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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방
마츠바라 타니시 지음, 김지혜 옮김 / 레드스톤 / 2019년 3월
평점 :
누구나 새로운 살 곳을 마련할 때면 그 집의 내력이 어떠한 지, 나 또는 우리 가족과의 궁합은 잘맞을 지 궁금해 한다. 깊이 고민하진 않더라도 '터가 좋다'거나 '전에 살던 사람들이 다 잘 풀렸다'는 식의 이야기가 남아 있다면 미래에 대한 기대감은 더해질 것이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라면 왠지 꺼려지는 마음이 드는 것도 당연하겠다.
그럼에도 굳이 남들이 피하려는 집에 살면서 기묘한 현상과 얽힌 사연을 들려주는 특이한 사람이 있다. 바로 <무서운 방>의 저자 마츠바라 타니시(松原タニシ)라는 개그맨이다. 고베(神戸) 출신의 그는 한 TV 예능프로그램 출연 제안을 받고 '무서운 방'에서 살기 시작했다고 한다.
원제 <무서운 방(恐い間取り)>은 '사고 부동산 괴담(事故物件怪談)'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사고 부동산'이란 '자살이나 타살 혹은 고독사 등 모종의 이유로 그곳에서 누군가가 세상을 뜬 부동산'을 의미한다. 마츠바라 타니시는 '살기 위해서', '예능을 위해서' 다섯 곳의 사고 부동산에서 살았다.

책은 마츠바라 타니시가 실제 거주했던 각각의 '사고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심령 현상과 그 배경을 주로 다룬다. 저자가 소개하는 방은 저마다 희한한 현상이 발생하고, 독특한 사연을 안고 있다. 인터폰에 유령이 찍히고, 새벽이면 원인모를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심지어 주거자가 매년 같은 시기에 뺑소니 사고를 당하는 일까지 벌어 진다.
또 그가 주로 활동했던 오사카(大阪)를 중심으로 한 '심령 스폿'에 대한 취재 내용과 지인이나 가족, 괴담 이벤트에서 만난 사람들이 전해준 사연도 함께 담겨 있다. '심령 스폿'은 관광 명소, 도로, 터널, 고속도로 휴게소, 댐, 서바이벌 게임장 등 다양하다.
특히 고베 주요 지역을 잇는 산요 본선(山陽本線) 아카시역과 스마역 구간에 얽힌 도시 괴담이 흥미롭다. 아카시(明石), 아사기리(朝霧), 마이코(舞子), 다루미(垂水), 시오야(塩屋), 스마(須磨)의 첫 글자를 이어 보면 '아아, 다시 죽겠군(ああ,またしす).'이라는 말이 된다는 것이다. 이 지역은 일본 최초의 전국 내란이 발생해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은 곳이며, 과거 여러 고분이 파헤쳐졌다고 한다.
심령 스폿을 찾아갔다가 폭주족이 뒤에서 위협하는 바람에 도망치듯 돌아온 일화 등 '개그맨 작가'다운 모습도 곳곳에서 느껴진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솔직히 말하면 귀신보다 무서웠다"고 했다. 매 페이지마다 집의 도면도와 사진을 덧붙여 상세히 설명해주는 편집도 새롭다.

'사고 부동산 기록을 지워주는 사람'이기도 한 마츠바라 타니시는 <무서운 방>에서 생활하는 동안 '죽는다'는 것보다 오히려 '산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일본 부동산 업계는 직전 거주자의 사망과 같은 불상사가 있는 집의 경우 '심리적 하자 있음' 또는 '고지사항 있음' 등의 표현으로 사고 부동산임을 알리는 규칙이 있다고 한다. 마츠바라 타니시가 사고 부동산에 살아줌으로써 그 고지의무가 사라지기 때문에 '기록을 지워주는 사람'이기도 한 것이다.
소설 <무서운 방>은 단지 기묘한 이야기로만 들리지 않는다. 요즘 시대 <무서운 방>이 새롭게 생겨야 하는 이유때문에 그렇다. 저자를 돕는 부동산 업자가 수집해준 사고 부동산 가운데 무려 70%가 '고독사'에 기인했다고 한다. 바로 고령화 사회에서의 독거노인 문제다. 2015년 일본의 고독사는 연간 3만 여 명으로 집계됐으니, 이는 고독사로 인해 전국에서 하루 약 80건의 사고 부동산이 탄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괴한 현상이나 불운이 존재하는 <무서운 방>에 거주하고, 이를 검증해온 저자는 책을 통해 '모든 집을 통해 삶을 다시 생각하고, 함께 사는 행복한 미래를 꿈꾸시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마츠바라 타니시가 <무서운 방>에서 살면서 가장 강하게 느낀 점은 '아, 나 지금 살아 있구나'라는 안도감이었다고. (*)
* 본 글은 출판사 레드스톤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