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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을 새기다
윤영선 지음 / 미디어북 / 2016년 10월
평점 :
품절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6/1115/pimg_7476731131523276.jpg)
<전시장에서 찍은>
책속에는 시인의 말도 있고, 소설속의 구절도 있고, 성경의 구절도 있고, 매일미사를 다니며 마음에 담은 신부님의 말도 있고, 자신의 속내를 은근히 내뱉는 글도 있다. 무엇보다 그 순간의 감정에 솔직하고 충실하면서도 자신을 들여다보기를 놓지 않는다.
책을 읽다보면 길 위의 시간과 순간순간 스쳐가며 와 닿았을 것들이 삭이고 삭여서 정리되어 나타난다. 그림은 풍경이 되고, 풍성해졌다. 판화가 있는가 하면 드로잉이 있고, 같은 장소라도 한번이 아니라 두 번 심지어는 그림을 그린 성당의 매일미사 시간을 알아보고 미사 참여까지 종교적인 성숙도 엿보인다.
이전 책 성당을 그리다와 비교해 보면 내용은 더욱 간결해졌고, 함축적인 표현으로 이해의 어려움이 느껴질 수 있지만 첫 번째 책을 읽고 전시를 보신 분이라면 두 번째 '성당을 새기다' 책은 내면적으로 깊어진 그림이 있는 수필집 같다. 압축된 표현들은 더욱 긴장감과 이해의 시간을 요하지만, 책을 읽고, 관심이 가는 성당을 직접 방문해 본다면 책속의 느낌이 와 닿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토요일 오전 크로키를 갔는데 노란색 표지에 성당을 새기다는 제목의 책이 놓여 있었다. 대략 알고 있었지만 표지를 보자 설레었다. 전시를 앞두고 정리를 끝낸 책임을 알아 볼 수 있었다. 다녀 온 성당에 대한 교구별 분류, 주소, 설립일, 주보, 건축년도, 건축양식, 문화재 정보를 넣은 정리는 자료로서의 몫도 톡톡히 하고 있음이 읽혀졌다. 바쁜 현대인들을 위한 맞춤형 정리와 부록의 정리까지 작가의 성격과 그간의 노고를 느끼게 해줬다.
전국의 성당을 다닌다는 자체만 해도 힘든 여정이었을 텐데 다녀와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때론 현장에서 스케치를 하고, 드로잉까지 작가의 열정이 어디까지 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이번엔 판화까지 시도해 한 번 더 기를 죽이고 최선을 다했음을 보여주니 뭐라고 태클도 못 걸겠다.
판화를 새기고 드로잉까지 해낸 작가의 열정은 어디가 끝일지 사뭇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한계란 스스로 단정 짓는 것일 뿐이라는 걸 한 번 더 확인하게 만든다.
식지 않는 열정으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윤영선 작가의 다음이 기다려진다.
“걷지 않으면 멈추는 것입니다.” 라고 판화에 새겨진 교황 프란치스코의 말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