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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것이다 - 정성일.정우열의 영화편애
정성일.정우열 지음 / 바다출판사 / 2010년 8월
평점 :
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것이다 _ 정성일 정우열의 영화편애 _ 읽었다.
책 제목은 철학자 질 들뢰즈의 글에서 빌려온 것 이라고 한다.
질 들뢰즈의 책을 읽어 본 적 없는 나는 그러겠거니 한다.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이 책은 영화평론집이다.
정성일선생님이 발표한 글 중에서 만화가 정우열, 편집자 나희영
그 둘이 정성일의 지난 세월동안 쓴 글 중에서 그들의 마음에 드는 글을 마음대로
고른 결과라고 책머리에 정성일선생님은 밝히고 있다.
다 읽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고 이 책에 나와 있는 대부분의 글을 발표지면을 통해서
때로는 정성일 글을 모아놓은 싸이트에서 읽었다.
씨네21에 실린 글들을 보면 잡지를 사서 보았고
월간<말>지에 실린 글들은 서점에 서서 읽었다. _ 난 <말>지를 그렇게 접했다.
그러니까 아쉽게도 이 글들엔는 내가 좋아하는 글들도 빠져있다.
지금은 사라져 버린 강남의 뤼미에르극장에서 92년인지, 93년인지 정확치는 않지만 <유로파>_라스트폰트리에_를 보고 멍해 있을 때,
정성일선생님의 <유로파>평을 처음 읽은 게 내가 기억하는 시작이다.
이책의 공동저작인 정우열은 정성일선생님을 '저의 영화적 아버지' 라고 표현했다면
'내 첫사랑' 이라고 난 부르고 싶다.
그리고 정성일키드들이 다 그렇듯이, 정은임의 영화음악실에 출연해 영화이야기를 들려주던 그 시절 새벽녘의 '강의' 의 아름다운 시절을 공유하고 있다.
'강의'라는 표현은 수식이나 꾸미는 말이 아니다.
프린트 제한 벌수를 설명 들으며 한국영화사를 이해하기 시작했을 뿐 아니라,
연말에 올 해의 베스트 10, 영화에서 아름다운 장면이란 어떤 것인가 등 을 들으면서
영화에 대한 다름 접근이 있다는 걸 배웠다.
100년을 기다린 영화잡지가 온다
정성일 선생님이 편집장으로 오랜기간 머물렀던 <키노>의 광고 문구다.
영화 100년이 되던 1995년 5월 영화에 대한 사랑과 작가에 대한 우정으로 똘똘뭉친
우리의 친구들이 도래한 것이다.
포지티브, 사이트앤사운드 등 말로만 듣던 외국영화잡지의 글을 무수히 소개한
이 잡지는 쉽게 읽히는 책이 아니었다. 빨간 펜을 들고 이 책을 읽는 내게 한 친구녀석은 잡지 보면서 밑줄 그으면서 읽냐며 비웃음 당한 기억을 잊지 못하고 있다.
영화잡지<키노>를 비판하는 수 많은 사람들의 말은 한결 같았다.
이렇게 어려울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솔직히 나도 이해 못하는 글들 사이에서 길을 잃은 적도 숱하게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이책을 읽고 또 읽었다. 그러면서 이 책에서 소개한 철학자들의 책을 가끔 읽었고, 추천하는 영화를 찾아다니면서 보았고 감독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그들의 생각을 쫓아가기도 했다. 물론 음반 추천 코너를 따라하며 동시대 음악을 향유했다.
아주 수줍은 고백을 하자면 정성일선생님을 좋아하는 친구를 마음에 두었던 적도 있다. 물론 내속도와 그녀의 속도가 달라서 엇갈리긴 했지만 취향이 비슷한 우리는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정성일선생님 강연을 따라 서울의 곳곳을 헤매여가며, 그때는 아직 인터넷이 도착하기 전이라 정보가 제한적이었다.
왕가위감독은 정성일선생님을 통해서 접하고 좋아하게 된 게 맞지만, 김기덕감독과 장뤽고다르감독을 좋아하는 건 취향이 같았다고 말하고 싶다. 아님 나도 모르는 내 무의식 깊은 곳에까지 그림자가 드리워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참 슬픈 일이 아닐수 없다.
누구나 다 영화르 좋아한다고 말하고 극장에서 영화보기를 즐긴다. 하지만 내가 알기로 정성일선생님만큼 영화에 가 닿기 위해 치열하게 사는 사람은 난 알지 못한다.
아, 갑자기 길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