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하의 세상
김남겸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래를 위해 현재를 바꾸는 것. 애벌레가 나비로 진화하기 위해 본래 있던 제 모습을 버리는 것처럼 인간은 도덕과 질서마저 일시적으로나마 포기하는 것이 정당할까. 본래의 모습을 지키느냐, 새로운 변화를 인정하느냐의 갈림길은 <로하의 세상> 곳곳에 존재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로하의 세상
김남겸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좁은 지구, 뜨거워진 지구, 평평해진 지구에서 멸종하지 않기 위해 인간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김남겸의 장르소설 <로하의 세상>은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열 일곱살 고등학생 로하의 시각을 통해 인간과 사회의 부조리를 지적했다. 궁극적인 질문은 지금 이대로의 모습으로 인류가 지구 위에서 생존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존재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인간, 그 인간의 이기심이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을지 독자와 함께 답을 구한다.




'이따위 세상, 차라리 망해 버렸으면 좋겠다. 어디 전쟁 같은 건 안 나나', '이놈의 답 없는 삶. 도대체가 끝이 안 보이네. 끝이 안 보여. 끝이 있긴 한 건가? 난 대체 뭘 하러 태어난 거지'. 고아로 태어나 고단하기 짝이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로하는 매일 아침 습관적인 한숨과 함께 자문한다.


비열한 아이들로 가득한 교실,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인간 이하의 잔인한 물리적.정신적 폭력은 로하에게 일상이다. 지옥같은 삶을 벗어나기만을 바라던 로하는 어느날 실제 '지옥'이 돼버린 세상을 맞이 한다. 인류의 새로운 변화를 위해 인간이 인간을 학살하는 세상, 인위적인 인구 조절을 위해 저질저지는 만행을 목도하면서 미래에서 왔다는 미스터리 여성 영아와 함께 존재의 이유를 찾아가게 된다.



"과거가 원인이고, 미래는 결과야. 과거가 같다면 미래도 같아."


미래를 위해 현재를 바꾸는 것. 애벌레가 나비로 진화하기 위해 본래 있던 제 모습을 버리는 것처럼 인간은 도덕과 질서마저 일시적으로나마 포기하는 것이 정당할까. 본래의 모습을 지키느냐, 새로운 변화를 인정하느냐의 갈림길은 <로하의 세상> 곳곳에 존재한다.


인류의 11분의 1만 남길 원하는 '신세계 법칙'은 끊임없는 질문을 만든다. 운명을 거스러는 것도 운명의 한부분일 수 있다는 로하의 생각은 옳은 결과를 가져오게 될 지 책은 SF와 미스터리를 오가며 긴박감을 더해간다. 때론 지나치게 많은 질문과 캐릭터의 갑작스런 변화가 책을 혼란스럽게도 하지만 마치 '타임 루프'에 갇힌 듯 속도감있는 전개는 나름 매력을 준다.



<로하의 세상>에는 또 하나의 책이 등장한다. 로하가 슬쩍 들춰보고, 아영의 은신처에서 중학교 동기 희정이 읽었던 책 '인생'이다. '인생'이라는 책에 대해 로하는 이렇게 전한다. 사람의 인생에 대해 결정론, 비결정론 각각의 입장으로 해석했지만, 이렇다 할 결론없이 독자가 선택하라는 식으로 끝을 맺는다고. 로하가 사는 세상역시 독자의 선택이다.(*)


* 리뷰어스클럽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작은 헌책방 -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삶에 관하여
다나카 미호 지음, 김영배 옮김 / 허클베리북스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런 헌책방에 미래가 있는지 어떤지는 잘 모른다. 그래도 꽤 즐거운 직업이라고 생각한다˝는 다나카 미호의 무덤덤한 말이 부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작은 헌책방 -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삶에 관하여
다나카 미호 지음, 김영배 옮김 / 허클베리북스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회 초년병 시절 직장에 상당히 큰 규모의 도서관이 있었다. 외부 방문객은 서고에 들어가지 않고 검색대에서 찾은 책을 데스크에 신청하면 찾아서 대출해주는 시스템이었고, 직원은 내부에 들어가 원하는 책을 직접 고를 수 있었다. 지금도 같은 시스템인지는 모르겠으나 20여 년 전에는 그랬다. 간혹 바쁜 일과가 지나쳐갈 즈음, 혹은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도서관에 들러 서가에 꽂힌 책을 쭉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휴식으로 삼았던 적이 있었다.



다나카 미호(田中美穂)처럼 직접 행동에 옮기지는 못했지만, 그 때 '도서관에서 일할 수 있으면 좋겠다, '책과 관련된 직업을 갖는다면 즐겁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문득문득 했던 것 같다. 학창 시절 '정신세계사'에서 출간한 책-기(氣), 상고사, 명상 등-의 매력에 빠져 가까운 전문 서점을 뻔질나게 드나들었던 적도 있었다. 당시에도 '이런 책방, 나만의 책방이 있으면 좋겠다'고 여겼던 것 같다. 꽤 시간이 흐른 지금 다나카 미호의 <나의 작은 헌책방(わたしの小さな古本屋)>에 남다른 끌림이 있었던 이유를 굳이 찾아보니 그렇다.


<나의 작은 헌책방>은 '무엇을. 어떻게 하며 살 것인가'에 대한 소중한 메시지를 전한다. 직업보다 직장에 더욱 관심이 많은 요즘, 성취보다 연봉에 더욱 신경쓸 수밖에 없는 환경에 살아가면서 '내가 즐거운 일은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해볼 여유를 만들어 준다. 다나카 미호의 용단과 도전이 멋지게 보일 수도, 무모해 보일 수도 있겠다. 어느 쪽이든 스스로에게 충분히 던져볼 가치가 있는 질문을 책은 대신 알려준다.



스물 한 살 저자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그날, 헌책방을 차리기로 결심했다. 말도 안되는 예산을 들고 부동산 중개소와 인테리어 공장을 발로 뛰며 '스스로 원하는 공간'을 만들어 낸다. 단돈 100만 엔으로 아무 경험도 없던 그녀가 20년 간 이뤄낸 자취는 벤처기업의 성공신화나 벼락부자가 된 주식 투자자들의 이야기와는 거리가 멀다. 작지만 소중한 일터를 만들고, 그곳을 소중히 여기며 찾는 사람들을 맞고, 그 공간에서 더욱 즐거운 일과 삶을 가꿔가는 모습이 무척이나 반갑다.


왠지 글자 모양이 마음에 들어 만든 책방 이름은 '벌레문고(蟲文庫)'. 특별히 깊은 뜻은 없었지만, 지나고 보니 대부분 금방 기억해주는 이름이 됐다. 일본 오카야마(岡山) 구라사키(倉敷)의 '미관지구'라고 불리는 옛 거리에 위치한 벌레문고는 작은 관광지를 찾는 이들이 '읽기 위한 책'을, '추억이 깃든 책'을 발견하는 명소로 자리잡았다고 한다.




<나의 작은 헌책방>은 서점을 내기 위한 입문서라기 보다 '자기 일'을 찾아냈고, 만들어 가는 청년의 일기처럼 읽힌다. 문득 생각한 헌책방 운영을 시작하면서 두 마리의 고양이와의 감상, 오로지 서점을 위해 기념품을 만들고, 음악회를 열어가는 과정이 수수하게 그려졌다. 벌레문고를 찾는 손님과의 애틋한 인연도 귀하게 다뤄진다. 저자는 서점 사장님이기도 하지만, '이끼 연구가'로도 알려져 있다.


"이끼는 몇 억 년 전 옛날부터 거의 모습을 바꾸지 않고 지금도 이렇게 우리 주위에 당당하게 피어 있는 것입니다. (이끼는) 겸손하게 독자적인 새로운 생활 환경을 만들어 냈습니다."


저자가 몇 번을 읽어도 가슴 뭉클해지는 말이라고 한다. 그녀가 말하는 이끼와 헌책방은 교묘히 닮아 있다. 인터넷 시대에 어쩌면 낡아빠진 유물같은 '헌책방'이 당당하게 피어나고, 겸손하고 독자적인 환경을 만들어 내는 모습이 정겹다. 아날로그 감성이라 치부하기에는 더욱 거창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느껴질 정도다.



<나의 작은 헌책방>을 집필한 본래 의도는 진로나 창업 노하우를 전하는 이미지였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는 "창업 노하우를 알려줄 수 있을 만한 사람이었다면 이렇게 무모하게 헌책방을 열지는 않았을 것이기에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보여줄 수밖에 없었다"면서 "결과적으로 '이런 사례도 있었습니다'라는 책이 됐다"고 문고판 후기에서 고백한다.


"이런 헌책방에 미래가 있는지 어떤지는 잘 모른다. 그래도 꽤 즐거운 직업이라고 생각한다"는 다나카 미호의 무덤덤한 말이 부럽다. 이 역시 이끼와 비슷하지 않을까.(*)


* 리뷰어스클럽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코요테의 놀라운 여행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13
댄 거마인하트 지음, 이나경 옮김 / 놀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로데오와 코요테가 노란 바탕의 스쿨버스에 몸을 싣고 미국 전역을 달린다. 그들이 가진 여행의 목적은 불행하게도 없다. 스스로를 버리기 위해, 혹은 스스로를 찾기 위한 여정 속에서 아빠와 딸은 '2003년형 인터내셔널 3800' 버스 안 가장 편안하고 은밀한 자리를 읽는이에게 내준다. 마음껏 웃고 울도록 말이다.


코요테 선라이즈와 로데오는 서로를 '아빠'와 '딸'로 부르지 않는다. 그저 로데오와 코요테가 있을 뿐이다. 가족을 잃은 과거를 돌아보지 않기 위해 스쿨버스를 집 삼아 떠돈다. 고향에 '아빠'와 '딸'을 두고 그렇게 로데오와 코요테가 만들어가는 <코요테의 놀라운 여행>은 시작됐다. 슬픔이 너무 많은 세상으로부터 탈출, 서로에게 유일한 존재끼리 고속도로와 주유소에 선을 긋는다.


벌써 5년 째. 자매와 엄마가 없는 동생이자 언니, 그리고 딸인 코요테는 늘상 외롭다. 그러나 로데오의 본심을 알기에 코요테는 최선을 다해 여행에 동참한다. 주유소에서 우연히 만난 꼬마들에게 슬러시와 바꾼 고양이 '아이반'의 승차를 시작으로 <코요테의 놀라운 여행>은 새로운 의미를 알린다. 설탕처럼 달콤하고 무언극처럼 조용한 이 녀석은 코요테와도 닮아 있다.


매주 토요일 태평양 표준시로 정오에 가져온 할머니와의 전화 통화는 플로리다에 있던 예거-로데오와 코요테의 버스 이름-를 그들의 집과 추억이 있는 포플린 스프링스로 부른다. 엄마와 언니, 동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코요테의 좌충우돌 모험이 즐겁고도 슬프다. 과거를 돌아보지 않기로 한 약속, 그 과거를 뛰어넘어야 하는 또 하나의 약속이 코요테와 로데오 사이에 팽팽하게 흘러 간다.


예쁜 새, 설탕빵, 귀염둥이, 몽키 파이, 설탕자두, 데이지, 곰돌이, 벌새, 아기새, 나비..블루베리, 설탕자두...


로데오가 코요테를 부르는 애칭은 다양하다. 댄 거마인하트의 <코요테의 놀라운 여행>은 서로가 '아빠'와 '딸',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기 위한 치유에 대한 기록으로도 읽힌다. 코요테에게는 아빠가, 로데오에게는 딸 엘라가 존재함을 다시 확인해가는 과정이다. 무엇으로 불리던 변하지 않는 가치는 그들을 다시 한 곳으로 불러 모은다. "내 이름을 불러줘." 힘겹게 말하는 코요테의 간절함이 진한 감동을 준다.


"레스터, 태미를 사랑하는 이유가 뭐야?"

"태미는 웃는 게 굉장해. 거의 늘 밝아."

"그건 아무나 태미를 사랑할 이유밖에 안 되잖아요."

"그럼 너는?"

"내가 사랑하지 않으면 로데오는 망가져버릴테니까."


서로를 사랑하지만, 합쳐질 수 없었던 옛 연인 태미를 찾아가는 레스터와 코요테의 대화는 흔하디 흔한 '사랑하는 이유'에 대한 생각을 고쳐준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이유는 자신만의 것이어야함을 코요테는 가르친다. 피할 수도, 맞설 수도 없는 이유를 코요테는 상실과 이별을 통해 배웠다. 뭔가를 잃어버리면 그걸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로데오, 코요테와 함께 미국 대륙을 횡단하다보면 어느덧 목적지가 아니라, 또 다른 출발점에 다다랐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즈음 로데오와 코요테, 우리는 알게 된다. 뭔가를 향해 달려가는 건 뭔가로부터 달려가는 것보다 낫다는 것을. 그것도 훨씬.(*)


*컬처블룸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