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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할머니 약국
히루마 에이코 지음, 이정미 옮김 / 윌마 / 2025년 7월
평점 :
*리뷰어스클럽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저 앞 사거리에 이런 약국이 있다면 우리 동네가 더욱 건강해지지 않을까. 히루마 에이코(比留間榮子)의 <100세 할머니 약국>을 한장한장 넘기면서 놓칠 수 없는 생각이다. 실제 도쿄 번화가 한 켠에서 자신의 나이와도 같은 약국(ヒルマ薬局)을 75년 간 매일같이 운영해온, 기네스북에 최고령 약사로 등재되기도 한 히루마 에이코가 전해주는 이야기 <100세 할머니 약국>. 원제는 <시간은 약(時間はくすり)>이다.

100세라는 나이가 말해주듯 히루마는 전쟁과 재난을 비롯해 갖은 경험을 다 겪은 세대다. 그러한 약국 할머니가 남긴 말 한마디는 세상 어떤 약보다 더욱 몸과 마음을 낫게 해주는 '처방전'임이 틀림없다. "살아남았다는 것은 살아가야 할 삶이 주어진 것"이라며 "살아 있는 이에게는 그에 맞는 열학과 책임이 있는 법"이라고 설파하는 할머니에게서 모든 이에게, 모든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새삼 깨닫게 해준다.
그래서 할머니는 이렇게 다짐한다. '오늘 하루에 관심을 갖고, 오늘을 진심으로 대하자'고. 매일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는 듯 보이지만, 사실 어제와 똑같은 오늘은 단 하루도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걱정은 '한마디'면 충분합니다. 상대방에게 관심이 있음을 전하기만 하면 되지요. 그 사람의 마음 깊은 곳까지 들어가 그를 바꾸려고 하면, 그건 참견일 뿐입니다."
남을 걱정해야하는 일을 가진 약사지만, 할머니 약사는 지혜로운 중용을 이야기한다. '만병은 마음에서 온다'는 말과 같이 병은 사실 '참견'에서 오는지도 모른다는 것. 상대방이 내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불만을 쉽게 내뱉는 사람을 우리는 자주 보지만, 그러할 경우 사람들은 질려서 아예 마음이 떠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바로 다른 사람을 걱정하기 전에 나를 먼저 돌보라는 가르침이다. 마찬가지로 가족이라는 이유로 남편, 자식이나 손자의 인생에 함부로 끼어들어서는 안된다고 할머니는 강조한다. 남편이나 자식이라도 건드려서는 안되는 자신만의 세상이 있기에.

<100세 할머니 약국>이 알려주는 '건강한 고령'의 조건을 보자. 젊은 시절부터 균형 잡힌 식사를 하고, 잠을 충분히 자며, 적당한 운동과 스트레스 해소법을 실천하면서 늘 왕성하게 활동하는 것. 누구나 알고 있지만, 누구도 쉽게 실천하지 못하는 내용아니겠나. 그 까닭에 할머니는 책에서 꾸준히 '시간'의 중요함과 '자신'을 향한 관심과 믿음을 강조한다.
'감사는 최고의 보약'이라는 약사 히루마의 마음역시 큰 공감을 부른다. 다른 사람을 험담하거나 비난하는 일을 삼가는 대신 '감사합니다'를 자주 말하는 습관을 가지려 노력해왔다는 그는 "감사합니다를 입에 담는 횟수는 바로 '행복의 횟수'와 같다"고 말한다. 얼마나 멋진 말인가.

저자는 <100세 할머니 약국> 서문에서 책에 대해 '약과 함께 넌지시 건네는 이야기(言葉のくすり), 마음을 담아 전해 온 이야기, 나에게도 그리고 다른 누군가에게도 조금 더 다정해질 수 있는 처방전'이라고 설명한다. 한없는 겸손과 함께 온기 가득함을 느낄 수 있다. 우리는 책을 통해 100세 할머니 약사가 주는 '호기심이라는 약, 꾸준함이라는 약, 다정함이라는 약, 시간이라는 약'을 마음에 담게 된다. 지난 4월 영면한 약사 히루마 에이코의 명복을 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