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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티 씽 - 반짝이는 것은 위험하다
자넬 브라운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21년 4월
평점 :
호수 바닥에서 두 눈을 부릅뜬 채 머리카락을 너울거리며 흘러 다니다가 서로 부딪치곤 하는 시체들에 관한 이야기가 잠든 타호호수. 그리고 웅장한 대저택 스톤헤이븐에 관한 이야기다. 자넬 브라운의 <프리티 씽>. 폭력적인 아빠를 인생에서 일찍 내쫓아버리고 엄마와 함께 바닥의 하루를 떠돌던 니나는 이곳에서 첫사랑을 만나 '정상적이고 평범한 삶'을 꿈꾸지만, 대부호 '리블링'가에 의해 산산이 깨져 버린다.

대학을 졸업했지만 엄마의 암, 궁핍한 환경을 벗어날 수 없었던 니나는 누군가 뭔가를 훔쳐가도 신경도 쓰지 않을 부자들만 골라 사기와 절도를 이어간다. 엄마 릴리는 늘 기차여행하는 사람처럼 살았고, 다음에 내릴 정거장은 멋질 것이라 기대해왔지만 암이라는 선고는 지금 거기가 종착역일 수도 있음을 암시한다.
또 한 명의 여자 바네사. 리블링가의 장녀로 자신의 보조개와 미소, 수표로 해결하지 못할 일이 아무 것도 없는 풍족한 인생을 살아왔다. 걸치지도 않을 명품을 수복이 쌓아두고, 수백만 달러의 자금을 하루아침에 날려버려도 아쉬움이 없었던 그녀지만 부모의 연이은 죽음으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인생을 시작한다.
니나와 바네사. 항상 다른 사람으로 변신하며 사기 행각을 벌여오던 니나, SNS에 빠져 남에게 보이기 위한 인생을 살던 바네사. 두 여자는 '가짜 인생'에서 벗어나기 위한 마지막 장소로 스톤헤이븐을 선택하고, 각자의 욕망과 가족의 진실을 위해 서로를 내던진다.

"괴물로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갓 태어난 아이는 좋은 사람이 될 수도 있고 나쁜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어중간한 사람이 될 수도 있는 잠재력이 있지 않을까. 그러다가 인생이, 환경이, 이미 우리의 유전자에 새겨져 있던 성향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나쁜 행동이 보상을 받고, 약점이 처벌받지 않을 때, 우리가 절대 달성할 수 없는 이상을 갈망하고 그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을 때 점점 더 비통해하면서 괴물이 되어 가는 거다. 우리는 세상을 보고 세상 안에서 우리의 위치를 측정하면서 점점 한 위치에 갇히게 되는 거다. 그러는 동안 깨닫지도 못하는 사이에 우리는 괴물이 된다."
<프리티 씽>은 니나와 바네사의 시각이 교차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곤궁했던 니나의 삶과 고백, 바네사의 풍족한 삶이 변화하는 배경, 그리고 두 여자가 스톤헤이븐에서 '진짜'를 숨겨둔 채 다시 만나게 되는 과정이 숨가쁘게 전개된다. 서로의 오해와 분노, 욕망, 질투는 두 여자가 가면을 벗게 되는 순간까지 진행된다.
간신히 1퍼센트로 살아가는 방법을, 절대로 살아갈 수 없는 1퍼센트의 삶의 방식을 알게 되지만 절대 그 속으로 올라갈 수 없다는 사실에 좌절하는 니나의 모습은 기회마저 불공정한 우리 사회와 닮아 있다. 마치 브로드웨이 극장 맨 앞줄에 앉아 무대 위에서 펼쳐지고 있는 연극에 동참하고 싶다는 마음을 간절히 품지만 결국에는 무대 위로 올라갈 계단이 없음을 깨닫는 일과 같다.

"그 누구도 우리 내면을 들여다봐서는 안되고 우리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알아서는 안돼. 바깥에는 우리가 약하다는 징후를 보이기만을 기다리는 늑대들이 우글거린다고". 아빠가 남긴 교훈은 바네사를 더욱 옭아매는 구속이자, 그녀가 거짓의 삶을 벗어던질 계기가 된다. 화려한 상속녀 바네사가 가진 내면의 어두움은 니나의 절망과도 닿아 있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인생을 지배하는 자와 인생에 지배 당하는 자의 이분법으로 시작됐던 <프리티 씽>은 애증관계에 놓인 니나와 바네사의 치열한 내면의 변화와 함께 반전을 거듭한다."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갖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진 것을 원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달라이 라마의 말은 <프리티 씽>의 결말에 이르기까지 공허하게 떠돈다. 어디서 시작됐건 무심코 '괴물'이 되어가고, 한편으로는 '괴물'에게서 벗어나려는 갈망은 우리의 현재와 별반 다르지 않다. 반짝이는 것은 위험하다.(*)
* 문화충전 200%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