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진의 부메랑 인터뷰 그 영화의 시간 이동진의 부메랑 인터뷰
이동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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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보고 싶겠죠. 이건 이미 제가 본 영화가 아니라,

아직 보지 못한 영화를 말하는 겁니다.

이미 본 이미지라면 그렇게 절실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아내와 자식의 얼굴이라고 대답할 수도 있겠는데,

그것은 기억을 통해서나 만져서라도 혹은 목소리라도 어느 정도는

충족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을 보실 수 없게 된다면, 감독님은 무엇이 가장 보고 싶어질 것 같습니까

라는 질문에 박찬욱감독의 답변이다.

 

이 영화광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그의 성공은 그냥 얻어진 게 아니다.

영화 사랑을,

영화를 생각하고 아끼는 마음을

무엇보다 진정성을 배운다.

박찬욱감독님은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영화감독을 꿈꾸는 수 많은 사람들에게

신화같은 존재가 되었다.

<달은 해가 꾸는 꿈>, <3인조> 로 깊은 수렁에 빠져 있다가

<공동경비구역 JSA>로 흥행감독이 되었고

일명 복수 3부작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으로 세계적인 감독이 되었다.

<올드보이>는 그해 깐느영화제 심사위원장이었던 퀜틴 타란티노 감독에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며 전세계에 이 영화팬을 양산하였다.

<사이보그지만 괜찮아>, <박쥐>를 완성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스토커>를 선보였다.

헐리우드 진출이라는 꿈같은 일을 이룩한 것이다.

 

<박쥐>를 박찬욱감독의 최고작으로 꼽는 이동진과의 인터뷰 글을 읽으며

시사회에서 <박쥐>를 보고 쉽게 있고 말았는데

다시 한번 영화를 보고 싶어 졌다.

 

"요즘 제게는 시네마테크에 가서 고전영화들을 보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그리고 좋은 문학작품을 읽는 것이죠.

그런데 이 둘 중에 문학쪽이 조금 더 낫다고 할 수 있어요.

왜냐면 위대한 영화의 경우에는 보면서 배우기도 하고 영감을 얻을 수 있는 반면,

보는 사람을 너무 위축시키고 좌절케 하는 부작용이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에 도움이 될 만한 경우를 묻는 질문에 박찬욱 감독의 답변이다.

 

 

이명세감독이 연출한 <나의 사랑 나의 신부> 는

극장에서 2번 본 첫 한국영화이다.

물론 당시에는 이명세 감독이 누군지도 몰랐고

여주인공 최진실의 매력에 빠져서 다시 본 것이다.

그 후, <인정사정 볼 것 없다> 까지 극장에서 개봉 되는

영화들을 챙겨 보며 이명세 월드에 빠졌다.

<형사>, <M> 을 극장에서 놓쳤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그의 영화들을 지나치고 말았다.

왜 그랬을까?

아쉽다.

영화를 대하는 그의 고집과 태도

스타일에 대해서 다시 관심을 가져야 겠다.

 

"사실 영화를 찍다 보면 대화 장면 연출이 제일 힘들어.

재미가 없으니까.

대화 장면을 눈여겨보면 그 감독 연출력을 알 수 있어."

 

이명세 감독의 답변이다.

<도둑들>, <전우치>, <타짜>, <범죄의 재구성>

그리고 <암살>- 촬영 준비 중으로 1930년대 상하이 배경, 하정우, 전지현 주연 예정작품

책 중간에 실린 최동훈감독 인터뷰를 제일 먼저 찾아 읽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였다.

새롭고 재미있는 대사를 쓰기위해 계속해서 고치는 걸 상상해 보았다.

꿈같은 이야기지만

그를 매혹시킬 만한 원작을 준비해 함께 영화를 꿈꿔 보고 싶다.

 

"결국 제가 하고 싶은 걸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은 배우니까요.

사실 감독은 애초에 배우와 생각이 다르죠.

그러니 함께 맞춰 가는 게 제일 좋을 거에요.

그래서 귀도 많이 열어놓아요."

 

 최동훈감독이 배우와 관계에 대해 한 말이다.

 

 

박찬욱, 최동훈, 이명세

영화평론가 이동진님이 인터뷰에 초대한 감독님들

649page에 이르는 방대한 내용을 꼼꼼히 읽으며

감독들의 영화를 반복해서 보며

대사를 적고 질문을 만드는 이동진의 수고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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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 두 번째 가게 된다면 - 홍콩, 영화처럼 여행하기
주성철 지음 / 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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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읽으려고 시도 하다 자꾸 딴 짓하게 되 이제서야 봤다.

심지어 홍콩 여행 당시 가져갔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덕분에 왕가위감독 영화 촬영장소를 더듬었다.

<아비정전> 비오는 공중전화 박스가 있던 언덕 길에서

오지 않을 연락을 기다리는 유덕화처럼

눈에 보이지도 않는 공중전화박스를 상상하며 그 곳에 머물렀다.

뒷단의 화단만이 20여년 전 살수차로 물 뿌려가며 촬영했던 그 순간을 기억하고 있겠지만

계속 이 곳을 다시 찾게 된다.

물론, 10년 전 홍콩여행에서도 그랬다.

 

<중경삼림> 미드레벨에스컬레이터에서 바라 보는 양조위의 집

왕정문이 종이비행기가 어딘가 날아 다닐지도 모른다는 환상에

반복해서 이 구간을 탔다.

그러면서 이 영화를 좋아했던 그녀

그리고 20대의 내 모습을 더듬어 보았다.

야외 에스컬레이터로는 800m 최장 길이로 기네스북에도 등재된 만큼

가이드북을 들고 다니는 많은 한국 관광객들과 마주칠 수 있다.

 

<타락천사> 지하에 위치 한 맥도날드

비오는 날 여명과 막문위가 함께 이 곳을 빠져나오는 장면을 참 좋아라 했다.

대책 없는 막문위 모습도 인상적이였고

무엇보다 이 영화는 금성무를 좋아하는 그녀와 함께

반복해서 극장에서 봤던 영화였다.

그 맥도날드 앞에서 그녀와 영화봤던 코아아트홀을 기억해 보았다.

 

<화양연화> 장만옥과 양조위가 식사를 하는 레스토랑

그들의 촬영했던 장면의 사진이 걸려 있는 아래에 앉아

스테이크를 먹었다.

조심스럽게 서로에게 질문하고

상대의 취향이 아닌 남편, 와이프 취향에 맞춰 소스를 뿌려 주었던

그 장면을 떠 올리며 맛있게 먹었다.

혼자가 아니고 둘이 갔다면 화양연화세트, 혹은 2046세트를 먹었을 텐데...

이 레스토랑을 사랑한 왕가위는 <2046>의 한 장면도 이곳에서 촬영했다.

양조위가 글 쓰는 장면

 

장국영의 마지막 장소인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 등

 

책 제목처럼 두 번째 가는 홍콩에서

이 책에 나온 장소를 찾아 다니며 행복한 날들을 보낼 수 있었다.

저자인 주성철작가의 꼼꼼함 덕분이다.

혹시라도, 홍콩영화를 좋아하거나

홍콩을 방문하고 싶다거나 가진 못 하더라도 궁금하다면

이 책을 권해 주고 싶다.

 

80년 홍콩 느와르영화들을 좋아했던 기억부터

90년 불어 닥친 B급 무비 주성치영화들까지 두루 섭렵하고

사랑한 저자가 찾아낸 촬영 장소들을 읽으며

홍콩 영화를 사랑했던 젊은 시절을 더듬어 보기도 했다.

 

홍콩영화에 대한 충만한 애정으로 이 책을 지은 저자 덕분에

홍콩을 여행하는 또 다른 방법을 가지게 된 거 같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다시 홍콩을 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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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워진다는 것 창비시선 205
나희덕 지음 / 창비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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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워 진다는 것

 

 

5시 44분의 방이

5시 45분의 방에게

누워 있는 나를 넘겨주는 것

슬픈 집 한채를 들여다보듯

몸을 비추던 햇살이

불현듯 그 온기를 거두어가는 것

멀리서 수원은사시나무 한그루가 쓰러지고

나무 껍질이 시들기 시작하는 것

시든 손등이 더는 보이지 않게 되는 것

5시 45분에서 기억은 멈추어 있고

어둠은 더 깊어지지 않고

아무도 쓰러진 나무를 거두어가지 않는 것

 

그토록 오래 서 있었던 뼈와 살

비로소 아프기 시작하고

가만, 가만, 가만히

금이 간 갈비뼈를 혼자 쓰다듬는 저녁

 

 

2012년 첫 구입한 시집

정성일감독님의 책에 나온 구절을 보면서 궁금해 졌다.

2010년 처음 읽을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2012년에는 궁금해 졌다.

 

개인적으로 숫자를 좋아하는 지라

첫 행과 둘째 행의 표현에 훅 갔다.

YOU는 마지막 행의

 

금이 간 갈비뼈를 혼자 쓰다듬는 저녁

 

이런 적이 있냐고 물을 정도로 좋아했다.

이와 유사한 경험이 있었던 거 같다.

어설프게 한 번 쭈욱 훓어 보았으니

차분히 시를 노래해 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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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벌레 여자 - 윤대녕 장편소설
윤대녕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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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가 이 책을 좋아한다고 했을 때,

다시 <사슴벌레 여자>를 읽고 있다고 말 할때

궁금하기도 했지만 무엇에 이끌린 것일까 하며 알고 싶었다.

소설 속에 묘사된, 서하숙이라는 인물에 YOU가 매력을 느낀거 같았다.

서하숙과 YOU 는 어떤 점이 닮았고

YOU은 서하숙의 어떤 점을 동경하고 있는 걸까?


광화문 광장의 모습을 하기 전, 2001년 1월의 광화문 풍경

그러니까, 스물 여덟

영화사에 다니면서 즐겁고 행복한 시기를 보내던

그 때의 나를 더듬어 보았다. 



우리들의 기억은 한갓 낡은 실처럼 쉽게 끊어져버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또한 낯선 골목 모퉁이를 막 돌아 나올 때,

술에 취해 심야 버스에서 혼자 잠들어 있을 때,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난데없이 이별의 말을 듣게 되는 순간에도

어쩌면 그렇지 않을까.

 

솔직히, 알코올에 취해 기억 못하는 순간들을 다 모으면

한 달 정도의 기간이 나올거 같다.

그 순간들의 내 모습, 행동, 말

다 내안의 또다른 '나' 거나 무의식 속의 '나' 겠지만

내가 모르는 '나' 의 모습은 낫설고 두렵다.

 
기억과 추억에 전착한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곤 한다.

그런 나에게, 갑자기 기억이 다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기억이 없다면 뭘로 살아갈 수 있을까?

그보다 더 무서운 건, <천일의 약속> 의 이서연(수애)처럼

치매(알츠하이머)에 걸려 기억을 하나씩 잃어가다가 죽는 거 같다.

그리고 보면 기억과 감정

이 또한 불가분의 관계일텐데

아, 생각할수록 모르겠고 두려움만 다가온다.

 
나 자신도 기억을 되찾기 위해 무척 애를 썼다고 생각한다. 일 주

일에 두 번씩 꼬박꼬박 통원 치료를 받았으며 방에 있는 책과 음반들을

반복해서 읽고 들으며 어느 순간 돌연적으로 찾아올지 모를 기억의 실

마리를 붙잡기 위해 날마다 새벽까지 몸부림을 치곤 했다. 그러나 절망

스럽게도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이럴 때를 대비해 일기라도 써둘 걸

하는 막심한 후회마저 들었다.

 

  윤대녕작가의 위 문단에서 맨 마지막 문장이 나를 붙잡았다.

일기를 쓰고 있지만, 가끔 옛날 일기장에서 낫선 여자이름을 보고

당황하기도 한다. 그녀의 얼굴은 커녕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기에.....,

일기 또한, 기억이 없다면,

한 낱 재미없고 유치찬란한 기록에 불과할 테니 말이다.

 
  오랫만에 읽은 윤대녕 소설은 흥미롭긴 했지만 아쉬움 점도 있다.

이 소재는 장편의 이야기 틀 속에서 매력적이기 보다는

단편으로 함축했을 때 설득력이 높은 거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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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것이다 - 정성일.정우열의 영화편애
정성일.정우열 지음 / 바다출판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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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것이다 _ 정성일 정우열의 영화편애 _ 읽었다.
책 제목은 철학자 질 들뢰즈의 글에서 빌려온 것 이라고 한다.
질 들뢰즈의 책을 읽어 본 적 없는 나는 그러겠거니 한다.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이 책은 영화평론집이다.
정성일선생님이 발표한 글 중에서 만화가 정우열, 편집자 나희영
그 둘이 정성일의 지난 세월동안 쓴 글 중에서 그들의 마음에 드는 글을 마음대로
고른 결과라고 책머리에 정성일선생님은 밝히고 있다.
다 읽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고 이 책에 나와 있는 대부분의 글을 발표지면을 통해서
때로는 정성일 글을 모아놓은 싸이트에서 읽었다.
씨네21에 실린 글들을 보면 잡지를 사서 보았고
월간<말>지에 실린 글들은 서점에 서서 읽었다. _ 난 <말>지를 그렇게 접했다.
그러니까 아쉽게도 이 글들엔는 내가 좋아하는 글들도 빠져있다.
지금은 사라져 버린 강남의 뤼미에르극장에서 92년인지, 93년인지 정확치는 않지만 <유로파>_라스트폰트리에_를 보고 멍해 있을 때,
정성일선생님의 <유로파>평을 처음 읽은 게 내가 기억하는 시작이다.

이책의 공동저작인 정우열은 정성일선생님을 '저의 영화적 아버지' 라고 표현했다면
'내 첫사랑' 이라고 난 부르고 싶다.
그리고 정성일키드들이 다 그렇듯이, 정은임의 영화음악실에 출연해 영화이야기를 들려주던 그 시절 새벽녘의 '강의' 의 아름다운 시절을 공유하고 있다.
'강의'라는 표현은 수식이나 꾸미는 말이 아니다.
프린트 제한 벌수를 설명 들으며 한국영화사를 이해하기 시작했을 뿐 아니라,
연말에 올 해의 베스트 10, 영화에서 아름다운 장면이란 어떤 것인가 등 을 들으면서
영화에 대한 다름 접근이 있다는 걸 배웠다.

100년을 기다린 영화잡지가 온다
정성일 선생님이 편집장으로 오랜기간 머물렀던 <키노>의 광고 문구다.
영화 100년이 되던 1995년 5월 영화에 대한 사랑과 작가에 대한 우정으로 똘똘뭉친
우리의 친구들이 도래한 것이다.
포지티브, 사이트앤사운드 등 말로만 듣던 외국영화잡지의 글을 무수히 소개한
이 잡지는 쉽게 읽히는 책이 아니었다. 빨간 펜을 들고 이 책을 읽는 내게 한 친구녀석은 잡지 보면서 밑줄 그으면서 읽냐며 비웃음 당한 기억을 잊지 못하고 있다.
영화잡지<키노>를 비판하는 수 많은 사람들의 말은 한결 같았다.
이렇게 어려울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솔직히 나도 이해 못하는 글들 사이에서 길을 잃은 적도 숱하게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이책을 읽고 또 읽었다. 그러면서 이 책에서 소개한 철학자들의 책을 가끔 읽었고, 추천하는 영화를 찾아다니면서 보았고 감독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그들의 생각을 쫓아가기도 했다. 물론 음반 추천 코너를 따라하며 동시대 음악을 향유했다. 

아주 수줍은 고백을 하자면 정성일선생님을 좋아하는 친구를 마음에 두었던 적도 있다.             물론 내속도와 그녀의 속도가 달라서 엇갈리긴 했지만 취향이 비슷한 우리는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정성일선생님 강연을 따라 서울의 곳곳을 헤매여가며, 그때는 아직 인터넷이 도착하기 전이라 정보가 제한적이었다.  

왕가위감독은 정성일선생님을 통해서 접하고 좋아하게 된 게 맞지만, 김기덕감독과 장뤽고다르감독을 좋아하는 건 취향이 같았다고 말하고 싶다. 아님 나도 모르는 내 무의식 깊은 곳에까지 그림자가 드리워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참 슬픈 일이 아닐수 없다. 

누구나 다 영화르 좋아한다고 말하고 극장에서 영화보기를 즐긴다. 하지만 내가 알기로 정성일선생님만큼 영화에 가 닿기 위해 치열하게 사는 사람은 난 알지 못한다.  

아, 갑자기 길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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