹사이트에 올라온 컵모양(C)이 전부 제각각이라고 한다. 이런 경우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잘 살려 컵모양 패키지를 제작하여 아이콘과 일치 시키고, 로고에서는 사람들에게 이미 널리 인식되고 있는 도너츠라 단어를 빼서 좀 더 넓은 범위의 커피전문점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어떨까 하는 저자의 생각을 전하고 있었다. 이런 생각을 받아들이냐 마느냐는 물론 던킨도너츠의 마음이겠지만, 이런 식의 컨셉도출과 아이디어 흐름을 보는 것이 흥미로웠다. 



코카콜라의 경우, 브랜드 아이콘이 아닌 연말 보고서에 들어갈 '상품의 제작 유통과정'을 아이콘으로 표현해달라고 의뢰해왔다고 한다. 콜라를 만드는데 화학물질과 설탕이 잔뜩 들어갔다는 말을 하지 않고서도, 한눈에 전반적인 유통과정을 아이콘으로 빠짐없이 표현해 진실을 살짝 우회하기 위함이었다. 아이콘이 이렇게도 활용될 수 있구나.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최대한으로 담아내면서도 기존의 이미지를 해치지 않는 새로운 아이콘 디자인을 창조해내는 것은 대단한 끈기와 열정을 필요로 한다. 하나의 컨셉을 요리조리 뜯어보고, 해체하고,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보기도 하면서 최적의 아이콘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다. 결국 채택되는 것은 최후 단 하나의 아이콘이겠지만(결국 하나도 선택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그동안의 모든 과정이 쓰레기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 아이디어는 추후 다른 아이콘을 디자인할 때 하나의 밑거름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성공하는 아이콘은 그만큼 사람들의 뇌리에 강하게 박히는 힘을 가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수많은 실패와 반복을 거쳤기 때문에 가능하다. 결코 한 번에 떡하니 나오는 최고의 아이콘은 없다. 

세상을 사로잡는 아이콘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디자이너들의 끝없는 삽질 과정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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