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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벌레 여자 - 윤대녕 장편소설
윤대녕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1년 4월
평점 :
품절
YOU가 이 책을 좋아한다고 했을 때,
다시 <사슴벌레 여자>를 읽고 있다고 말 할때
궁금하기도 했지만 무엇에 이끌린 것일까 하며 알고 싶었다.
소설 속에 묘사된, 서하숙이라는 인물에 YOU가 매력을 느낀거 같았다.
서하숙과 YOU 는 어떤 점이 닮았고
YOU은 서하숙의 어떤 점을 동경하고 있는 걸까?
광화문 광장의 모습을 하기 전, 2001년 1월의 광화문 풍경
그러니까, 스물 여덟
영화사에 다니면서 즐겁고 행복한 시기를 보내던
그 때의 나를 더듬어 보았다.
우리들의 기억은 한갓 낡은 실처럼 쉽게 끊어져버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또한 낯선 골목 모퉁이를 막 돌아 나올 때,
술에 취해 심야 버스에서 혼자 잠들어 있을 때,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난데없이 이별의 말을 듣게 되는 순간에도
어쩌면 그렇지 않을까.
솔직히, 알코올에 취해 기억 못하는 순간들을 다 모으면
한 달 정도의 기간이 나올거 같다.
그 순간들의 내 모습, 행동, 말
다 내안의 또다른 '나' 거나 무의식 속의 '나' 겠지만
내가 모르는 '나' 의 모습은 낫설고 두렵다.
기억과 추억에 전착한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곤 한다.
그런 나에게, 갑자기 기억이 다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기억이 없다면 뭘로 살아갈 수 있을까?
그보다 더 무서운 건, <천일의 약속> 의 이서연(수애)처럼
치매(알츠하이머)에 걸려 기억을 하나씩 잃어가다가 죽는 거 같다.
그리고 보면 기억과 감정
이 또한 불가분의 관계일텐데
아, 생각할수록 모르겠고 두려움만 다가온다.
나 자신도 기억을 되찾기 위해 무척 애를 썼다고 생각한다. 일 주
일에 두 번씩 꼬박꼬박 통원 치료를 받았으며 방에 있는 책과 음반들을
반복해서 읽고 들으며 어느 순간 돌연적으로 찾아올지 모를 기억의 실
마리를 붙잡기 위해 날마다 새벽까지 몸부림을 치곤 했다. 그러나 절망
스럽게도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이럴 때를 대비해 일기라도 써둘 걸
하는 막심한 후회마저 들었다.
윤대녕작가의 위 문단에서 맨 마지막 문장이 나를 붙잡았다.
일기를 쓰고 있지만, 가끔 옛날 일기장에서 낫선 여자이름을 보고
당황하기도 한다. 그녀의 얼굴은 커녕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기에.....,
일기 또한, 기억이 없다면,
한 낱 재미없고 유치찬란한 기록에 불과할 테니 말이다.
오랫만에 읽은 윤대녕 소설은 흥미롭긴 했지만 아쉬움 점도 있다.
이 소재는 장편의 이야기 틀 속에서 매력적이기 보다는
단편으로 함축했을 때 설득력이 높은 거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