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러스먼트 게임
이노우에 유미코 지음, 김해용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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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이른 낚시를 즐기며 마루오 슈퍼 도야마 추오점 점장으로 일하는 아키쓰. 만우절에 태어난 쉰 셋의 이 남자는 한 때 마루오 홀딩스의 잘나가던 부장이었지만, 부하직원의 밀고로 좌천돼 도쿄에서 멀리 떨어진 도야마에서 슈퍼마켓 점장으로 지내고 있다.



"파워하라(power harassment, 직장 내 상사의 괴롭힘)을 중단하지 않으면 마루오 슈퍼 모든 점포에 제재를 가하겠다."



본사로 걸려온 협박 전화 한 통은 아키쓰를 직장 내 벌어지는 모든 종류의 괴롭힘을 다루는 부서인 컴플라이언스실 실장으로 급히 불러들이게 한다. '최강의 상사'의 모습으로.




이노우에 유미코(井上由美子)의 <해러스먼트 게임(ハラスメントゲーム)>


회사에서 벌어지는 여러 형태의 괴롭힘을 추리게임처럼 풀어낸 <해러스먼트 게임(ハラスメントゲーム)>은 이렇게 시작한다. 우리나라 TV 드라마로도 제작된 바 있는 <하얀 거탑>의 이노우에 유미코(井上由美子)가 처음 써 낸 소설집이라도 한다.



직장 선배의 갑질, 성희롱, 집단 따돌림 등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회사에서의 갈등과 더불어 사내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음흉한 정략까지 <해러스먼트 게임>은 재치있게 풀어낸다. 새내기 사원 마코토는 새로운 실장 아키쓰와 콤비를 이뤄 마루오 홀딩스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하나하나 해결해낸다.



회사 해러스먼트(harassment)를 테마로 다섯 편의 사건이 옴니버스식으로 이어져 이야기의 긴박함을 더한다. 앞서 언급된 파워하라를 비롯해 젠더하라, 파타하라 등 새로운 일본식 용어 하나하나가 각기 단편을 이끌어 간다.



회사 사활이 걸린 시나가와 인터내셔널점 개장을 불과 사흘 앞두고 벌어진 18명의 고참 파트타이머들의 집단 태업, 남성으로서도 당당히 가질 수 있는 권리인 육아를 둘러싼 부서 내 갈등의 진실, 회사 이미지를 위해 수도권개발부장에 임명된 40대 커리어 우먼을 두고 벌어진 사건 등 이노우에 유미코는 드라마 작가답게 각 에피소드마다 현실감을 강하게 입혀냈다.



이노우에 유미코(井上由美子)의 <해러스먼트 게임(ハラスメントゲーム)>. 오른쪽은 드라마로 방영된 <해러스먼트 게임> 포스터.


"파워하라든, 성희롱이든 뭐든 좋다. 누구든 털면 해러스먼트 하나둘 정도는 나오지 않겠나."



가업을 이어받은 젊은 3대째 사장과 그를 밀어내려는 사내 정적들의 암투가 다섯 이야기 뒷편에서 미스터리물처럼 그려진다. 자신을 배신하고 몰락시킨 부하직원, 즉 현재의 상무와 사장 사이에서 아쓰키는 또 다른 혼자만의 승부를 이어간다.



<해러스먼트 게임>이 들춰내는 회사 안에서의 전쟁이 지나칠 정도로 답답한 일본의 사회상을 보이고 있긴 하다. 어떤 종류의 피해도 주고 받지 않으려는 꽉막힌 인간관계로 구성된 일본 특유의 직장 문화가 그렇다. 그러나 한편으론 우리에게도 곧 닥쳐올 보편화될 모습이 아닐지 상상하게 한다.(*)



#해러스먼트게임 #이노우에유미코 #위즈덤하우스 #김해용 #문화충전 #서평이벤트 #서평단모집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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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과학책 - 거대 괴물 · 좀비 · 뱀파이어 · 유령 · 외계인에 관한 실제적이고 이론적인 존재 증명
쿠라레 지음, 박종성 옮김 / 보누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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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이 오랜 문명이 가진 비밀과 인류의 기발한 꿈을 역사와 과학을 통해 풀이했다면, 쿠라레(くられ)의 <기묘한 과학책>은 미스터리소설이나 SF영화 때로는 현실속에도 등장하는 불가사의한 존재를 실제하는 이론으로 설명한다.


<기묘한 과학책>은 외계인과 UFO, 거대 공룡을 만나고 싶어할 많은 사람들의 환상을 때로는 무참히 깨버리면서도, 한편으로는 더욱 상상을 키우게 하는 '기묘한' 역설적 매력을 갖고 있다. 책을 통해 작가 쿠라레는 '과학이 우리에게 주는 진정한 재미'를 발견하게 하는 것이다. 



"귀신이 진짜 있나요?"라는 질문에 보통 어떻게 답할까.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예, 아니오'로 증명하기는 누구에게나 곤란할 터. 쿠라레의 답은 이렇다. "없을 가능성이 굉장히 큽니다."


<기묘한 과학책>은 귀신이 있다고 가정하면서, 그 존재의 물리적 속성을 과학적으로 풀어보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공중에 떠있으려면 귀신의 무게는 약 32g 정도일 것이며, 이 정도 물체가 60kg 중량의 사람을 밀어내기 위해 얼마만한 에너지와 속도가 필요한 지 계산해 보는 식이다.


이렇듯 <기묘한 과학책>은 매우 독특한 방법으로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머리말부터 본문을 넘어 부록으로 삽입된 '악마의 과학 용어 사전'까지 책을 훑다보면 심지어 당황스러운 재미를 줄 정도다. 


좀비, 뱀파이어, 외계인, 심지어 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존재에 대해 이론적인 해석을 다루는가 하면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해 냉정하고도 진지한 풀이마저 담고 있다. 영화, 만화, 소설 등 각각의 주제와 관련된 작품을 알려주는 것은 덤이다.


총 4부로 구성된 31개 주제에 대해 쿠라레는 'SF와 판타지 세계에서 만나는 과학의 재미와 경이로움'을 전한다. 일례로 11장 '세상에서 가장 작은 생물이 가장 큰 공포를 선사하다'는 편은 생물학 무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영화나 소설에서 다양한 형태로 등장하는 바이러스가 안타깝게도 현실 세계에도 존재하고 있음을 알린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혼란을 겪고 있는 요즘 그 위험성에 대한 이해를 도와준다.



<기묘한 과학책>은 쿠라레가 일본의 월간지 <게임라보>에 '픽션 연구센터'라는 제목으로 연재한 기사를 다시 편집해 엮은 것이라고 한다.


작가 쿠라레의 활동이력도 흥미롭다. '과학 전문 작가이자 일탈을 꿈꾸는 과학자'로 소개된 그의 필명 '쿠라레'는 남아메리카에서 화살 끝에 바르는 독을 뜻하며, 흰 가운을 입고 여우 가면을 쓴 모습으로 알려져 있다. 쿠라레의 <그림으로 이해하는 말이 안되는 건 아닌 과학 교과서(アリエナクナイ科学ノ教科書)> 시리즈는 무려 15만 부 이상 판매됐다고 한다.


쿠라레는 "어깨에 힘을 빼고 책을 휙휙 넘겨보다가 관심 가는 주제부터 가벼운 마음으로 훑어보라"고 권한다. <기묘한 과학책>은 머리말에서 밝힌 작가의 공언대로 분명 그동안 몰랐던 무엇인가를 발견하게 한다.(*)


*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과학 #기묘한과학책 #쿠라레 #보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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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멍냥 동물병원입니다 - 강아지 고양이와 함께한 매일매일 다른 날
도미타 키비 지음, 현승희 옮김 / 로그인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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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반려동물 인구' 천 만 시대.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대하며 함께 지내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그에 따라 '동물복지'와 같은 개념이 생겨나는가 하면, 반려동물과 관련된 여러 에티켓이 요구되기도 한다. 사람과 조화롭게 살아가야할 동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 그에 따른 책임이 동시에 발전하고 있는 듯하다.


실제 동물병원 간호사가 기록한 '강아지, 고양이와 함께 한 매일매일 다른 날'을 기록한 <어서 오세요, 멍냥 동물병원입니다>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깊이 공감할 이야기다. 책은 전문학교를 졸업한 뒤 동물병원의 간호사로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저자 도미타 키비(とみた黍)의 경험담을 그린 만화다. 원제는 <강아지, 고양이 동물병원일기(いぬねこ動物病院日記)>다.



수의사의 진료 보조, 수술 보조, 약 준비, 입원 동물 돌보기 등 힘든 동물간호사의 일상을 코믹하면서도 정감스레 표현했다. 무슨 일이든 서툴기만한 초보 동물간호사에서 능숙한 숙련간호사로 변화해가는 도미타의 모습이 정겹다. 어머니같은 수간호사 후지이, 꼼꼼한 성격의 입사동기 아즈마, 정많은 선배간호사 오카모토 등 동료와의 에피소드도 솔솔한 재미를 준다.


병원에서 키우는 개 에이타로-막 태어났을 때 알파벳 에이(A)로 부르다 이름이 됐다-와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은 사람과 반려동물의 소통을 맛깔나게 보여둔다. 눈 마주치기도 겁이 났던 에이타로가 점차 짖기를 멈추고, 먹이를 주게 되고, 입마게도 씌워보고..


고양이 면역 결핍 바이러스 감염증(FIV)에 걸린 고양이들이 연이어 병원 앞에 버려지면서 겪게되는 에피소드 '아기 고양이 대소동'은 동물을 사랑하는 이들의 애틋함, 비정한 사람에 대한 씁쓸함이 동시에 전해진다.



도미타는 에필로그에서 <어서 오세요, 멍냥 동물병원입니다>를 두고 '업무 관련' 책이라기보다는 '동물들 하나하나가 열심히 살았던 이야기를 그린 책'이라는 느낌으로 가볍게 읽어주길 원했다. 도미타가 전한 하루도 바람 잘 날 없는 동물병원에서의 에피소드는 바로 반려동물 대한 이해를 편하게 도와준다.


반려동물의 신분을 증명하는 마이크로칩, 동물병원의 여러 형태, 동물에게 물렸을 경우 대처법 등 도움되는 정보도 깨알같이 실려있는 <어서 오세요, 멍냥 동물병원입니다>. 병원을 찾게된 '멍이'와 '냥이'의 생활을 더욱 돋보이게 그린 저자의 깊은 마음이 느껴지는 책이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어서오세요멍냥동물병원입니다 #문화충전이벤트 #로그인 #도미타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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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latshare (Hardcover)
Beth O'Leary / Flatiron Books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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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감성이 듬뿍 묻어 난다. 포스트잇 메모를 통해 두 개의 진솔한 마음이 서로 만나 알아 가는 로맨틱 코미디가 유쾌하다. 베스 올리리(Beth O'Leary)가 만들어 낸 책 <셰어하우스(원제:The Flatshare)>는 어쩌면 '가을'이라는 계절과 어울릴 법하다. 뜨개질, 목공, 메모와 편지 등 '손으로 만들어 내는' 작품들이 우리 삶에 어떤 의미와 가치로 남아야 하는 지 새삼 느끼게 해준다.



작은 출판사에 근무하는 편집자 티피. 삼성 갤럭시를 사용하는 그녀는 트위터 조차 모르는 '코바늘뜨기' 작가, 음흉한 야망가 홍보팀장 사이의 불편함을 피해 소중한 자신의 영역을 지키며 근근이 살아 간다. 오랜 시간 이별과 재회를 반복해오던 남자친구와 결국 결별하게 된 그녀는 무너져버린 자신보다 얼른 남자친구의 집에서 나와 지낼 수 있는 공간이 절실하다.



영국 런던에서 집세가 싼 곳을 찾아 헤매던 티피와 친구들은 '쾌적한 주거'라는 이상에 턱없이 모자라는 처지에 고민을 거듭하고, 마침내 인터넷에서 발견한 '셰어하우스' 광고로 눈길을 돌리게 된다.



"이건 그냥 셰어하우스가 아니야, 티피. 한 침대를 쓰는 거야. 한 침대를 나눠 쓰는 건 이상하지 않아?" 티피의 절친이자 깐깐한 변호사인 거티의 말대로 <셰어하우스>는 서로를 모르는 남녀가 9개월 동안 '한 집과 한 침대를 나눠 쓰는 이상한 상황'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스물 일곱 살의 호스피스 병원 남자 간호사와의 아파트 셰어. 티피는 월세 350파운드라는 '적절한' 가격과 '즉시 입주 가능'이라는 긴박함으로 인해 동거 아닌 동거를 선택한다. 물론 절망적인 현실과는 별도로 지나칠만큼 긍정적인 자신을 매일 마주하게 될 것을 알면서 말이다.



스톡웰의 햇빛 잘 드는 아파트로 들어간 티피는 일밖에 모르며, 억울하게 감옥살이를 하고 있는 동생을 둔 리언과 포스트잇 메모를 통한 대화를 시작한다. 남은 음식을 나누는 것에서부터 시작된 메모는 서로의 속마음을 꾸밈없이 나누는 매개로 발전하고, 각자의 삶 속으로 자신도 모르게 조금씩 들어가게 된다.



삶과 죽음 사이에 놓인 환자들 속에서 리언은 있는 그대로의 정성을 다하며, 동생의 소송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철야 근무도 마다하지 않는다. 때문에 티피와 리언이 주고 받는 메모 속에는 각자의 삶에서 마주하게 된 다양하고도 소중한 사연이 담긴다.


침대 밑에서 우연히 발견한 아름다운 목도리가 담긴 봉지로 인해 티피와 리언은 서로의 거리를 좁혀가게 되고, 리언의 동생 리치의 사연은 둘 사이 더욱 큰 공감을 형성해 준다.



"편지의 예술이란 게 있지. 몹시도... 친밀한 행위야."



순식간에 목도리와 모자를 짜내는 실력을 지닌 프라이어가 자신의 병실을 찾은 리언에게 던진 이 한마디가 어쩌면 책 <셰어하우스>를 관통하는 메시지로도 읽힌다.



리언의 병원 친구들은 처음 만난 티피에게도 의미있는 충고를 전한다.


"당신들이 지켜온 일상의 규칙에 변화를 주고 싶다면, 재빨리, 한꺼번에 해치워야 한다고 조언하겠어요. 피해갈 도리가 없게 말이야."라는 프라이어의 이야기. 그리고 백혈병 소녀 홀리역시 어른스럽게 단언한다.



"깜짝 선물처럼말이에요."



'서로 마주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시작한 둘 사이의 계약-엄밀히 말하면 티피와 리언의 여자친구와의 다짐-은 아주 뜻밖의 사건으로 인해 깨지게 되고, <셰어하우스>의 전개는 급속히 빨라진다.



책은 로맨스 소설이 가진 매력을 아주 편하게 느끼게 해준다. 한 편의 영화를 보듯 단숨에 읽게 되는 살림출판사의 <셰어하우스>의 색다른 경쾌함이 주는 여운이 크다.(*)



*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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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 도둑 - 아름다움과 집착, 그리고 세기의 자연사 도둑
커크 월리스 존슨 지음, 박선영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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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타임머신을 탄듯 커크 월리스 존슨의 <깃털도둑>은 1800년대부터 현재까지 200년 이상의 시간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어쩌면 수만년전 화석부터 지금 창밖에서 지저귀는 새들의 방대한 역사로 느껴도 좋겠다.


그야말로 '탐독'을 유도하는 <깃털도둑>은 생물의 기원과 진화를 밝히고자 떠났던 찰스 다윈과 앨프리드 러셀 윌리스의 탐험에 감탄을 이끌다가도, 순식간에 21세기 이베이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욕망의 거래에 질겁하게 만든다.



에세이 <깃털도둑>은 각종 생물의 표본을 보관하던 영국의 트링박물관에서 2009년 실제 발생한 새가죽 도난 사건을 다루고 있다. 에드윈 리스트라는 장래가 촉망되는 플루리스트이자, 플라잉 타이 분야에서 천재성을 인정받던 청년이 희귀종 박제새 299점을 훔쳐 달아난 사건이다. 저널리스트인 저자 커크 월리스 존슨은 이 사건을 5년 간 뒤쫓으며 발견한 인간의 끊임없는 욕망을 <깃털도둑>을 통해 풀어낸다. 


여러가지 황홀한 색상을 선보이는 극락조의 깃털만큼 <깃털도둑>은 다양한 매력을 뽐낸다. 논픽션이 보여주는 사실감에 빠져들 수 있으며, 폭넓은 자료에 기인한 조류에 대한 기술로 인해 검색창을 열심히 두드릴 수도 있다. 깃털 도난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정의의 언론인과 함께 미스테리 소설의 세계로 들어갈 수도 있다. 특히 '플라이 타잉'이라는 독특한 취미를 가진 사람이라면 더욱 흥미를 느낄 수도 있겠다.


읽는이에 따라 <깃털도둑>의 어떤 면이 부각되더라도 책이 이야기하는 가벼운 깃털 하나하나에 담긴 소중한 사연과 가치만큼은 충분히 전달된다.


세상에는 모든 새들이 인류의 미래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 반대편에는 남들이 갖지 못한 것을 가지려는 탐욕과 욕망에 사로잡혀 더 많은 부와 더 높은 지위를 탐하며 몇 세기 동안 하늘과 숲을 약탈해온 사람들이 있다. 바로 수세기에 걸쳐 새들을 지켜내기 위해 노력하는 쪽, 그리고 깃털을 둘러싼 지하 세상의 전쟁을 <깃털도둑>은 보여준다.



"속임수와 거짓말, 위협과 루머가 난무하는 세상에서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가도 좌절하기를 수없이 반복한 뒤에야 인간과 자연의 관계는 물론, 아무리 값비싼 대가를 치르더라도 아름다움을 추구하고자 하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이해하게 됐다."는 저자의 설명은 홍역과 곤충, 맹수와 싸우며 인류를 위한 지식을 열망했던 앨프리드 러셀 윌리스가 남긴 다음의 지적과 상통한다.


"언젠가 도시 사람들이 이 머나먼 곳으로까지 손을 뻗게 되면 지금처럼 유기체와 비유기체가 적당히 조화롭게 균형을 이룬 자연은 훼손될 것이고, 결국 이 아름다운 생명도 멸종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살아 있는 모든 생명은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마지막 십수장의 친절한 자료사진까지 더해진 <깃털도둑>. 정말 장르를 넘나드는 독특한 책이다.(*)


*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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