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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놀로 블라닉 신고 산책하기 - 소설가 백영옥의 유행산책 talk, style, love
백영옥 지음 / 예담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백영옥 트랜드샷을 만난 곳은 일간신문 칼럼에서였는데, 가볍지만 가볍지 않은, 밉지만 밉지않은 그녀의 톡톡쏘는 말은 어떨땐 비웃음으로 어떨땐 질투로 받아 들여졌다.
마놀로 블라닉 구두를 신고 산책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을 그녀는 현대를 살아가는 도시인이라면 받아 들여야 하고 더해 세상을 받아 들여야 한다며 산책도 마놀로 블라닉 구두를 신고 발이 아플지언정 우아하고 폼나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제아무리 유식해도, 예를 들어 어떤 소설가를 좋아해요. 해도 구질구질하다면 그건 아니라는거다.
외면이 자신을 드러내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그녀는 자신을 알기도 힘든데, 어떻게 '타인'을 알겠는가, 보이는것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며 고리타분하게 놀지 말라고 한다. 적당히 아부하고 적당히 치장하고, 적당히 즐겁게 해주기를 바란다. 소설가가 되고 싶었으나 소설가만 진탕 인터뷰하며 살고 있고,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살아가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에 공감하는건 아니지만 세상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자신을 당당히 드러내라고 말한다.
뭐, 어때 마놀로블라닉 구두를 신고 살랑 살랑 걷는 모습이 청바지에 운동화의 걸음보다 눈길이 더 가는건 사실이지 않냐며, 자기는 알랭드 보통을 좋아해요 하면서 겉모습은 한참 유행에 뒤진 차림이고, 깔끔하지 못하다면 믿지 못하겠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우리들 대부분이 이런것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 않는가. 그녀의 글은 술술 잘 읽혀 가볍게 시간을 떼우기에 좋다. 신문의 연재칼럼을 모아 놓은 것이라 대부분 한번은 읽었다는게 거슬리긴 하지만 21세기는 이렇다는걸 말해주는 문화의 현주소를 이야기하는데는 대부분 공감할 내용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