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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와 늑대 ㅣ 눈높이 어린이 문고 23
진 크레이그헤드 조지 지음, 유기훈 그림, 작은 우주 옮김 / 대교출판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늑대가 있다. 그리고 그 늑대를 간절하게 바라보는 한 소녀가 있다. 얼어붙은 툰드라에서 길을 잃은 소녀는 주린 배를 움켜쥐고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 살 수 있는 희망이라곤 늑대 무리에 받아들여지는 것 뿐이다. 늑대 아마록과 에스키모 소녀 미약스는 그렇게 가족이 되었다.
미약스의 영어 이름은 줄리이다. 조혼의 사슬을 끊고, 바보 남편과 시부모에게서 도망쳐 미국 본토에 있는 펜팔 친구를 찾아 가는 길이었다. 그 곳에 가면 밝은 문명 세계가 줄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줄리는 툰드라에서 길을 잃고, 늑대 가족의 도움을 받아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부지한다. 그리고 늑대와 함께 생활하면서 에스키모 본연의 모습을 찾아간다. 덫을 놓아 사냥을 하고, 추운 날씨를 이용해 도구를 만들고, 짐승의 가죽을 벗겨 썰매를 만들고, 땅을 파서 고기를 저장하고, 단단한 눈을 잘라내서 얼음집을 만든다. 매서운 추위와 부족한 먹거리. 이제 줄리는 에스키모 조상들이 얼마나 지혜롭고 위대한 지 깨닫고 있었다. 그러나 그 와중에 늑대 아마록은 총에 맞아 죽임을 당하고 줄리는 문명의 이기에 치를 떨게 된다. 줄리는 만난 에스키모 가족에게서 아버지가 멀지 않은 곳에서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아버지를 찾아나선다. 그러나 아버지를 만난 기쁨도 잠시, 늑대 아마록을 죽인 사람이 바로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게 된 줄리는 충격에 휩싸인다.
이 책을 읽다 보면 툰드라에 적응해서 살아가는 에스키모인들의 모습과 함께 문명의 이기를 받아들여 점차 본연의 모습을 잃어가는 에스키모의 모습도 눈앞에 그려진다. 그래서 에스키모의 전통과 현대 문명 사이에서 혼란을 느끼는 줄리의 모습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고,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삶은 고달프지만, 버릴 수 없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 책만으로도 완성도 높은 이야기이지만, 후편인 <줄리>도 함께 읽는다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