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여행사 히라이스
고호 지음 / 델피노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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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패키지 해외여행을 가듯 비용만 지불하면 자신이 원하는 장소와 시간을 여행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다면 우리는 언제, 어느 곳을 찾아 떠나게 될까. 고호의 <과거여행사 히라이스>는 이같은 상상에서 출발한 11개의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다. 행복했던 추억을 되새기러, 불행한 미래를 돌려놓기 위해, 꼭 한번 다시 보고싶은 이를 찾아, 혹은 역사적 순간을 함께 하기 위해 등. 사람 수 만큼이나 다양한 이유를 지닌 시간여행이 시작된다.



과거여행사의 이름 히라이스(Hiraeth).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곳으로 가고 싶은 마음'을 뜻하는 웨일스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도저히 돌아갈 수 없기에 더욱 간절한 그때, 그곳이 누구에게나 있기 마련. <과거여행사 히라이스>는 이같은 고객의 꿈을 간단히 풀어준다. 금전적 이익을 위해 정보를 흘리거나, 죽은 자를 살리는 등 시대적 오류를 일으키는 행위를 금지하는 '시간법'을 지키는 한도 내에서, 돈만 내면 그렇다. 


"왜 사람들이 '현재'를 아무렇게 흘려보내는지 알 것 같군. 그건 바로 누리고 있는 순간순간이 언젠간 과거가 될 거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이야."


잃어버린 동생의 복수를 위해 과거를 찾는 '해피 크리스마스', 미라로 발견된 두 여인의 기구한 사연을 밝히기 위한 여행 '선춘옥뎐', 분단의 거리만큼이나 멀었던 시간의 거리를 지닌 이산가족 상봉의 뒷이야기 '시간의 거리'와 '네 아버지의 이야기' 등 여행자들이 과거여행사 히라이스를 찾는 이유는 가지각색이다.



"그 남자를 만나면서 내 인생은 꼬였다." 엄마의 일기장을 본 딸은 지금의 자신보다 어렸을 엄마와 아빠의 첫 만남을 막기 위해 나서는 독특한 에피소드가 '고의적 실수'편에 이어진다. 이삼십대 여성을 상대로 젊은 시절 엄마를 만난다면 하고픈 말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꿈을 포기하지마', '늦게 결혼해도 돼', '삼성전자 주식부터 사' 등을 제친 압도적 1위는 '절대 아빠랑 결혼하지 마!'라니.


일제시대 당시 첩의 딸로 태어난 '개년'이라는 이름을 가진 할머니의 여행은 힘든 세월만큼 주름졌을 손을 맞잡아 주고플 정도의 아프다. 1935년 갖은 구박을 받는 '어린 개년'을 만나고, 1944년 첫사랑의 배신을 알게 되고, 1973년 일본으로 건너가 정을 나눴던 고마운 인연에게 인사하는 여정을 거치는 할머니의 모습은 참으로 뭉클하다. 마치 영화 <타이타닉>을 재구성해보는 듯한 '시한부 소녀의 모험'편도 이채롭다.


<과거여행사 히라이스>는 과거여행이라는 상품을 고객에게 판매하려는데 집중하는 서울지부의 캡틴, 그리고 여행자를 돕는 세일러의 시각에서 펼쳐진다. 그들이 던지는 충고는 "현재의 눈으로 과거를 평가하지 말라. 과거로서는 그것이 최선이었을 일"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라는 의미를, 특히 '현재'의 소중함을 잊지말라는 뜻을 담았을 것이다.(*)



*문화충전 200%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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