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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김혜자 지음 / 오래된미래 / 2004년 3월
평점 :
<2006년 제 52권째 책>
내 인상속의 김혜자씨는 '전원일기'속의 느릿느릿한 말과 행동의 한 연기자이다. 또 그런 그녀가 아프리카
등지를 방문해서 봉사활동을 한다고 하는 소식도...
근데, 벌써 그 기간이 11년을 넘었다고 하니, 그녀의 행동이 내가 예상했던 한번 찍고마는 '일회성'
떠벌리기와는 거리가 먼 듯하다. 다행이고 고맙다
우연한 1번의 아프리카 방문이 어떻게 그녀를, 이 후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아니, 어쩌면 남은 그녀의
일생을) 발을 묶게 했던 것인가?
"고릴라가 3백 마리가 죽었다고 하면 연일 신문과 방송에서 떠들어대면서, 하루에도 수백 명씩 죽어가는
아이들에 대해선 침묵하는 이상한 세상입니다"
가뭄과 내전, 전쟁 등으로 아프리카 대륙은 서 있을 기력조차 그리고 울 힘조차 없는 그런 "몸서리쳐지게"
비극적이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유럽강대국의 선 긋기에 의해 나뉜 국가 경계는, 과거 평화롭게 공존하던
아프리카 대륙을 지금의 어처구니 없는 지경으로 만들어 놓았다
"사람으로 태어난 것이 너무도 싫었습니다. 내 자신이 사람이라는 것이 이렇게 싫을 수가 없었습니
다. 내가 두 팔을 갖고 있다는 것이, 자신의 두 팔로 남의 두 팔을 자를 수 있는 인간이라는 것이
싫었습니다. 차라리 팔다리가 없는 벌레로 태어났더라면"
10년에 걸친 내전을 치른 시에라리온에서 다른 동족을 죽이기 위해, 어린아이들에게 마약을 먹여
살인을 저지르게 하고, 그들의 복수가 무서워 팔, 다리 등을 무자비하게 잘라버렸다고 한다
다음은, 열세 살의 이라크 소녀가 미국의 반전집회에서 한 말, "저를 한번 보세요. 찬찬히 오랫동안.
당신들이 이라크에 폭탄을 떨어뜨리는 걸 생각했을 때, 당신들 머릿속에는 바로 제 모습이 떠올라야
합니다. 저는 당신들이 죽이려는 바로 그 아이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일부러, 경제논리 등을 내세워 변명을 대고 정당화하지만, 진정한 전쟁의 실상이
아닌가?
"전쟁은 안 됩니다. 어떤 그럴사한 이유를 붙여도 전쟁을 해선 절대로 안됩니다. 아이들이 고통받기
때문입니다. 꽃으로도 이 아이들을 때려선 안됩니다"
이곳을 방문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다시는 그런 끔찍한 곳으로 가고 싶지 않다라고 생각도 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곳의 아이들과 여인들의 눈들이 꿈에서조차 자신을 놓아주지 않는다고 하는 김혜자씨..
세상에서 가장 줄이기 힘든 간격, 즉 "머리에서 가슴까지"을 이동하여, 한 때 우리나라의 모습이기도
한, 세상의 다른 한편에서 믿을 수 없는 처지에 있는 이들을 위해 실제적인 도움의 손길을 뻗어야
할 때이다. 그녀의 용기와 따뜻한 마음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