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사석원의 황홀한 쿠바
사석원 지음 / 청림출판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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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쿠바에 대해 동경을 품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 쿠바가 잘사는 나라도 아니고, 우리에게 잘 알려진 나라도 아니건만 여행을 조금 해본 사람이라면 쿠바에 대해서 관심있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무엇이 그렇게 쿠바를 매력적으로 만드는지에 관해서는 많은 쿠바 관련 책들이 서술하고 있듯이, 헤밍웨이나 체 게바라, 살사나 룸바같은 것들이 주가 아닐까 싶다.

이런 쿠바에 대한 관심으로 집어든 책이 바로 화가 사석원의 '황홀한 쿠바'였다. 사실 나는 미술에 관해서는 젬병이기 때문에 사석원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도 잘 알지 못하고, 그저 책에 소개된 대로 유명한 사람이겠거니 했다.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화가의 입장에서 본 쿠바의 모습은 어떨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에 첫장부터 나오는 사진들은 나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여기까지 였다. 몇장 읽지 않아서 이 사람의 글에 대한 기대는 확 사라져버렸다. 의미없는 것들까지 어떻게든 의미를 부여해서 이쁘게 글을 써보려는 노력. 참 눈물겨웠다. 처음에 등장하는 일본 여승무원을 <설국>과 관련시켜 이야기할때부터 이 사람은 너무나 작위적으로 글을 쓰는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결과적으로 그의 글은 굉장히 주관적인 입장에서 모두 이루어지고 있다. 그와 함께 여행을 한 '유'에게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들은 그냥 떠넘기는 행동을 보이기도 하는 반면, 쿠바 사람들을 그곳에 사는 사람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동정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그들에게 몇불씩 나눠주는 모습은 그의 자기중심적인 사고와 우월감으로 가득 차 있을 뿐이다.

그가 3주동안 쿠바에 있으면서 방문한곳은 하바나를 제외하고는 트리나다드가 전부이다. 그것도 단 하루. 그는 하바나에 있으면서 체게바라나 헤밍웨이 그리고 쿠바인들의 삶을 묘사하려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이도저도 아니게 만들어 버린다.

중간중간 삽입된 사진들과 그의 그림들은 매력적이지만, 그는 여행과 관련된 글을 쓰기에는 너무 미숙해 보인다. 화가라는 타이틀로 쓰여진 여행기지만 그의 여행기에서는 화가적인 면모도, 그렇다고 여행가적인 면모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쿠바에 대한 주관적인 느낌만이 주욱 나열되어있을 뿐이다. 난 이 책에서 쿠바에 관해 얻은것이 없다. 정말 하나도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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