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 도둑 - 아름다움과 집착, 그리고 세기의 자연사 도둑
커크 월리스 존슨 지음, 박선영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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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타임머신을 탄듯 커크 월리스 존슨의 <깃털도둑>은 1800년대부터 현재까지 200년 이상의 시간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어쩌면 수만년전 화석부터 지금 창밖에서 지저귀는 새들의 방대한 역사로 느껴도 좋겠다.


그야말로 '탐독'을 유도하는 <깃털도둑>은 생물의 기원과 진화를 밝히고자 떠났던 찰스 다윈과 앨프리드 러셀 윌리스의 탐험에 감탄을 이끌다가도, 순식간에 21세기 이베이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욕망의 거래에 질겁하게 만든다.



에세이 <깃털도둑>은 각종 생물의 표본을 보관하던 영국의 트링박물관에서 2009년 실제 발생한 새가죽 도난 사건을 다루고 있다. 에드윈 리스트라는 장래가 촉망되는 플루리스트이자, 플라잉 타이 분야에서 천재성을 인정받던 청년이 희귀종 박제새 299점을 훔쳐 달아난 사건이다. 저널리스트인 저자 커크 월리스 존슨은 이 사건을 5년 간 뒤쫓으며 발견한 인간의 끊임없는 욕망을 <깃털도둑>을 통해 풀어낸다. 


여러가지 황홀한 색상을 선보이는 극락조의 깃털만큼 <깃털도둑>은 다양한 매력을 뽐낸다. 논픽션이 보여주는 사실감에 빠져들 수 있으며, 폭넓은 자료에 기인한 조류에 대한 기술로 인해 검색창을 열심히 두드릴 수도 있다. 깃털 도난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정의의 언론인과 함께 미스테리 소설의 세계로 들어갈 수도 있다. 특히 '플라이 타잉'이라는 독특한 취미를 가진 사람이라면 더욱 흥미를 느낄 수도 있겠다.


읽는이에 따라 <깃털도둑>의 어떤 면이 부각되더라도 책이 이야기하는 가벼운 깃털 하나하나에 담긴 소중한 사연과 가치만큼은 충분히 전달된다.


세상에는 모든 새들이 인류의 미래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 반대편에는 남들이 갖지 못한 것을 가지려는 탐욕과 욕망에 사로잡혀 더 많은 부와 더 높은 지위를 탐하며 몇 세기 동안 하늘과 숲을 약탈해온 사람들이 있다. 바로 수세기에 걸쳐 새들을 지켜내기 위해 노력하는 쪽, 그리고 깃털을 둘러싼 지하 세상의 전쟁을 <깃털도둑>은 보여준다.



"속임수와 거짓말, 위협과 루머가 난무하는 세상에서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가도 좌절하기를 수없이 반복한 뒤에야 인간과 자연의 관계는 물론, 아무리 값비싼 대가를 치르더라도 아름다움을 추구하고자 하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이해하게 됐다."는 저자의 설명은 홍역과 곤충, 맹수와 싸우며 인류를 위한 지식을 열망했던 앨프리드 러셀 윌리스가 남긴 다음의 지적과 상통한다.


"언젠가 도시 사람들이 이 머나먼 곳으로까지 손을 뻗게 되면 지금처럼 유기체와 비유기체가 적당히 조화롭게 균형을 이룬 자연은 훼손될 것이고, 결국 이 아름다운 생명도 멸종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살아 있는 모든 생명은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마지막 십수장의 친절한 자료사진까지 더해진 <깃털도둑>. 정말 장르를 넘나드는 독특한 책이다.(*)


*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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